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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매각 '무죄'...국민연금 헐값찬성은?

  • 2016.12.01(목) 13:09

[인사이드 스토리]
예보 헐값매각-국민연금 헐값찬성 논란 '닮은꼴'

많이 닮았다.
 
2002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승인하자 '헐값매각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데 대해 '헐값찬성 논란'이 불붙고 있다. 두 사안 모두 한화와 삼성이라는 재벌기업 이슈다.

◇ 예보, 대한생명 헐값매각 논란과 '기업가치 산정'
 
2002년 9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예보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중 51%를 8236억원에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안을 승인했다. 매각 주관사가 매각 가격의 기초가 되는 대한생명 기업가치를 최소 1조2250억원, 최대 1조6150억원으로 산정한 뒤 협상을 통해 결정된 가격이다.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졌는데 핵심은 예금보험공사(공자위 승인)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했느냐였다. 대한생명에 3조5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는 자극적인 문구도 붙었지만, 매각협상의 핵심이슈는 되지 못했다. 한화그룹은 매각주관사가 산정한 기업가치 최대치를 반영한 인수가격을 받아들였는데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진데 불만이 컸다.
 
대한생명 기업가치 산정이 적정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10여년 뒤 감사원의 조사발표로 일단락된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청구를 받아들여 조사했고 2011년 7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예보가 기업가치를 8000억원 가량 더 높게 책정할 수도 있었지만, 이것 자체가 헐값매각이라고 단정지을 근거는 아니다"고 결론냈다. 감사원은 구체적으로, 대한생명에서 미래에 발생할 영업가치(새 계약의 가치) 할인율을 15%로 잡았다가 20%로 높였거나 63빌딩 적정가치를 낮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어 헐값매각을 단정할 근거는 아니란 게 감사원의 설명이었다. 여기에 한화그룹과 함께 입찰에 뛰어들었다 막판에 철회한 미국 메트라이프는 대한생명의 기업가치를 '마이너스' 1조 3250억원으로 평가한 점도 감안됐다.
 
◇ 국민연금, 삼성물산 헐값찬성 논란과 '기업가치 산정'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주총회를 열어 양사 합병을 결정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 제일모직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국민연금은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는 헐값찬성 논란에 휩싸여 검찰조사까지 받고 있다.
 
국민연금 헐값찬성 논란 또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산정이 핵심이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진행됐는데,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임에도 찬성했다는 논란이다.
 
특히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46주가 적정하다는 리서치팀 분석에도 합병에 찬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원이 대한생명 기업가치 산정에 대해 "8000억원 가량 낮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 대목과 유사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합병비율이 당시에는 삼성물산에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합병 찬성 결정은 합병 후 기업가치(미래 기업가치)를 감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보유 지분을 감안하면, 합병후 시너지효과가 합병비율의 불리함을 상쇄할 것으로 봤다는 것.
 
대한생명 기업가치 산정 논란 때에도 미래에 발생할 영업가치 할인율을 어느정도로 잡아야 하는지, 메트라이프는 왜 마이너스로 평가했는지 등 미래가치 산정을 놓고 분석이 엇갈렸다. 국민연금이 합병 후 미래가치를 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원안대로 수용한 것이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절차 적정했나" 시비
 
2002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대한생명 매각 승인은 공자위 표결을 통해 찬성 5, 반대 3으로 결정됐다. 찬성과 반대가 박빙이었고, 매각소위가 한화그룹에 매각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절차가 적정했느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자체가 법이나 규정을 위반했다는 근거가 없어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찬성 결정 과정에서도 이같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찬성, 반대, 중립, 기권 네가지를 상정해 12명중 찬성 8명으로 합병찬성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투표를 강행한 것이 적정했느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네가지중 어느 안도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7명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문위원회로 넘기도록 돼 있었는데, 합병찬성이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 법정으로 간 헐값매각과 헐값찬성
 
대한생명 헐값매각 논란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 모두 소송이 제기됐다. 다만, 법정으로 간 까닭은 다르다.
 
대한생명 매각건은 맥쿼리와 한화그룹간 이면계약 논란때문이다. 한화컨소시엄이 보험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인수자격을 얻기 위해 맥쿼리생명에 자금을 밀어준 뒤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하는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이다.
 
이 문제는 시민단체가 매각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입찰방해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5~2006년 대법원까지 "문제없음"으로 결론내고, 예보도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국제중재를 제기했지만 2008년 "문제없음"으로 나오면서 일단락됐다.
 
반면 삼성물산 합병 소송의 기초는 여전히 가치평가다. 하나는 엘리엇과 일성신약 등이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가격(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매입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가격)이 불합리하다며 조정해달라는 소송이다. 1심은 삼성물산이 승소했고 엘리엇은 소송을 포기했다. 2심은 일성신약 등 주주들 손을 들어줘 대법원 계류중이다.
 
두번째 소송은 합병무효 소송이다. 합병비율 등이 쟁점인데, 삼성물산측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상장사 합병비율 산출방식대로 따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 결국, 검찰과 특검 손에
 
10년 가량 우여곡절 끝에 예보와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헐값매각 족쇄에서 벗어났다. 법원과 국제상사중재위원회 판결에다 감사원 감사까지 거쳤다. 이 과정에서 헐값매각 논란의 기초가 된 기업가치 산정 문제는 사실상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국민연금의 합병찬성 또한 그 자체로 하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합병비율은 법에 근거해 산출됐고,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은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가치에 대한 분석과 전망은 다양할 수 있다. 설령 법원이 매수청구가격이나 합병비율에 대한 일부 오류를 받아들인다해도, 이는 합병자체보다 가격이나 비율조정에 따른 배상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의견이 많다.
 
결국, 이 사안이 합병무효나 국민연금의 헐값찬성 단죄로 가기위해선 검찰 또는 특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대통령의 뇌물죄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빼도박도 못할 증거'가 필요하다. '최순실과 대통령의 지원요구-자금지원을 대가로 한 삼성의 합병지원 요구-대통령의 국민연금 동원'이라는 고리가 실체적으로 확인돼야 역순으로 법 위반을 잡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검찰과 특검은 국민연금의 찬성 과정을 위법으로 밝혀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무효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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