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다섯가지 쟁점...재계 주장은?

  • 2017.02.13(월) 19:08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 강하게 반발
한경연 "투기자본 놀이터 전락 우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추진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상법개정안의 다섯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자료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상법개정안은 경제민주화 달성보다는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비판한 상법개정안은 크게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다섯가지다.

◇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경영감시" vs "외국 투기자본 악용”


더불어민주당은 상법개정안에서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분리선임하도록 하고, 이중 '감사위원이 될 이사' 에 대해서는 표결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했다. 

 

현재는 주총에서 일반이사를 일괄선임한 뒤, 이사들중에 감사위원 후보에 대해서는 별도 안건으로 다시 찬반을 묻는다. 이때 대주주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개정안대로면, 애초부터 주총안건에는 '일반이사 선임건'과 '감사위원이 될 이사 선임건'은 별도 안건으로 상정돼야 하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선임건'에 대해서는 대주주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전자의 경우 이사 선임에서는 통과했지만 감사위원은 부결될 수 있는데, 후자는 감사위원 부결이 되면 이사선임 자체도 안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기업은 이사회 멤버구성부터 어려워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에 대해 “외국계 투기자본은 일명 ‘지분쪼개기’로 3% 제한을 회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 있더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헤지펀드인 소버린과 SK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은 지분을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게 하고 모든 의결권을 행사한 반면 SK 최대 주주측은 의결권 행사를 3%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여기에 분리선임을 강제해 이러한 제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개정안은 주주의 이사선임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 집중투표제 의무화..."소액주주권 보호" vs "원치않아도 강제, 사적자치 훼손”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주주총회에서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를 이사후보자 1인에게 집중하거나 후보자에게 분산하여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는 기업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시킬 수 있다.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한경연은 “소수주주들이 원한다면 정관에서 배제하기 쉽지 않아 사실상 현재도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법개정안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해 다수의 주주가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시행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민사법상 사적자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실시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며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외국 투기펀드들에 의해 우리 기업이 많은 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불법행위 감시" vs "지주회사제도 큰 타격”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국내 대규모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보면 소수의 상장모회사가 비상장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소수 지분만으로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해지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경영판단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경연은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75%를 넘는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주회사를 선택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특정한 영업부문에 대한 주주의 영향력을 단절시키는 데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에 의해 복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그룹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는 것은 회사의 법인격을 무시하는 것으로 지주회사제 자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근로자이사제 도입..."근로자 경영감시" vs "주주평등주의 무력화”


근로자이사제란 우리사주조합에 선임권을 줘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경연은 “우리사주 조합에게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는 것은 특정 집단(우리사주조합)에 속하는 주주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회사법의 기본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지분율을 충분히 보유한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은 제한하면서 일부 주주에게는 1주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이사제는 주주가치의 제고와 빠른 국제경쟁력 확보가 요구되는 현대 기업 활동, 특히 벤처기업이나 IT기업 체제에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채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통 제조업이 강하고 사회적 시장경제체제, 은행자본주의가 근간인 유럽의 경우에는 맞을지 몰라도, 자유시장경제체제하의 주식시장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 전자투표제 의무화..."소액주주 의결권 보장" vs "실효성 크지 않아”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 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를 막고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한경연은 “전자투표제 활용으로 소수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가 현격히 중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국내기업에서 실제 전자투표로 행사된 주식비율은 2015년 1.62%, 2016년 1.44%에 불과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돼 전자투표를 의무화한다고 해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업무나 리스크 등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 비판했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전자투표제는 현상법과 같이 개별 회사의 요구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소수주주의 참여를 독려하는 유인을 마련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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