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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정전되면 삼성SDI 주식을 사라

  • 2017.04.21(금) 15:41

'에너지 저수지' ESS 시장 급팽창…배터리 경쟁력 필수
국내기업들, '전원 안끊기는' 무정전 장치서도 두각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포터랜치 지역 주민들이 난데없이 구토와 설사, 현기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무색무취의 메탄 가스가 인근 알리소 협곡 천연가스 저장소에서 새어나와 이 지역을 덮쳤기 때문이다.

원인은 1979년 이후로 한번도 보수하지 않은 낡은 파이프였다. 지하 2600m 아래에서 손상된 파이프 틈으로 발전소에 공급할 가스가 새어나온 것이다. 가스 유출은 4개월 동안 계속됐다. 유출된 양은 모두 9만7100여톤. 대기 오염 정도로 보면 자동차 60만대가 1년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가스 유출 사고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이 지역 1만1300여명이 대피하고 환자들이 속출했다. 이 일을 계기로 캘리포니아주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2001년 대정전 사태를 겪어 화석연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마당에 가스 유출사고까지 겹치자 주정부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캘리포니아주는 전체 발전 설비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4%(2015년 기준)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는데 여기에 가속페달을 밟기로 한 것이다.

 

 

◇ 최악의 가스사고, 탄력받는 신재생에너지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책 제목처럼 미국의 가스 유출 사고는 엉뚱하게도 국내 배터리업체에 날개를 달아줬다.

캘리포니아주는 연중 강한 햇빛으로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문제는 낮시간대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이 초과 공급되고 밤에는 전력이 모자라는 일이 점점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 때의 전력부하를 그린 그래프가 마치 오리모양을 닮았다고 해 이를 '덕 커브(Duck Curve·아래 그래프)' 현상이라고 부른다. 덕 커브는 신재생에너지로 전력공급량이 들쭉날쭉해지면서 또다른 정전사태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빠진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그래프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에너지저장장치(ESS)'다. 남아도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공급하는 장치로 일종의 '전력 저수지' 역할을 수행한다. 
신재생에너지 리서치그룹인 GMT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발전용 ESS 시장규모는 올해 4억4500만달러에서 5년 뒤에는 12억8000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 핵심은 화재와 폭발 위험이 적은 안전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삼성SDI와 LG화학이다. 두 회사는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시장의 1~2위를 다투고 있다.


▲ 태양광발전 등으로 낮시간에는 전력부하가 덜하지만 밤시간에는 부하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이 전력공급의 변동성이 심해지면 날씨변화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정전 등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공급해주는 장치인 ESS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래프 출처: NREL, Overgeneration from Solar Energy in Californ)

 

◇ '오리를 잡아라' 특명…날개 단 ESS

실제 삼성SDI는 올해 2월 캘리포니아주 에스콘디도 지역에 시간당 240㎿(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ESS 공급을 마쳤다. 이는 미국의 4만가구가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덕분에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사건으로 체면을 구긴 삼성SDI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간 적자를 내던 삼성SDI의 ESS사업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새로운 먹거리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가 ESS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에는 BMW, 아우디폭스바겐, 포르쉐 등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한 실적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와 ESS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LG화학도 올해 ESS 배터리에서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LG화학의 중국사업이 타격을 입었지만 이 회사는 수요가 급증하는 ESS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까지 떨어졌던 LG화학의 난징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올해 1분기에는 70% 수준으로 올라갔다.

 

 

◇ 새롭게 열린 新시장 '무정전 전원장치'

두 회사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UPS는 ESS의 일종으로 갑작스런 정전이나 전압 강하 시 비상 전원으로 사용되는 장치다. 정전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은행이나 병원, 통신회사, 반도체 공장 등에 주로 설치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MS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UPS 시장규모는 약 111억달러에 달한다.

UPS의 원리는 ESS와 거의 같다. 차이가 있다면 ESS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로 들어가는 반면 대부분의 UPS에는 값 싼 납축 배터리가 사용된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축 배터리보다 수명이 길고 출력이 높은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납축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두 배 가량 비싼 점이 흠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기술진화로 생산가격이 점점 떨어지면서 UPS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슈나이더·버티브·이튼 등 글로벌 3대 UPS 제조사들이 리튬이온 배터리 채용을 공식 발표하는 등 UPS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이들과 협력해 글로벌 UPS시장의 변화를 주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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