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화전쟁]③"수출물가 오른다" 산업계 비상

  • 2017.02.15(수) 10:44

달러-원 화뉼 하락에 수출기업 '울상'
항공·식음료는 '굿'‥원화 강세 지속 전망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부터 우려됐던 환율전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전면을 내세운 트럼프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한국도 그 포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정책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은 상태이고 산업계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발 통화전쟁의 실체와 향후 구도를 3편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미국에 트럼트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자 국내 산업계가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 때문이다. 주로 수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 온 국내 주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이 반갑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약달러 시사에 따라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각 기업들은 롤러코스터 환율에 대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갈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약달러 기조를 반기는 곳도 있다. 항공이나 식음료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원재료를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이 반갑다.

◇ 깊어가는 시름

국내 기업들이 달러-원 환율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은 이익과 직결돼서다. 대표적인 수출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이 경제를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내수보다는 수출에 치중하고 있다. 지금껏 그렇게 성장해왔고 향후 비전도 수출에 있다.

따라서 달러-원 환율의 변동에 민감하다. 수출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원화 강세, 즉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수출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다. 달러-원 환율 하락은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는 요인이다. 

▲ 단위:원.

최근 3개월간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을 보면 국내 기업들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의 달러-원 환율 영업 기준치는 대체로 1100원에서 1050원선이다. 올해 경영 계획을 달러당 1100원에서 1050원선에 두고 잡았기 때문에 이보다 떨어지는 순간부터 손해다. 그런데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약달러를 지향하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12월 28일 달러당 1212.5원을 기록한 이래 계속 내리막이다. 현재는 달러당 1137.6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불과 한달 보름여 만에 고점 대비 약 6.6% 가량 하락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기업 타격 문제는 매년 있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미국이 앞장서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약달러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대(對)미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악재일 수밖에 없다.

◇ 자동차·전자 '울상'

원화 강세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단연 자동차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를 하기도 하지만 수출 물량도 만만치 않다. 전체 판매량의 약 70~80% 가량이 수출 물량이다. 따라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큰 피해를 입는다.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약 1200억원의 매출액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경우 약 800억원 정도다. 현대·기아차 합계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손실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작년 실적이 급감한 상태다. 현대차는 작년 영업이익이 6년만에 5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매년 환율 변동이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달러-원 환율이 아닌 신흥국 통화의 환율 변동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신흥국 수요 부진과 환율 불안은 여전히 현대차를 괴롭히는 악재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 하락까지 겹치게 되면 현대차의 올해 실적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최근 본사와 해외 법인간의 환율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채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환율 뱐동을 예의 주시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전자 업계도 힘들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4분기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전기대비 약 3000억원 가량의 환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정반대다.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700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도 수출 물량에 대한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는 만큼 환율 하락은 큰 타격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약 8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셈법으로 약 800억원 가량의 손실을 각오해야하는 상황이다.

◇ 항공·식음료 "고맙다, 환율 하락"

반면 달러-원 환율 하락이 반가운 곳도 있다. 대부분 해외로부터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곳들이다. 항공업종과 식음료 등이 대표적이다. 항공 업종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 항공유를 종전보다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 또 해외 여행 부담이 줄면서 여객 수도 늘어난다.

항공 업종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서 항공기를 빌려쓴다. 따라서 외화 차입금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달러-원 환율이 떨어지면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약 2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식음료 업체들도 달러-원 환율 하락의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식음료 업체들은 대부분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밀가루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국제 곡물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이는 식음료 업체들의 수익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다.


아울러 식음료 업체들은 최근들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원료 구입 비용 감소에 제품 가격 상승까지 겹쳐지면서 식음료 업체들의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는 곡물 수입 재료비 부담을 완화시키고 외화부채 관련 손익을 개선해 식품업체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다.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달러-원 환율 하락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변수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약달러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요인은 트럼프발(發) 달러 약세 압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달러화가 강세보다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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