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관세의 덫]②대미(對美) 흑자국 ‘융단 폭격’

  • 2017.04.18(화) 16:53

미국 우선주의, 세계적 ‘나비효과’ 우려
수출 중심 한국경제 치명상 입힐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우리 수출품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미국이 주요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두 나라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 미국이 우리 제품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현황과 이유, 향후 대책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America First(아메리카 퍼스트)’

올 2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당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이 단어를 반복해서 외치자 전 세계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냈지만 미국을 상대로 활발히 무역을 펼치는 국가들은 무역장벽이 더 높아지진 않을지 걱정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수출품이 지나치게 싸다는 이유로 반덤핑관세 제도를 이용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불똥이 한국만 비껴 튈 리 없다. 가정용 세탁기를 비롯해 철강 제품 등에도 관세가 부과됐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나비효과’를 일으켜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

 

 

◇ 궁극적 타깃은 중국

반덤핑관세는 보호무역주의를 대표하는 무기다. 높은 관세를 매기면 수출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제품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은 특정 국가와 제품에 상관없이 관세를 매기며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이 중 궁극적인 타깃은 중국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가장 많은 손해를 보고 있어서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7457억달러(약 848조23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인 3672억달러(약 417조7000억원)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의 인위적인 환율조작과 정부 보조금 등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특히 자국민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문제를 야기하고, 기업 경쟁력도 약화시킨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부터 중국을 향해 관세 45%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압박을 가해왔다. 당선된 이후 수위는 낮아졌지만 견제를 접은 것은 아니다.

팽팽한 긴장감속에 지난 6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첫 정상회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했다. 양국의 무역정책 관련 새로운 메시지가 나오면 각국이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동성명 없이 ‘양국 간 무역불균형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 합의’ 등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실망감을 안겼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양국이 협상으로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충돌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하면 미국 보호무역주의 정책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 당장 대중(對中) 수출에 불똥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을 상대로 283억달러(32조3000억원)의 무역흑자를 기록해 교역국 중 7번째(2015년 기준)로 많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 뿐 아니라 한국도 눈엣가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을 겨냥한 무역압박 조치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흑자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달 후판에 매겨진 반덤핑관세를 보면 일본 JFE스틸은 포스코(11.7%)보다 높은 53.72%를 부과 받았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가 689억달러(78조6400억원)로 중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미국 정부가 보호하려는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여서 전방위적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에게도 예상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앞으로도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도 불안감을 키운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 원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미국 수출이 둔화되면 중간재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제품 뿐 아니라 중국을 거쳐 가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김인규 북경대 교수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입규제가 한국 수출에 직·간접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며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품목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산 모두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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