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기업 사회적책임 활동 현주소는

  • 2017.02.13(월) 10:06

2015년 주요기업 2조9020억 지출
취약계층 지원 많아..문화체육 지원 증가 추세
재원 부족·선심성 지원요구 등 저해요인

 

한국에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과거 산업화 시대 급속성장 시기를 지난후, 기업들의 사회적책임이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공헌 활동도 주목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업들도 단순한 지원 일변도의 사회공헌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을 넘어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인식의 변화가 작용한 결과다.

 

다만, 아직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바라보는 안팎의 인식이나 관련 규제 등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 산적한 것도 현실이다.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제시한 용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V, Creating Shared Value)과 구별된다. CSR은 기업의 이익과 관계없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CSV는 기업과 사회적 약자 혹은 지역사회가 함께 경제적 이익이나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개념이다.)

 

◇ 사회공헌, 이미 수조(兆)원 영역

 

사회공헌은 통상 개별적으로 수행되는데다 분야 또한 다양해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의 역사가 짧고, 아직 대기업 위주의 활동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주요기업들의 활동을 통해 전체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하는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주요기업 255개사의 사회공헌 지출은 총 2조9020억5073만원으로 집계됐다. 1개사 평균 지출규모는 113억8059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 6.8% 증가했다.

 

 

주요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지난 2000년 이후 급속하게 증가해왔다. 2000년 7000억원을 소폭 상회했던 지출은 2002년 1조원을 넘었고, 2007년까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2008년에는 2조1601억원으로 첫 2조원 시대를 열었고 2011년에는 3조원도 돌파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 3조2534억원이 가장 많은 수치다.

 

가파르게 증가하던 사회공헌 지출은 2013년 경기침체 영향 등을 받으며 다시 2조원대로 내려갔고, 2014년 역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2015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3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전경련은 사회공헌 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요인을 ▲지역기반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 ▲청년지원 프로그램 확대 ▲내수활성화 사업추진 등으로 분석했다.

 

전경련 백서에 따르면 매출의 0.1%~0.5% 정도를 사회공헌에 지출한 기업들이 가장 많았다. 전체 기업들중 42.4%가량을 차지했다. 1% 이상을 지출한다는 기업은 18개로 7.1%, 0.02% 미만인 곳은 35개로 13.7%로 나타났다. 연도별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은 2011년이후 2년간 감소했지만 2013년부터는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비율은 0.19%로 집계됐다.

 

 

◇ 취약계층·교육 분야·문화체육 집중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취약계층, 교육분야, 문화체육 등 3대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전체 사회공헌 지출 중 이들 3대 분야는 70.3%를 차지했다. 2014년과 2015년은 각각 63%, 67.4%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공헌 지출은 최근 비중이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지난 2009년의 경우 취약계층에 대한 지출이 전체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이후 다른 분야 지원이 확대되며 30% 안팎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취약계층 지원은 전체의 33.5%를 차지, 전년의 29.5%에 비해 증가했다.

 

취약계층 지원은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온 영역이고, 사회가 복잡·다변화되면서 지원분야와 대상이 세분화되며 지출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최근 3년의 경우 교육분야에 대한 지출은 감소한 반면 문화체육의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분야 지출은 2013년 23.7%에서 2014년 18.2%, 2015년 17.5%로 낮아졌다. 문화체육은 같은 기간 12.7%에서 15.3%, 16.4%까지 높아졌다. 전경련이 분야별 지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삶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문화예술을 수단으로 활용한 교육·치유 프로그램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사업파트너는 비영리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를 선택하는 경우가 31.7%로 가장 많았고 정부나 지자체와의 협업도 21.6%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성을 가진 비영리단체와 협업하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필요성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기업들이 단독으로 수행하는 비율은 28.4%로 나타났다.

 

지원형태도 시설건립이나 물품 등 하드웨어 지원은 18.6%, 심리치료나 경제교육 등 소프트웨어 지원은 29.1%인데 반해 혼합형은 52.3%에 달했다. 기업들이 단순한 지원보다 프로그램 연계를 통한 다각적 지원을 추진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갈 길은 멀다'

 

역사가 짧지만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성숙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경련 백서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사업 추진기간은 '4~6년'이 36.2%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사회공헌프로그램 평균 나이는 8.1세로 조사됐다. 10년 이상 프로그램은 29.7%로 조사됐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들도 여전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안팎에서 다양한 장벽들과 마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경련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부적으로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는 '자체사업을 위한 예산부족'이라는 응답이 22.1%로 가장 많았다.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이나 외부협찬 요구 등으로 인해 자체사업 추진을 위한 실질적인 재원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또 내부 임직원 관심부족(21.4%)과 단기 성과위주 평가(17.5%)도 주요 저해요인으로 제시됐다. 특히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기업 내부적으로도 사회공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외에 이슈에 대한 전문성 부재, 담당인력이나 조직 축소·부재, 전사차원 기획기능 부재 등도 내부적인 저해요인으로 꼽혔다.

 

 

외부적으로는 '외부의 선심성 지원 요구'라는 답이 40.3%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권의 무상복지 공약이나 선심성 정책으로 무상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가진 자', '눈먼 돈' 이라는 인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무관심(14.7%), 반기업 정서로 인한 왜곡된 시선(13.9%), 사회문제에 대한 체계적 정보 부족(12.4%) 등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제시됐다. 그밖에 외부기관과의 파트너십 어려움, 법·제도로 인한 제약 등도 저해요인으로 꼽혔다.

 

전경련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기업들도 단순 기부나 일회성 외부 협찬보다는 기업의 핵심가치와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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