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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수입차]①'신뢰 휘청' 판세 바뀐다

  • 2016.09.29(목) 06:44

폭스바겐 후폭풍으로 전체 판매량 급감
소비자 신뢰 추락…판매 부진 계속될 듯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시장이 움츠러 들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의 후폭풍이 크다. 유례 없는 성장을 거듭하던 수입차 시장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물론 여전히 수입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많다. 하지만 과거 처럼 선뜻 수입차를 선택하는 경향은 줄었다. 수입차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서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중저가 차량보다 고급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수입 대중 브랜드에 대한 신뢰 하락 탓이다. 변화하는 수입차 시장의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수입차 시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매년 판매 기록을 경신하던 국내 수입차 시장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폭스바겐 사태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폭스바겐이라는 베스트셀링 브랜드의 판매 중지 탓이 크다. 폭스바겐이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절대적인 판매량을 떠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차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판매 급감의 가장 심각한 이유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사태가 이어질 것이냐다. 업계에서는 이번을 기점으로 판매 감소는 물론 소비자들의 구매 트렌드도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쪼그라든 수입차 시장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은 사상 최초로 연간 판매 20만대를 넘어섰다. 작년 전세계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던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졌음에도 국내 수입차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최초로 월 판매 2만대를 넘어선 것도 작년이다. 그만큼 국내 수입차 시장은 공고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올해 8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총 14만8411대다. 전년대비 6.5% 감소한 수치다. 월별 판매 수치에서도 판매 감소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작년 한해 동안 월 판매 2만대를 넘은 적은 총 6개월이다. 올해는 단 두 달뿐이다.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단위:대)

심지어 지난 7월부터는 월 판매 대수가 1만5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가 이처럼 급감한 데에는 폭스바겐의 영향이 컸다. 독일 메이커 트로이카의 한 축을 담당했던 폭스바겐이 서류 조작 사태로 철퇴를 맞으면서 전체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폭스바겐이 비운 자리를 다른 메이커들이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서류 조작 사태 이후 월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톱10 명단에는 한동안 보지 못했던 닛산, 혼다 등 일본 브랜드와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던 미국 브랜드 등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량의 연평균 성장률은 23.5%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판매량은 전년대비 6.5% 줄었다. 판매 증가 속도가 증가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서 현 상황을 위기로 보는 이유다.

◇ 폭스바겐의 부재 탓?

수입차 시장 침체의 이유는 표면적으로 폭스바겐의 부재 탓이 크다. 폭스바겐은 벤츠, BMW와 함께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폭스바겐의 경우 다른 경쟁 모델에 비해 대중차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본사가 있는 독일과 유럽 지역에서도 폭스바겐은 대중차로 통한다.

여타 브랜드들이 럭셔리 모델을 선보일 때도 폭스바겐은 대중차 위주의 출시 전략을 이어갔다. 수입차라는 희소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모델들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클린 디젤'을 앞세운 높은 연비 강조 전략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아우디와 함께 폭스바겐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연이은 폭스바겐 사태 이후 이들의 판매량은 급감했고 이는 전체 수입차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신뢰 하락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명근 기자/qwe123@

이 덕에 폭스바겐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4년 총 3만719대였던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3만5778대로 증가했다. 전년대비 16.5% 증가한 수치다. 작년 시장 점유율은 14.67%로 BMW, 벤츠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폭스바겐 단일 브랜드만 집계한 수치다.

폭스바겐그룹 내에 아우디 등 여타 브랜드가 속해있는 것을 감안하면 폭스바겐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폭스바겐의 부재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다. 내면적인 이유는 다르다.

폭스바겐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에 이어 서류 조작까지 감행했다. 이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작년 폭스바겐이 위기 타개를 위해 내놓은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에 조차 열광했던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 판매 부진 얼마나 갈까

업계의 관심사는 이런 판매 부진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지다. 상황은 좋지 않다. 우선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상태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유인책이 없다. 여기에 수입차들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상당기간 판매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시장 회복을 위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 폭스바겐의 신속한 재인증 마무리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폭스바겐의 빈 자리를 일본, 미국 브랜드들이 재빨리 메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쉽지않다. 폭스바겐은 아직 재인증 신청을 하지 않았다. 여타 브랜드의 성장은 아직 시장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두 시나리오 모두 시간이 필요하다.

▲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다시 시장에 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일본 등 여타 브랜드가 폭스바겐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판매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재인증까지는 약 6~9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이 성공적으로 재인증을 마친다고 해도 그동안 무너진 정비망과 판매망을 회복하고 다시 소비자들 앞에 나서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폭스바겐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서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여타 브랜드의 성장은 폭스바겐의 재등장 보다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 업체들의 경우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일본 브랜드 차량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17.7% 증가했다. 영국 브랜드도 랜드로버의 성장에 힘입어 전년대비 39.7% 늘었다. 전체 판매대수가 6.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성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던데다 소비자들도 수년간 여기에 익숙해져 있었던 만큼 예전과 같은 판매 확대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면서 "다만, 일본과 영국 브랜드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로 일정 부분 이를 메울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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