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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금융과의 ‘악연’ 끊다

  • 2017.06.09(금) 10:34

2002년 SK증권·JP모건 이면거래 사태로 개인적 시련
SK증권 매각 마무리되면 25년만에 금융업 완전 정리

이쯤되면 ‘악연(惡緣)’이다. 대형 금융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막대한 사재(私財)를 털어야 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고, 개인적 고초로 이어졌다. 최태원 SK 회장과 금융과의 악연이 마침내 끊어진다. 

SK그룹은 지난 8일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SK증권 매각을 본격 추진키로 결정했다. 삼정KPMG 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 지주회사 SK(주)의 SK증권 소유지분 10.0%를 공개매각키로 했다.

2015년 8월 옛 SK C&C와 옛 지주회사 SK(주)의 합병으로 현 지주회사 SK(주)가 출범한 데서 비롯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따라 SK(주)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10%를 2년의 유예기간인 오는 8월까지 처분해야 했던 SK그룹이 SK증권을 매각키로 결정한 것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SK증권은 1955년 7월 설립된 신우증권을 전신(前身)으로 한다. 이후 경신증권, 동방증권, 서울투자금융, 태평양증권을 거쳐 1991년 12월 선경그룹(현 SK그룹)에 인수(1998년 1월 선경증권에서 현 SK증권으로 사명 변경)되며 계열 편입됐다.

SK증권 인수를 계기로 SK그룹은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1997년 생명보험사 중앙생명, 할부금융업체 한국엠앤엔파이낸스를 잇따라 계열 편입했다. 1990년대 말 까지만 해도 SK생명, SK증권, SK투자신탁운용, SK캐피탈 등 4개 금융사를 거느렸다.

최태원 회장이 부친 최종현 SK 2대 회장의 타계로 경영 대권을 물려받았던 게 1998년 9월. 순조롭게 금융업으로 외연을 넓혀가던 SK그룹에 2002년 말 대형사고가 터졌다.

SK증권이 1999년 JP모건과의 파생금융상품 손실 소송의 합의로 JP모건이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대신 주당 6070원을 보장해 주는 주식 이면계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로인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해외법인이 2002년 10월 JP모건의 콜옵션행사로 1060억원의 손실을 부담했다. SK증권이 이를 보전해 줘야 했다. 최태원 회장이 나섰다. 당시 SK C&C 지분 4.5%(4만5000주)와 SK증권 지분 2.5%(808만주) 등 390억원 상당의 사재를 SK증권에 무상출연해야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1월 시민단체가 SK증권과 JP모건 이면거래로 인해 SK글로벌의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 이는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졌고 최태원 회장은 회장 취임후 처음으로 구속되는 시련을 겪었다.

SK증권과 JP모건 이면계약 사건에 더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1조5600억원 분식회계 혐의 등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2003년 6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3년 9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2005년 6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2008년 5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이 확정되면서 5년만에 마무리됐다.

SK증권 인수가 SK그룹 금융업 진출의 촉매가 됐듯이 SK증권 사태는 결과적으로 SK그룹이 금융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도화선이 됐다.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사들이 팔려나가거나 정리되며 뿔뿔이 흩어졌다.  

2004년 2월 SK투자신탁운용(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에 매각됐다. 2005년 6월에는 SK생명보험(현 미래에셋생명) 역시 미래에셋에 넘어갔다. 2000년대 초 신용카드업 진출을 모색하던 SK캐피탈은 결국 라이센스를 얻지 못하고 껍데기인 채로 2006년 해산됐다.

SK증권 매각이 마무리되면 SK증권은 25년 만에 SK 계열에서 제외된다. SK그룹 또한  25년간 ‘애증’의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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