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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中 배터리 시장..LG화학·삼성SDI 돌파구는?

  • 2016.12.14(수) 15:27

중국 배터리 기준 강화..한국 기업 설 곳 없어
"글로벌 전략 다시 수립..유럽으로 눈 돌려야"

‘기회의 땅’이라 여겼던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배터리 수주 성과와 설비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열린 SNE리서치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확대 및 배터리 경쟁분석’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제혁 SNE리서치 상무는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중국 사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앞으로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의 높아지는 규제 장벽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삼원계 배터리(NMC, 니켈·망간·코발트)의 안전성을 이유로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중단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보조금 중단 조치로 현재 중국내 전기버스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반 전기차에 비해 수익성이 더 좋은 전기버스에 배터리를 탑재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내에서 삼원계 배터리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생겼지만 규제 완화 여부를 확신할 순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달 발표한 5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에선 기준이 더 강화됐다. 중국 정부는 중국내 배터리 연간 생산량 8GWh(기가와트시) 이상 및 무사고 기간 2년을 기준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국내 기업들의 진입 가능성은 더 낮아진 상태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명단에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은 전무하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제품을 탑재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수주 계약을 맺었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도 자국 기업에 배터리 생산을 요청하는 등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중국 기업과 맺은 수주 계약은 무용지물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그동안 공격적인 수주로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 다수의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며 이 시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연착륙을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의 쇄국정책으로 그 동안의 성과가 모두 날아갈 판이다.

 

이제혁 상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에 투자한 생산설비 등을 정리하거나 다른 활용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도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해 사업 전략을 바꿔야 하는거 아니냐는 고민이 시작됐다. 다만 아직은 이번 규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중국 내부에서도 기준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공장 문을 닫는다거나 기존에 수주했던 프로젝트 사업에 변동이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중국에서의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지속되는 만큼 이 사업을 포기하기는 이르다. 특히 최근 유럽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지역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실제 LG화학은 폴란드에, 삼성SDI는 헝가리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이제혁 상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럽 등 글로벌 진출 전략을 짜야 한다”며 “특히 앞으로는 배터리 가격을 얼마만큼 낮출 수 있느냐가 경쟁력인 까닭에 원자재 확보 및 내재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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