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하이는 전기로 달린다

  • 2017.02.21(화) 10:56

[리셋 차이니즘]⑫中전기차 시장 대중화 전략
정부 보조금 축소 이후 성장 여부는 지켜봐야

[상하이=노명현 기자] ‘소리 없이 강하다’

 

20여년 전 국내 중형 자동차 모델의 광고 문구다. 당시 이 모델은 경쟁차보다 엔진 소음이 적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타 본 전기버스의 느낌이 그랬다. 엔진(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진동이 전혀 없어 시동이 걸려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했다. 출발 순간 움직임은 부드러웠으며 주행 시에는 바퀴가 노면에 닿는 소리 정도만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버스가 내뿜는 검은 연기가 전혀 없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 중국에서 전기버스 보급이 한창 진행 중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직접 타본 전기버스는 소음과 매연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상하이는 전기차의 도시

 

‘테슬라가 온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비야디(BYD)가 우리나라 진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전기차 시장이 들뜨고 있다. 말로만 듣던 전기차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까닭이다.

 

우리나라가 전기차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반면 중국은 이미 전기차가 보편화된 상태다. 특히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는 전기버스와 전기차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여러 조사기관을 통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상하이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를 직접 보니 느낌이 달랐다. 전기차 후발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이 더욱 적나라하게 다가왔다. 상하이 시민들은 단돈 2위안으로 전기버스를 이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버스는 물론 전기차 운행의 필수 요소인 충전소 등 기본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까닭이다.

 

▲ 중국 상하이는 도심 내외곽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마련돼있어, 전기차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

 

상하이 도심 외곽지역에는 전기버스를 위한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4시간 가량 배터리를 충전하면 220km를 운행할 수 있다. 운행 가능한 배터리 용량이 충분해 도심 내 출퇴근시간에 도로가 막혀도 운행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전기버스를 운행하는 기사의 설명이다.

 

현재 상하이시(市)에선 버스 10대 중 2~3대 정도가 전기버스인데, 향후 2~3년 내 전기버스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앞서 상하이시는 도심 매연의 주범으로 꼽혔던 오토바이를 없애기 위해 전기 자전거(배터리를 통한 모터로 움직이는 오토바이) 보급에 앞장섰다. 현재 상하이시에선 날카로운 소음과 검은 매연을 내뿜는 낡은 오토바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오토바이와 생김새는 닮았지만 소리 없이 조용히, 매연도 내뿜지 않는 전기 자전거들이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다.

 

전기차가 중국에 안착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있다. 중국은 2012년부터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지난 2015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행한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발전 지침서’는 정책 보조금과 통행 및 구입제한, 인프라와 지도 목표 등을 다루고 있으며 중국의 전기차 발전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숫자로도 전기차 보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에서 생산된 신에너지 자동차(전기차)는 약 37만900대로 전년대비 약 4배 성장했다.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으로도 중국 내 전기차 생산량 및 판매량은 각각 42만7000대, 40만2000대를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60% 가량 증가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 처음에는 오토바이라고 생각했다. 동남아 신흥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연을 내뿜고 굉음을 일으키는 모습이 중국에서도 여전히 볼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알게된 것은 그들이 앞을 지나갈 때 소리와 매연이 없는 전기 자전거란 사실이다.

 

◇ 보조금 없이도 성장 가능할까

 

정부 보조금은 전기차 보급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이 비싼 탓에 내연기관과 비교해 전기차의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전기차 보급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올 초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접수한 지 3주 만에 1200대를 넘어섰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다.

 

중국 역시 보급 초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확산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된다. 중국 재정부와 과학기술부, 공업정보화부서 및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29일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응용 재정보조금 정책 조정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부터 중국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2016년의 20%가 줄어든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보조금 상한선도 조정되고, 이 중 지방정부 재정보조금은 중앙정부의 차량 한 대당 지급하는 보조금 액수의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 

 

보조금이 전기차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보조금 축소에 따른 중국의 전기차 시장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관계자는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가 몇 년 후에는 보조금을 아예 없앨 계획”이라며 “아직까지 중국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중국 정부도 다소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테슬라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테슬라는 중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중국 상하이 테슬라 매장 모습.
 

그러나 당장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는 테슬라는 이미 중국에서 전기차 사업을 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인 ‘모델S'와 ’모델X'등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테슬라에 대한 상하이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상하이 시내에 위치한 테슬라 한 매장에는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젊은 커플에서부터 가족단위 방문객까지 여러 사람이 찾아 모델S와 모델X를 꼼꼼히 살폈다. 전기차가 생소한 우리가 테슬라 모델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면 그들은 실제 구매를 생각하는 것처럼 차량 내구성과 여러 시스템들을 꼼꼼히 살폈다.

 

테슬라 매장 관계자는 “테슬라 전기차는 수입품이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와는 달리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며 “보조금과 상관없이 상하이 내 테슬라 매장 한 곳에서 하루 3~4대 정도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데, 계약 후 운이 좋으면 1개월, 보통 3~4개월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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