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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도 버텼다, 더달라" vs "상위 10%다, 못준다"

  • 2016.11.23(수) 17:48

'호실적' SK이노베이션 임금협상 난항
'고연봉' 정유업계중 GS칼텍스만 합의

“올 여름이 유난히 더웠잖아요. 그렇게 더워도 참고 정기보수를 열심히 했는데 동결이라니 할 말이 없네요.”

 

SK이노베이션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울산 콤플렉스 생산설비' 대규모 정기보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생산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수고가 임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호봉제로 임금을 받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추가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유사들의 임금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임금 인상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임금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저유가 효과를 누리며 이익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본급 인상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에선 통상 SK이노베이션의 협상안 내용을 기준으로 삼는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 규모가 가장 큰, 이른바 업계 ‘맏형’인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의 임금 협상 여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동결을 주장하는 사측과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대립이 팽팽해 합의가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노조 “돈 많이 버는데 왜 안올려줘?”

 

우선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인상률(%)에 상관없이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이를 구성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측과 노조는 그 동안 임금 협상을 진행했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는데 실패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쳤고, 위원회 측에서 기본급 1.5%을 인상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양측이 모두 거부하며 서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2014년 임금 동결 안을 받아들였다. 당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4분기에는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재고평가 부분에서도 큰 손실을 봤다.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 역시 축소돼 정유사업 부진을 만회하는데 실패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영업손실  2313억원, 매출액은 6조5865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는 저유가로 인해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면서 마진이 확대,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이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은 전년도의 손실을 지난해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서도 기본급 2.5% 인상안에 합의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실적이 더 좋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조3792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39.6% 늘었다. 4분기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돼 역대 최고 실적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SK이노베이션 노조가 사측의 동결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를 높이는 근거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SK이노베이션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울 때는 경영상황을 고려해 임금 동결에 합의했지만 돈을 잘 버는데도 동결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갖고 노조는 회사와 협상을 시도하려 했지만 애초에 회사가 동결을 주장하며 거부해 테이블조차 갖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과급의 경우도, 기업 성과에 따라 전년보다 더 많이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한 합의서 작성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구두로만 약속하겠다며 작성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 노조는 28일로 예정된 대의원 회의에서 제3자를 통한 중재 절차로 넘어가는 것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유공장은 국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은 어렵지만 조정을 포기하고 중재를 선택하면서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생각이다.

 

◇ 사측 “호봉제인데 더 달라니..”

 

회사는 노조의 주장에 고개를 젓고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내세운 것은 동결이지만 실질적으로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본사 직원들은 연봉제인 반면 울산 현장 생산직 근로자들은 호봉제다. 해마다 정해진 인상률만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된다. 노조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기본급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또 내년 초에는 회사의 실적 성장에 따른 성과급이 지급된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임금 인상분은 훨씬 많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호봉제로 인한 임금 인상분, 연초 지급되는 성과급 등을 더하면 지난해 실질적인 임금 인상 규모는 2.5%(기본급 인상안 합의 내용)를 훌쩍 뛰어 넘는다”며 “회사에서 임금 동결을 제시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작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호봉제에 따른 자동인상분과 성과급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금 인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라는 사회적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연간 1인 평균 급여액은 8200만원이다.

 

이런 이유로 회사는 기본급 인상 대신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과 복지 향상에 힘쓰는 게 더 발전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회사 근로자 임금 수준은 상위 10% 내에 포함되는데, 여기에 기본급을 추가 인상하면 사회적 문제인 임금격차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기본급 인상 대신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시스템인 SHE(Safety·Health·Environment)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노조에도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정유4사 중 GS칼텍스 만이 연봉 1.7% 인상과 기본급 100% 일시금, 복지포인트 200만 포인트 지급에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합의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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