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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차이니즘]⑤中시장 접근법 "병목을 노려라"

  • 2017.02.10(금) 15:00

중국기업과 경쟁 않는 분야 포착해야
직접경영서 지분투자로 전환검토 필요

중국의 변화가 한국 기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홍색 공급망' 구축이 현실로 바짝 다가오면서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이 자기완결적 경제 생태계를 꾸리면, 우리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제품의 조립을 담당하던 중국이 핵심 제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직접하고 자체 브랜드 구축으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 나설 경우 타격은 크다. 또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한 양질의 폭풍성장 사례도 속속 발견되면서 우리 기업은 예측불허의 경쟁에 직면했다.


변화의 속도는 올해 더 빨라질 전망이다. 장샤오징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 부주임은 작년 말 열린 '한중 경제 포럼'에서 "2017년은 공급측 구조개혁의 5개 과제인 공급과잉 해소, 재고 해소, 레버리지 축소, 비용 경감, 유효공급 확대 개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중국 기업과 경쟁?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어라'

중국 중심으로 구축되는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이 대응하려면 대체 불가능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기업은 한정돼 있다. 없던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중국의 규제와 산업 환경에 일단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코트라가 최근 발간한 '2017년 지역별 수출 전망 및 시장 여건' 보고서를 보면, 올해 중국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자국산 제품 경쟁력 향상과 중간재 국산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간재 수입은 감소하지만, 하이테크 분야 핵심부품 수입은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올해는 중국의 석유제품 환경 기준이 강화되고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면서 석유제품과 철강, 화물 트럭, 건축 강재, 시공 기계 등의 분야는 국내 기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일반 정밀기계,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은 중국 기계 산업 발전과 수입 수요 대체, 현지 생산 확대와 연비규제 강화에 따라 부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경착륙 우려가 높았던 중국 경제는 올해 5.6~6.5% 성장할 전망"이라며 "관세 인하 기조에 따라 한국산 소비재의 단가 하락과 한중 FTA에 따른 시장 진입 기회가 증가할 수도 있으나, 사드 배치와 불법조업 문제 등 정치 외교 갈등으로 인한 한국 기업 제재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 /prtsy201@

 

◇ "자기완결적 생태계에도 병목은 있다"

 

중국 기업들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갑자기 성장해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레노버가 IBM의 PC사업부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한 게 대표적 사례다. 금융시장 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중국의 해외 M&A 규모는 1739억 달러에 달한다.

 

예측불허의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기업에 대응해 기술력과 브랜드, 자금력을 통한 경쟁을 시도하는 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부 기업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런 자본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구축하려는 자기완결적 생태계에서 아직은 병목이 발생하는 곳, 즉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영역을 포착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기회가 마련된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신산업 고도화 수요에 발맞춰 고급 친환경 공장설비와 기계·도구·원료 등 자본재를 수출하거나 중국인의 소득 수준 변화에 따른 여가, 문화 콘텐츠 등 미래 수요를 예측해 대응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예를 들어 커넥티드 카의 경우 하드웨어와 임베디드 시스템(특정 요구사항의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는 국내기업과 IT 서비스와 콘텐츠 등에 강점이 있는 중국이 협력해 플랫폼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인 가상현실(VR) 시장에는 중국이 적극 뛰어들고 있으므로 국내 기업은 원천기술 확보로 우위를 점하는 한편, 플랫폼과 기기 제조 등의 영역에선 협력을 꾀하는 전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갖추고 있는 공장의 이전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충고다.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에도 어차피 세계의 시장인 중국에 가서 물건을 팔아야 하므로 물류 등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건비 증감에 휘둘리는 노동집약적 기업을 아직도 중국에서 영위하는 경우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각 사업 부문 중 정리할 곳과 중국에 남길 곳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젠팡 중신증권(CITIC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기술 진보와 혁신을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향후 5년간 중국 산업발전 동력이 요소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전환되고, 제조업의 서비스화 전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직접경영→지분투자…"아이디어를 팔아라"

중국에서 발생 가능한 각종 리스크를 회피하면서도 돈을 벌고 싶다면 한국 기업이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현지경영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현지기업에 경영권을 넘기고 지분투자 등으로 전환, 이익을 거두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훈을 남기고 있는 사례로 삼성생명이 거론된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5년 중국항공과 합작해 중국 현지에 생명보험사를 설립했으나, 난항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15년 중국은행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삼성생명은 2대 주주로 내려왔다.
하지만 중국계 금융사로의 인식 전환과 금융사 간 시너지 효과 등으로 인해 매출 성장 등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랜드도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 기업 브이그라스(V-GRASS)에  51억3000만위안(한화 약 877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신설되는 법인의 지분 10%를 보유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런 지분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텐센트가 넷마블, 카카오에 지분 투자하고 있는 방식을 국내 기업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이런 경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전문연구원은 "국내에 중국 기업 정보가 많지 않고 중국이 투자를 했다가 특정 목적을 회수한 뒤 철수하는 경우도 있어 지분투자와 관련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완성품을 중국에 파는 방식도 좋겠지만, 더 나아가 스타트업(신생 벤처) 등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중국에 파는 구조로의 전환도 검토할 만하다.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뒤 '알파고'를 선보였는데,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 딥마인드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과정에선 기업을 제값 받고 사고파는 분위기 조성도 요구된다. 국내 대기업부터 협력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는 행태에서 벗어나 합당한 가격을 주고 인수에 나서는 등 건전한 M&A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M&A가 시도되기도 전에 인력 유출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인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의 영역만 봐도 중국의 추격이 워낙 빠르고 중국 지방 정부의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도 매우 크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도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해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비즈니스모델을 빠르게 내놓고 있으므로, 정부의 신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밀하고 빠른 스타트업 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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