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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체감물가는 왜 통계치보다 높을까

  • 2017.02.10(금) 10:49

①평균의 함정 ②심리적 요인
맞춤형 지표, 계절조정 반영 등 개선 필요

"기본적으로 물가는 평균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단에 있는 사람들의 체감물가는 물가지수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많이 쓰는 물건 가격의 상승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심리적 요인도 체감물가에 영향을 준다." -지난 8일 유경준 통계청장
 
유경준 통계청장이 ▲평균의 함정 ▲심리적 요인 등 크게 2가지 이유를 들어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 현상에 대한 해명에 나섰습니다. 
 
통계청이 2017년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이라고 발표하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지수라는 비판이 쇄도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초와 비교해 1만원짜리 물건 값이 1만200원으로 달랑 200원 올랐다는 것인데, 달걀 값만 해도 2배나 뛴 상황에서 이를 못 믿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통계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유 청장이 밝힌 평균의 함정과 심리적 요인이 어떻게 이 같은 괴리를 낳는지 살펴보죠.
 
▲ 출처: 아이클릭아트

# 평균의 함정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 마크 트웨인이 통계의 한계를 강조하기 위해 영국의 42대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통계관련 경구인데요. 이 같은 말이 나온 건 '평균'으로 나온 통계치가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는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대표 품목을 토대로 측정한 평균값입니다. 대표 품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상을 반영하기 위해 5년마다 1번씩 갱신되고요. 대표 품목은 ①농어가를 제외한 전국 가구가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하고 ②같은 종류 중 가격 대표성을 띠고 ③주기적인 가격조사가 가능한 품목 가운데 선정됩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 정해진 460개 대표 품목을 기준으로 측정됐는데요. 통계청 직원들은 매달 38개 도시의 2만5000개 도·소매점에서 이들 품목의 가격을 수집하고 품목별 가중치를 부여해 평균을 냅니다. 460개 품목의 가중치 합은 1000입니다.
 
그런데 각 개인의 소비 패턴은 함께 사는 가족의 수, 사는 지역, 소득 등 처한 환경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30대 싱글 여성 직장인과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50대 기혼 남성 사업자가 구매하는 품목과 장소, 가격 등이 같을리 만무하죠. 그럼에도 평균치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반영되지 않아 괴리를 낳는 겁니다.
 
▲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에는 남자·여자의류, 아동복 등이 포함돼 있다. 아동복을 구매하지 않는 1인 가구 등 개별 가구의 소비 패턴은 반영되지 않는다. 출처=통계청 '나의 물가 체험하기' 서비스 화면 캡쳐.

# 심리적 요인
 
"어떤 사람이 정장과 스웨터를 사고 싶다고 할 경우 점포 판매원들은 정장부터 보여 주라고 교육받는다. 비싼 값을 치르고 고급 양복을 구입한 후에는 스웨터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국인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대조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입니다. 같은 가격의 물건도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더 싸거나 비싸게 느껴진다는 게 골자인데요. 이는 사람들이 물가를 인식하는 방식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합니다.
 
편의점에서 가공식품 위주로 쇼핑을 하던 A씨가 올해부터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면 A씨는 실제 물가 변동과 관계 없이 장바구니 비용이 저렴해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반면에 늘 똑같은 마트에서 장을 보던 B씨는 유독 값이 많이 오른 것이 눈에 들어와 실제보다 물가가 더 올랐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이처럼 체감의 정도라는 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조류독감(AI)의 여파로 달걀 값이 폭등해 "체감물가가 치솟았다"는 등 이야기가 나왔지만 달걀을 자주 사먹지 않았거나 달걀 값에 예민하지 않는 소비자라면 이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겁니다.
 
통계청은 2016년 1월 체감물가지수를 처음으로 발표했는데요. 이 또한 가격이 오른 품목의 가중치를 임의적으로 조정한 수치에 불과해 '체감물가'라는 이름에 부응하지 못합니다. 지난달 체감물가지수는 기존 물가지수(2.0%) 보다 1.1~2.1%포인트 높은 3.1~5.1%로 집계됐는데요. 가격이 오른 품목의 가중치를 기존 보다 1.5~2.5배로 늘려 잡아 구한 평균치입니다.
 
# 괴리 줄이기
 
"사기 진작과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일반 공무원 봉급을 기본급과 수당 등을 포함해 평균 3.5% 인상하기로…"
 
올해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봉급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용입니다. 이처럼 물가지수는 임금과 공공요금 등을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요. 물가상승률이 터무니 없게 낮게 잡힌다면 이와 직·간접적으로 연동되는 국민들의 임금 인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죠. 
 
통계청은 '맞춤형 지표 작성'과 '대표 품목 갱신주기 축소' 등을 물가지수와 체감물가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원인으로 지목된 평균의 함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선데요. 가구·지역·소득 등 계층별 물가지수를 보조지표로 활용한다면 현실 물가 추세를 읽는 데나 관련 정책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물가지수에 계절조정(seasonal adjustment)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합니다. 계절조정은 생활 관습 등으로 인해 매년 같은 시기에 나타나는 '시즌 특수'를 제거하는 통계상 과정을 뜻하는데요. 설을 맞아 반짝 늘어난 마트 매출을 두고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석하면 틀린 말이 되는 것처럼 아무런 조작을 거치지 않은 수치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뤄지는 절차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물가지수는 3대 경제지표(고용·물가·생산) 가운데 유일하게 계절조정을 거치지 않는 지표입니다. 미국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할 때 계절조정분과 계절미조정분을 함께 발표하는 것과 상반되죠.
 
미국에서는 해마다 각 품목에 적용할 월별 계절조정지수 테이블을 만들어 놓고, 매달 CPI가 집계되면 테이블을 토대로 계절조정 작업을 합니다. 실 집계치에서 계절조정지수를 나누는 과정인데요. 지수가 작을수록 실 집계치에 추가 반영해야 하는 물가상승분이 크다는 의미로, 계절성이 반영된 물가상승률은 집계치보다 높아집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국내에서도 고용과 생산지표에서는 이미 이뤄지고 있는 절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지수에도 도입할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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