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사 포기…불확실한 미래보다 ‘마이웨이’

  • 2017.04.27(목) 16:56

내·외부 변수로 득보다 실 판단…“경쟁력 도움 안돼”
자사주 13.3% 전량 소각…주주만 보고 간다 ‘정공법'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포기했다. 지난해 11월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지주회사란 화두를 던진지 5개월만이다. 보다 깊숙하게는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대권을 승계하기 위한 유력한 방편이기도 했던 화두다.

다섯 달이라는 짧은(?) 기간 삼성에는 무시할 수 없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는 내부 변수가 생겼다. 오너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지난 2월 중순 구속됐다. 동시에 60년 가까이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추진 동력을 잃은 마당에 지주회사 철회 명분은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의지는 단호하다. 말뿐이 아니다. 지주회사 전환에 쓰려고 쌓아뒀던 40조원대의 자사주 13.3%를 모두 태워버릴 계획이다. 혹시나 하는 사람들의 미련을 아예 싹  잘라버렸다. 앞으로는 ‘지주회사의 ‘지’자(字)도 꺼내지 말라‘는 메시지에 다름아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다섯 달 동안 무슨 일이…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저히 중립적인 관점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법률, 재무, 세제 등 다양한 측면을 검토했지만  지주회사 전환이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전환 과정에서 여러 이슈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철회의 변(辨)이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성장 및 주주가치 최적화를 위한 방안으로 검토돼 왔다. 한 가지 더.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방편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총수일가와 삼성물산 등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주식과 맞바꾸면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헝크러졌다. 지주회사 전환이 결국 경영권 승계용이라는 측면만 부각됐다. 2015년 9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합병(현 삼성물산)을 놓고도 말들이 많은 마당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놓고도 이런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두고두고 발목을 잡아챌 게 뻔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진두지휘할 총수가 자유롭지 못한 몸이다. 미전실이 해체된 영향도 컸다. 전환 과정에서 각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정리하고,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할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마당에 삼성전자 단독으로 추진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주주를 향한 이재용 부회장의 시선

외부 환경도 만만한 게 없다. 정치권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진행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다음달 9일이 대선이다. 매우 불확실한 미래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잘 되리란 보장이 없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사주 13.3%를 보유 중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모아뒀던 주식이다. 금액으로는 43조8000억원(25일 종가기준)에 달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사업회사 신주를 배정하면 다시 의결권이 부활한다. 미리 확보한 자사주가 있다면 총수 일가가 직접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중인 상법 개정안 중 재계의 복병은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법안 내용처럼 기업분할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거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게 되면 지주회사 전환시 지금까지 공들여 확보했던 자사주가 쓸모 없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요건 충족을 위해 사업자회사 삼성전자 20%를 사들여야 한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후보들은 현재 자사주가 재벌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며 상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이런 불투명한 미래에 삼성의 핵심 사안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럴 바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공언해왔던 대로 ‘이익의 주주 환원’ 원칙에 맞게 주주들의 마음을 확실히 얻는 게 오히려 낫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경영성적을 통해 오너십을 인정받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13.3% 전량 소각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이유로 볼 수 있다. 내달 2일 자사주의 절반을 소각하고 나머지 절반은 내년 중 이사회 결정을 통해 소각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가 올라가는 주주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순환출자 문제가 남지만 삼성전자는 순환출자는 모두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현재 계열 지배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등 7개 순환출자고리로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 이명진 IR 전무는 이날 올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여러 계열사가 함께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전부 해소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본원 경쟁력 강화로 더 한걸음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그림을 내려놓는 대신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한발 더 다가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에 총 9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6000억원에 비해 갑절이나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플렉서블 OLED 시장 확대를 대비한 디스플레이 투자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 연간 투자액이 지난해 수준(25조50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매년 2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진행해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27조원을 투자금액으로 잡았다. 그러나 설비투자액 중 일부가 올해로 이월되면서 지난해 실제 투자액은 당초 계획에 못미쳤다.

삼성전자 이명진 전무는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V낸드, 시스템LSI와 OLED를 중심으로 지난해 대비 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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