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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재계 키워드]⑦벼랑에선 중후장대 '서바이벌 경쟁'

  • 2016.12.26(월) 06:22

침체된 조선·해운 내년에도 '빨간불'
철강은 긍정적‥일시적 호조 우려도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온다. 재계는 올해보다도 훨씬 힘든 경영 환경과 마주해야 한다. 세계 경제회복이 더딘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태에 빠져있다. 내년 예상되는 주요 경영 변수를 정리해본다. [편집자]


조선, 철강, 해운 산업에게 올해는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한 해였다. 특히 조선과 해운은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단행할만큼 업황 부진이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조선업의 경우 도크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해운업은 국적 해운사 2곳 중 한 곳이 무너졌다.

철강은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글로벌 철강업황 부진의 근원이었던 중국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중국의 공급과잉 해소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언제 또다시 공급과잉의 한파가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년 중후장대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다.

◇ 조선업, 더욱 깊어지는 시름

조선업이 당면한 과제는 수주 절벽 해소다. 현재 글로벌 조선 경기는 발주 감소와 더불어 수주잔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선주사들이 지갑을 닫았다. 선박 발주가 없자 조선업체들은 과거 수주한 물량으로만 버텨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28% 수준인 1048만CGT에 그쳤다. 특히 지난 11월 발주량은 49만9000CGT로, 클락슨이 집계한 이래 월간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50만CGT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5월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선박 발주량이 줄자 수주량도 감소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랜 기간 수주 1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수주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준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일본과의 격차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1월 한국의 수주량은 163만CGT였다. 1위 중국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일본은 112만CGT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 자료:클락슨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주잔량 감소다. 클락슨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전세계 수주잔량은 8778만CGT다. 이는 2004년 11월말 이래 12년만에 최저치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046만CGT로 13년 5개월만에 최저수준이다. 문제는 수주잔량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조선업은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정부는 일단 개별 기업에게 구조조정을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소위 조선 빅3는 현재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전반적인 조선업황이 침체돼있다 보니 개별기업들의 구조조정도 큰 성과를 내기가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 등에서는 내년에도 조선업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조선업의 부진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심각한 부진이 예상되는 업종 중 하나로 조선업을 꼽았다. 연구소는 "경기 사이클, 공급과잉, 중국 내 구조조정, 미국 대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조선과 해운이 가장 바닥에 위치한다"고 밝혔다.

◇ 해운업, 여진히 벅차다

올해 여러 업종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해운업만큼 한파를 맞은 업종은 없었다. 해운업에 몰아친 한파의 원인은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기 침체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국가간 물동량 이동이 줄었다. 물동량이 줄자 이를 운반하던 선박이 필요없게 됐다.

하지만 과거 해운업 호황기 시절 발주해둔 선박은 계속 건조됐다. 결국 옮길 물건은 없는데 배만 많아진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해운업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불황 타개를 위해 대형 선사들은 저가 운임 정책을 펼쳤다. 이는 운임 하락 현상을 부추겼고 중소 해운사들은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해운업 불황은 간신히 버티고 있던 국내 선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진해운은 결국 버티다 못해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청산 이야기가 나온다. 한진해운발(發) 물류 대란이 야기되면서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우여곡절끝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현대그룹의 품을 떠나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다. 이제 유일하게 남은 국적 선사가 됐다. 현대상선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해운 얼라이언스 가입 문제 등으로 여전히 잡음이 많은 상태다. 현대상선은 재도약을 위해 바쁘게 뛰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내년 해운업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좋지 않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뎌서다. 여전히 공급과잉 현상은 지속되고 있고 대형 선사들을 중심으로한 업계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각종 운임 지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업과 함께 내년도 가장 우려스러운 업종으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터널 속에 있다"면서 "내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로지 버텨야만 하는데 문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 정부 차원의 탄탄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일어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 철강업, 안심하기는 일러

올해 철강업은 상대적으로 여타 중후장대 산업에 비해 사정이 괜찮았다. 그동안 글로벌 철강업황은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 발전에 발맞춰 중국 철강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면서 글로벌 철강업황 부진은 시작됐다. 중국 업체들의 무분별한 생산으로 글로벌 철강 시장은 공급과잉에 시달렸다.

수년간 지속된 중국의 공급과잉 현상은 올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단행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올해 초 철강업체들의 염원이었던 제품 가격 인상이 현실화됐고 국내 철강업체들도 오래간만에 기지개를 펼 수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에 4년만에 '1조 클럽' 재가입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등 주력 분야에 대한 집중으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동국제강도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글로벌 철강업황 부진 속에서 이뤄낸 성과들이라 의미가 컸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여전히 글로벌 철강경기는 어려움 속에 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업황 회복을 논하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강도있게 지속될지가 가장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업황 회복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틈타 또 다시 과잉 생산에 나서게 되면 국내 철강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감당할 수 없는 잉여 물량들을 가까운 우리나라로 풀어내면 국내 철강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때문에 현재의 일시적인 시장 회복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철강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실제로 대규모 감산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상대적으로 여타 산업에 비해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한데다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따라서 내년은 올해에 비해 수익성 확보가 예년에 비해 다소 수월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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