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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가 효성에 전해준 '선물'

  • 2016.12.26(월) 10:13

[기자수첩]우병우 전 수석 관련해 그룹 이름 등장
효성에 파상공세 펴온 '조현문 팀' 와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재계를 곤혹스럽게 하는 상징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다. 이 재단들에 돈을 댄 기업들의 총수와 임직원이 검찰과 국회에 불려가 '대가성'을 추궁받았고, 특검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그룹처럼 최순실 게이트에 심각하게 얽히지는 않았지만 직간접 영향을 받은 기업들이 있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효성을 최순실게이트 관련 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미르나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것도 아니고(정확히는 요구 받은것도 아니고) 최순실 일당과 직접 얽힌 일도 드러난게 없다.

 

그럼에도 효성이 언급된 건 지난달 30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첫날이다. 기관증인으로 채택된 김수남 검찰총장 등 대검 관계자들이 출석하지 않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효성그룹 형제의 난 변론을 맡고 자문료로 2억원을 받은 뒤 수임계를 썼는지 불확실하다"며 "이 부분을 검찰이 봐주고 있어 검찰총장이 못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는 2년동안 수임 자료와 처리결과 등을 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어긴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 모두를 피곤하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서 느닷없는 등장, 효성으로선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어 흥미롭다.

 

◇ 올해 겹경사..하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

 

효성은 올해 두가지 경사가 있다.

 

지난달 3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50살 생일은 의미가 남다르다. 통계청이 2015년말 기준 법인세를 내는 영리법인을 조사했더니 전체 58만5118개 기업중 50년 이상된 기업은 0.2%인 1001개에 불과했다. 효성과 같은 제조업 기업 중에는 0.2%, 대기업에서는 5.2% 정도가 50년 이상 기업이다. 50년을 살아남는 기업이 매우 드물다는 얘기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효성은 올해 사상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9500억원으로 사상최대 이익을 냈는데,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서며 최대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0년 생일을 맞은해에 사상최대 이익을 내는 겹경사다. 떠들썩하게 자랑은 하지않더라도 자축파티는 할만한데 조용히 기념식만하고 끝냈다. 

 

효성 내부에서는 "조석래 회장의 건강이 좋지않은 때문" 정도로 설명할 뿐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조 회장의 건강뿐 아니라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가족 경영분쟁'과 '분식회계와 탈세 재판'에 주목한다. 경영분쟁은 효성 조석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아버지와 형제들을 상대로 벌여온 각종 고발과 소송건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떠나면서 갖고 있던 효성지분 7% 가량을 기관투자가들에 전량 처분해 1300억원을 확보했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처분으로 오너가 지분율이 26%로 줄어들자 다른 형제들이 부랴부랴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사들여야 했다.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조 부사장은 ▲효성토요타 등 4개 회사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신청 ▲신동진과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이사 사임 등기절차 소송 ▲두미종합개발 주총결의 무효확인 소송 ▲조현준 사장 등 효성 전현직 임직원 횡령 및 배임혐의 검찰고발 등 공세를 펴왔다.  조현문 전 부사장측은 회사 내 경영비리를 바로잡으려다 팽 당했다고 주장했고, 효성측은 경영권 경쟁에서 밀린데 대한 보복이라고 대응했다.

 

이 와중에 효성그룹은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고발로 조석래 회장 등 오너일가가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게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효성에 대한 국세청 조사는 MB정부 수혜기업에 대한 조사라는 얘기와 함께 조현문 전 부사장 개입설도 나왔다. 조석래 회장과 세 아들 모두 조사를 받았는데, 결국 조 회장과 조현준 사장만 불구속 기소됐다.

 

조 회장은 올해초 1심에서 횡령과 배임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지만 분식회계와 조세포탈은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조현준 사장도 횡령 건에 유죄를 받아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효성은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 IMF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가족분쟁의 반전...악재 털고 새 반세기 시작할까?

 

짧지않은 기간 가족분쟁에 분식회계 재판까지 겹친 효성그룹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아직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 재판이 끝나지 않았고, 조현문 전 부사장에서 촉발된 분쟁도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하반기들어 조현문 전 부사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로 내부에서는 다소 기대섞인 얘기가 나온다.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의혹 조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 의혹조사가 진행되면서다.

 

두가지 조사 과정에서 조현문 전 부사장의 효성에 대한 파상공세 뒤에 '밀착 팀'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우병우 전 수석,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전 대표, 김준규 전 검찰총장 등이다.

 

▲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우 수석은 2013년부터 조현문 전 부사장의 변론을 맡았고, 2014년 효성 계열사 장부열람을 요구하는 등 개입했다. 또 민정수석 시절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 경영진을 고소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서 특수4부로 다시 배당된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수환 전 대표는 조현문 전 부사장과 효성그룹간 분쟁에서 홍보를 맡았는데 조 부사장의 효성공격 전반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준규 전 총장은 법률 자문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큰 대가를 받고 '팀'을 이뤄 효성그룹 공격을 기획하고 자문하고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우병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사건수임 뒤 신고를 하지 않았다거나 직권남용을 했다는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돼 있다. 박수환 전 대표는 대가를 받고 대우조선 경영진 인사에 개입하고, 법률사무를 대행하는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표의 변호사법 위반과 관련해 거래했던 기업 4~5곳도 압수수색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한때 경영했던 동륭실업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추진했지만 불응하고 외국에 머물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에 공세를 가하는데 협력했던 '팀'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의 가족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분쟁을 이끌어갈 추진력도 떨어졌고 주요 인물들이 각종 비리의혹에 얽혀있어 조 전 부사장이 제기한 명분도 퇴색됐다는 얘기다. 효성 내부에서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7년, 효성그룹은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첫해를 맞는다. 몇년 동안 그룹을 짓눌렀던 두가지 이슈를 털고 새출발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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