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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 유탄 맞은 `제약사`

  • 2016.12.19(월) 10:18

[기자수첩] 발기부전치료제 논란 등 곤혹
한미약품 기술수출 거품 논란 겹쳐 '산업육성 식을까' 걱정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재계를 곤혹스럽게 하는 상징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다. 이 재단들에 돈을 댄 기업들의 총수와 임직원이 검찰과 국회에 불려가 '대가성'을 추궁받았고, 특검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그룹처럼 최순실 게이트에 심각하게 얽히지는 않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스쳐지나가면서 직간접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 있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한미약품과 녹십자 등 제약사 이름은 민망하게 등장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슈가 불붙던 시점에 청와대가 발기부전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와 한미약품 팔팔정을 대량 구매한 것이 보도되면서 이 약품의 '용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가 "고산병에 대비해 구매했다"고 해명했지만 '세월호 7시간 의혹' 등과 얽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녹십자는 청와대가 태반주사 등 10가지 의약품을 집중구매한 사실과 회사가 운영하는 건강관리병원 원장이 대통령을 대리처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렀다. 

 

발기부전치료제, 태반주사, 줄기세포 시술 등 대통령과 측근들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모처럼 형성된 산업육성 분위기가 가라앉는게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 박근혜 대통령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의지에 힘을 실어준 한미약품 신약개발 성과도 도마에 올라있다.

 

◇ 눈총받는 '스타 제약사'

 

한미약품은 지난해 8조원대 신약기술을 수출해 '스타 제약사'가 됐다. 올해 9월에도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전했다. 이 소식은 2000년대 초반 바이오주 거품, 10년전 줄기세포게이트 이후 관심에서 멀어졌던 제약바이오산업에 '신약개발 신드롬'을 가져왔다. 국내 경쟁제약사 연구개발 담당자들은 "왜 한미약품처럼 못하느냐"는 내외부 눈총에 가시방석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요즘 한미약품을 보는 눈들이 곱지가 않다.

 

얼마전 검찰은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유출사건'에 대해 임원 등 4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내외부인 45명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지난 9월, 한미약품이 지난해 독일 베링거잉겔하임과 계약한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하기전에 정보를 주고받았거나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조사받았다.

 

베링거잉겔하임 계약 해지는 미공개정보 유출보다 더 큰 우려를 가져왔다. 9월 베링거인겔하임 계약 해지에 이어 10월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지연에 따른 생산연기, 12월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비만 바이오신약 임상지연 소식이 전해지자 기술수출에 거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기술수출 규모에 대한 착시현상

 

기술수출에 거품이 낀게 아니냐는 시선은 기술수출 규모에 대한 착시현상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5건, 총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식할 때부터 착시현상이 시작된다.

 

대체로 신약 기술수출은 크게 세가지, ▲계약금 ▲임상시험과 판매허가 등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 ▲의약품 판매시 매출의 일부를 받는 로열티 등으로 구성된다.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수출계약이 해지된 '올무티닙(HM61713)'의 경우 계약금 5000만달러(600억원 규모)-단계별기술료 6억8000만달러(약 8000억원)-판매시 매출의 일부를 받는 인센티브로 계약됐다.

 

이 소식은 "한미약품이 총 7억3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전해졌다. 제품 판매에 대한 인센티브를 빼고도 우리돈 8000억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지난해 한미약품 매출이 1조30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대박수준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과도한 기대가 발생한다. 신약기술이 제품으로 완성돼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까지 언제라도 실패 또는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통상 우리 제약사는 신약기술을 개발하면, 초기 임상시험을 한 뒤 기술수출계약을 한다. 글로벌임상시험은 시험대상자를 찾기도 어렵고, 최종 임상까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험과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가 감당하기 어렵다. 다국적제약사가 기술을 넘겨받아 마무리 임상을 한 뒤 판매독점권을 갖게된다.

 

다국적제약사라고 기술을 이전받은 모든 신약에 대해 최종임상까지 완료하기는 어렵다. 임상 자체의 어려움, 추가임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등 이유는 많다. 설사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해도 제품개발을 포기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가성비' 때문이다. 제품의 경쟁력이 낮거나 제품개발과 판매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시장 규모가 크지않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접는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유한양행의 기술을 넘겨받아 공동개발하던 차세대항궤양제(YH-1885)를 포기하면서 "유럽시장에서 경쟁제품에 비해 효과가 탁월하지 않다"는 이유를 댔고, LG생명과학의 퀴놀른계항생제 '팩티브'를 포기할 때는 "경쟁제품이 늘어나 시장이 크지않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손해봤지만 개발과 판매를 강행할 경우 발생할 손실을 막을 기회비용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에 대해 계약금만 확정된 수입으로 보고, 나머지는 진행상황을 계속 지켜보는 게 맞다.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규모는 7억3000만달러로 인식됐지만, 계약해지로 인해 10분의 1도 안되는 6500만달러 정도만 받았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지나친 기대감은 '毒'

 

기술수출 계약 해지에 이어 임상시험 차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기저기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전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신약허가를 허술하게 해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특히 베링거인겔하임이 포기한 폐암신약 '올무니팁'이 임상시험 과정에서 이상약물반응으로 사망한 환자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판의 강도가 높아졌다.

 

이같은 반응은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반증이다. 국내 제약사도 글로벌시장에 내놓을 신약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것이 주가에 반영됐고, 대통령과 정부가 산업육성을 더 강조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기대가 크다보니 이런저런 악재성 소식에 민감하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모처럼 만들어진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때문에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신약개발의 어려움과 실패 가능성에 대한 이해를 바라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에 대한 식약처 허가 논란이 한 예다. 이 논란의 핵심에는 1997년 도입된 조건부 허가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중증 암환자에게 신약을 통한 치료기회를 확대해준다는 목표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임상3상 종료전이라도 임상2상에서 효과가 높은 신약은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다.

 

제약업계는 임상 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나타난 부작용만 부각되면서 제도도입의 취지는 묻히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식약처도 "허가 당시에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말기 폐암환자에게 사용할만한 허가된 의약품이 없었다. 부작용의 위험보다 환자에게 기회를 줄 유익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 허가했다"며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신약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오랜시간이 필요하고, 언제 어떤 실패위험이 발생할지 모르는 '고난의 길'이다. 제약바이오기업 스스로나 정부, 투자자 모두 과도한 기대를 버리고 차분하게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 신약개발에서 지나친 기대감은 그 자체가 '독(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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