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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덤핑 관세의 덫]③美 본토에 짓자니…뒷목

  • 2017.04.19(수) 15:18

압박에 밀려 LG전자 등 미 현지공장 추진 잇따라
인건비 높은 탓에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속앓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우리 수출품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미국이 주요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두 나라 사이에 낀 신세가 됐다. 미국이 우리 제품에 부과한 반덤핑관세 현황과 이유, 향후 대책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강대국이 휘두르는 칼날을 우리가 어떻게 피합니까. 대책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국내 중견 철강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미국은 후판과 열연, 강관 등 대다수 철강 제품에 반덤핑관세를 매기는데 올 들어 정도가 심해졌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이 더 높아진 까닭이다.

 

우리 기업들도 연례재심을 통해 어떻게든 관세를 낮추려고 노력했지만 되레 역풍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정책 수립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우리 입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와 민간기업 모두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양국의 상생관계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 관세 폭탄을 맞은 기업들에겐 ‘허공에서 들리는 메아리’일 뿐이다. 현지공장 투자와 제소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확실한 대책은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 ‘울며 겨자먹기’

 

LG전자는 올 3월 미국 테네시주(州)에 연간 100만대 생산이 가능한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만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다.

 

이 결정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첫 현지 공장 건립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뿐 아니라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현지 공장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을 보완하고, 작년에 인수한 미국 가전업체 데이코의 빌트인 냉장고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또 현지 가전공장 건립을 위해 3000억원 가량을 투자, 상반기 내 입지 선정 등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미FTA 재협상을 주장하며 공세를 높이고, 가전제품에 반덤핑관세를 매기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올 초에도 중국에서 생산된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각각 52.5%, 32.1%의 관세를 부과했다.

 

국내 기업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선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송해진 LG전자H&A 사업본부장 사장(좌)과 빌 해슬램 테네시 주지사(우)는 지난 2월28일 세탁기 공장 투자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변압기에 61%의 관세를 두들겨 맞은 현대중공업도 일단 현지 공장 활용도를 높여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1년 준공했으며 총 투자금액은 1억달러(1140억원)다. 당시엔 현지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였는데 지금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울산공장은 20년 이상 변압기를 생산해 품질에 대한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높다”며 “미국 공장은 울산에 비해서 가동 경력이 짧지만 생산화가 안정된 만큼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 딜레마

 

그러나 수천억원을 투자해 현지 공장에 짓는다고 끝은 아니다. 그 동안 국내 기업들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확보해왔다. 미국보다 인건비가 10분의1 수준으로 저렴한 까닭이다.

 

반면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면 인건비가 높은 탓에 생산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제품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가전제품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3~5% 수준에 불과해 비용절감이 필수다.

 

반덤핑관세를 피하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선 진퇴양난인 셈이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비용 부담이 큰 현지 공장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CIT(미국무역법원) 제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유정용 강관에 24.92%란 관세를 맞은 넥스틸도 제소를 준비 중이다. 넥스틸은 지난해 매출액 2851억원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한 중견 철강사로 유정용 강관이 주력제품이다.

 

전체 수출 물량의 70~80% 가량을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관세 영향이 크다.

 

넥스틸은 강관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는 포스코의 핫코일에 부과된 상계관세가 자사 제품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로부터 핫코일 제품에 반덤핑관세 3.89%, 상계관세 57.04% 등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제소를 통해선 이 부분을 반박하는데 주력할 계획으로 현재 관련 자료 등을 모으고 있다.

 

넥스틸 관계자는 “중간 원료에 부과된 상계관세가 최종 제품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관련 자료를 최대한 서둘러 준비해 제소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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