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들의 정기인사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에 따라 인사폭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류는 '세대 교체'다. 기존 경영진들이 대거 물러나는 경우도 있고, 중간 임원진들을 젊은 세대로 채우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차, 롯데 등은 연내 정기인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영향과 함께 내부 조직개편 이슈가 맞물려 있는 상황도 있다. 이들 기업들도 전체적으로 세대교체라는 기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SK 대대적 세대교체..LG 등 젊은 임원진 강화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SK다. 당초 변화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 결과는 대대적인 세대교체였다. 60대 이상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물러나고 50대 CEO들이 배치됐다.
SK그룹 최고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터 각 위원장들이 대부분 교체됐다. 의장을 맡은 조대식 사장은 최태원 회장과 동기동창으로 만 56세다. 일부 위원장을 제외하고 60년대 초반 CEO들이 위원장을 맡았다. 관계사 CEO들도 모두 50대로, 최태원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배치됐다.
SK네트웍스 사장으로 64년생인 박상규 부사장을 승진시킨 것도 주목받고 있다. 박상규 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만에 사장으로 발탁됐다. SK가스나 SK루브리컨츠 등도 모두 60년대생 사장으로 채웠다. SK그룹의 이번 인사는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한 경영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그룹은 부회장으로 승진한 LG전자 조성진 사장외에 계열사 CEO 교체가 없었다. 눈에 띄는 점은 부회장과 사장 승진은 줄어든 반면 전무와 상무 승진을 늘리며 젊은 임원진을 늘렸다는 점이다.
최연소 신규임원은 조영삼 LG전자 상무로 77년생이었고, 만 43세 미만 상무 5명, 50세 미만 전무 5명 등 젊은 임원들이 발탁됐다. LG그룹은 총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확대했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110명의 퇴임을 통해 임원 규모를 유지했다. 계열사 CEO들보다 임원진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한화그룹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주)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에 임명된 이민석 부사장은 63년생, 한화테크윈 시큐리티부문 대표이사인 이만섭 전무는 60년생이다. 한화63시티 대표이사를 맡은 김광성 전무도 64년생이다.
GS도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이 GS글로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GS 오너 4세중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은 허세홍 부사장은 69년생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임원 인사에서 전체 임원의 20%를 교체했고, 신규 선임 임원의 절반을 40대로 선임하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 삼성·현대차·롯데 '내년으로'
반면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은 아직 정기인사를 못하고 있다. 올해안에 인사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대가성 지원 의혹을 받고 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별검사 수사에 대응하느라 인사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재용 회장이 공언한대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도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 부당 지원 의혹에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이 소환되고, 이재용 부회장 역시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인사가 연기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인사폭이나 대상 등이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도 매년말 단행하던 인사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국정조사 청문회 출석, 특검 조사 등의 영향을 받아 인사관련 작업이 지연된 결과다. 현대차는 올해 실적이 부진한 만큼 예년에 비해 승진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내년 2월부터 모든 계열사들을 4개부문으로 나누고,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만큼 관련 인사 역시 조직개편과 함께 단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책본부 축소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조율에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