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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정유사 재고평가, 그것이 알고싶다

  • 2016.11.08(화) 09:27

재고평가손실이 대부분..환입은 적어
이익은 시차에 따른 마진 확대에 기인

정유사 영업이익에는 신출귀몰한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어떨 때는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어떨 때는 도움을 줬다가 그 다음에는 오히려 손해를 주는데요.

 

주인공은 바로 ‘재고평가손익’입니다. 정유사들은 분기 별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해당 분기에 발생한 재고평가손익을 영업이익에 반영하는데요. 석유제품의 원료가 원유인 까닭에 국제유가의 변동에 따라 제품 가격이 달라지죠. 이로 인해 생기는 제품 가치의 변동을 산출해 적용하는 것입니다.

 

매 분기 실적발표 때마다 진행되는 컨퍼런스콜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분기에 발생한 재고평가손익을 궁금해 하고, 사업 부문별로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꼼꼼히 따지는 편입니다. 그 만큼 재고평가손익 부분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서죠.

 

 

◇ 재고평가, 손실은 있어도 이익은 없다

 

실제 재고효과가 정유사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큽니다. 지난 2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요.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성수기 효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재고효과 덕이 컸습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4749억원, 에쓰오일은 1450억원의 재고효과를 봤습니다.

 

반면 3분기엔 이 같은 효과가 사라지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습니다. 2분기와 달리 3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2분기에 있었던 재고효과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각 정유사들의 설명입니다. 이익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 변동성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효과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죠.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그런데 실제 정유사가 재고평가를 통해 얻는 이익은 없다고 합니다. 앞에선 재고효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무슨 이야기냐고요? 우선 재고의 개념부터 알아볼까요.

 

팔지 않고 쌓아둔 제품인 재고를 기업들은 어떻게든 좀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의 가치(가격)가 달라지기 마련이죠.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매출 원가를 기준으로 재고평가를 합니다.

 

가령 A정유사의 석유제품 재고 원가가 단위당 100원인데, 최근 시장에서 이 제품이 7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회사가 이 제품을 판매(실현)하진 않았지만, 원가보다 싼 70원에 제품을 판다면 30원 만큼 손실을 본 것으로 처리하는데요. 이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반대로 단위당 70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됐던 제품 가격이 90원으로 올랐다면 손실 처리한 범위(30원) 중 20원을 환입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흔히 이익으로 인식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익은 아닌 셈이죠. 또 제품 가격이 110원으로 원가보다 비싸졌다고 해도 환입액은 손실처리 범위(30원)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단위당 최대 환입액은 40원이 아니라 30원인 것이죠.

 

실제 회계상으로 환입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이미 떨어진 제품 가치가 다시 올라갈 확률이 크지 않아서죠. 한 회계사는 “재고자산은 상당 부분 판매가 잘 안 돼 쌓아둔 것이어서 이들 제품의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생기는 환입은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재고이익 아닌 래깅 효과

 

그렇다면 정유사 재고손익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고손익은 당월 생산단가와 실제 인식하는 매출원가의 차이, 즉 정제마진과 실제 회계상 이익과의 차이를 뜻합니다.

 

재고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는 재고자산 가치가 올라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유사업 특성 상 발생하는 래깅 효과(원유 도입에 따른 시간 지연 효과)라는 설명입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구매해 산유국 현지에서 국내로 들여오는데 약 2주에서 한 달 반 가량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 기간에도 원유 가격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흔히 원유를 배럴당 50달러에 구입했는데, 국내로 들어오는 기간 중 가격이 올라 배럴당 70달러가 됐다면 정유사 입장에선 20달러 만큼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을 재고평가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래깅 효과는 이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이는 마진(판매가-원료가)이 확대돼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유를 구입했을 때의 가격보다 실제 판매했을 때 가격이 더 올라 마진이 커진 것이죠.

 

즉 원가 인식 시점과 실제 이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점 차이로 인해 재고평가손익이 생기게 됩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재고평가이익은 원료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 경우에 생긴 이익 확대 효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입선출법과 총 평균법

국내 정유사들은 재고자산을 평가할 때 선입선출법과 총 평균법을 사용하는데요. 에쓰오일은 선입선출법,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총 평균법을 택했습니다.

 

총 평균법은 기초재고와 당기매입 물량을 평균해 당기에 매출 원가로 반영하고, 남은 기말재고 물량은 다음 달에 반영합니다. 이 때문에 월별로 재고영향 규모는 기초재고 물량과 당기매입 물량의 비율, 당기에 매입한 원유 적용 가격과 해당 가격에 적용된 환율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달라집니다.

 

기존 재고와 새로 구입한 물량 가격을 평균하기 때문에 유가가 급락했을 경우에 손실 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선입선출법은 먼저 구매한 원료를 먼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는 개념인데요. 이로 인해 판매하고 남는 재고는 최근에 구입한 원료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어 단가 역시 가장 최근의 값이 적용됩니다. 이런 이유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가장 최근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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