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한국 車산업, 머잖아 일본 이긴다”

  • 2017.04.20(목) 12:02

류덕현 한국SGS 선임심사원 "도전‧개선이 뉴 트렌드"
韓, 국제 품질 인증 강조…日, 자국 기준 준수에만 몰두
부품사의 프로세스 개선, 완성차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현대자동차 등 국내 업체들은 부품 협력사들의 품질 경영 인증을 굉장히 중요시 여깁니다. 일본은 그렇지 않죠. 자신들이 만든 기준에 자신이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국제 인증 분야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를 놓치고 있는데요. 품질 경영이 강화되는 만큼 우리 자동차 산업이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합니다.”

 

처음엔 막연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엔 확신이 있었다. 15년 동안 자동차 부품사 등을 대상으로 품질 경영 심사를 해온 류덕현 한국SGS 선임심사원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기술 뿐 아니라 제품 생산능력 분야에서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지속 성장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원론적 얘기지만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제품 공급사)을 중심으로 두고 지속적인 생산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만큼 실제 기업들이 이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 류덕현 한국SGS 선임심사원(사진)은 국내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들은 품질 규격 인증을 중요시해 자국 기준에 몰두하는 일본 기업을 머지 않아 뛰어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현대차의 깐깐한 품질 인증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에게 자동차 산업 국제 품질경영규격 인증인 ‘ISO‧TS16949’를 요구한다. 자동차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만큼, 국제적 품질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어 이를 공유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 인증은 지난 2002년 폭스바겐과 BMW, GM 등 유럽과 미국을 망라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참여해 설립한 IATF(International Automotive Task Force)에서 관리한다. 직접 인증기관을 선정, 인증 자격을 부여한다. 류덕현 심사원이 소속된 한국SGS는 세계 최대 인증기관인 SGS의 한국법인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기업들에게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수천 개의 부품이 조립돼 한 대의 자동차가 완성되는 만큼, 까다로운 품질 인증을 거친 기업의 제품이어야 믿고 쓸 수 있어서다.

 

류덕현 심사원은 “현대차는 공급사들에게 품질 인증 뿐 아니라 환경관리와 직원들의 건강‧보건에 대한 인증을 강조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관련 인증이 없으면 밴더(공급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와 관련된 국내 모든 기업은 인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심사원은 무슨 일을 할까. 공장 청결 상태서부터 직원들의 업무 수행능력, 재고관리 등 품질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체크한다. 가령 공장 부품의 정리정돈 상태를 보는데, 부품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분류 했는지(정리)와 이를 차곡차곡 잘 쌓아뒀는지(정돈) 등의 사소한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류 심사원은 “워낙 부품들이 다양하고 종류가 많은 까닭에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슷하게 생긴 다른 부품이 사용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선 철저한 정리정돈이 필수이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선 이러한 부분도 꼼꼼히 챙긴다”고 강조했다.

 

◇ ‘도전하라’ 인증 트렌드도 바뀐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 시스템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등장하며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배터리 관련 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 등을 만드는 새로운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심사원들의 역할도 더 커지는 셈이다.

 

류 심사원은 “최근 배터리 팩에 들어가는 비닐 제조업체를 심사한 적이 있는데, 특정 이온이 비닐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었다”며 “또 자동차 전장 부품의 경우,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합쳐지기 때문에 이 기능을 연결할 수 있는 자동차용 PCB(인쇄회로기판) 생산기업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일반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만 심사했다면 이제는 전기전자 분야도 심사할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류덕현 심사원은 새로운 인증 트렌드는 '도전을 통한 프로세스의 개선'이 이뤄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이명근 기자/qwe123@)

 

인증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특히 류 심사원은 작은 기업이라도 새로운 생산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지금의 성과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덕현 심사원은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IATF는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전보다 품질을 개선했는지,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을 새로운 인증 기준에 추가하며 강조하고 있다”며 “과거 수준을 유지해서는 앞으로 인증 갱신을 받기 힘들다. 우리도 작년과 올해를 비교해 달라진 점을 파악하고 인증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증 심사 기준도 바뀌면서 부품사들의 품질 경영 수준이 개선되면 이는 자연스레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며 “도요타 등은 이를 간과하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인증을 중요시여기고 있어 머지않아 분명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 뜻하지 않게 시작된 심사원의 길

 

류덕현 심사원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로 회사를 옮겨 연구‧개발팀에 속해 냉장고 냉열기 관련 일을 했다. 그러던 중 1992년 국내 대기업 사이에서 ISO9000(국제표준화기구 기준) 인증 붐이 일었고, 류 심사원은 관련 TF(태스크포스) 팀에 차출됐다.

 

당시엔 국내에서 ISO에 대해 배울 곳이 없어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공부했고, 귀국해선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시작으로 ISO 인증을 받는데 일조했다.

 

1999년 회사를 나온 뒤 컨설팅 관련 일을 하다 2002년 자격시험에 합격하며 본격적으로 심사원 생활을 시작했다.

 

류 심사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운이 좋았다. 인증 업무를 워낙 오래해 자신이 있었는데 때마침 이를 관리하는 IATF가 만들어졌고, 손쉽게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우리 자동차 산업에 대한 애정도 크다.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을 따라 부품사들도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다. 이들의 인증을 위해 류 심사원도 1년에 두 달 이상은 외국 생활을 한다.

 

그는 “해외 출장을 다니다보면 현지 주재원들의 글로벌 사고가 넓어졌고, 우리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도 앞선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도 자주 가는데 아직은 기술력 부문에서 우리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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