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1위에도…맘껏 박수 못받는 조선사

  • 2017.07.10(월) 17:05

[조선 1위 탈환, 빛과 그늘]上
상반기 수주량 283만CGT…금액으로는 84억달러 1위
하반기는 짙은 안개…유가, 中·日과의 경쟁격화 변수

올해 초반만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표다. 지난해에 이어 수주 절벽을 걱정하던 게 당시 분위기였다. 올해의 절반을 넘긴 현 시점의 상황은 완전 딴판이다. 수주실적 글로벌 1위 탈환에 대한 자신감이 팽배하다.

하지만 맘껏 박수를 못받고 있다. 장기 불황을 겪어온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 변곡점을 맞으려면 살얼음판을 걸어야 해서다. 당장은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은 흐름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 수주시장에서 칼날을 갈고 있는 중국과 일본과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양보다 질’ 돋보인 상반기

10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283만80CGT(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반영한 가치환산톤수)로 전체 발주량의 30.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4만88CGT) 보다 2.4배 가량 급증한 수주 실적이다.

국가별로는 중국 290만1908CGT(31.7%)에 이어 2위지만 차이는 0.7%포인트(7만1828CGT)에 불과하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순위에는 변화가 없지만 점유율 측면에서 한국(12%)이 중국(40.5%)에 28.5%포인트 뒤쳐졌던 것에 비춰보면 올 들어 중국을 거의 따라잡은 모양새다.

특히 수주금액 기준으로는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총 83억5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3.6배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중국은 3% 증가한 53억800만달러에 머물렀다. 양국 간 격차는 30억4500만달러에 달한다.

 

VLCC(초대형유조선)와 LNG추진선, 운반선 등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발주가 늘었다는 점이 수주금액 1위 탈환의 배경이다. 올해 발주된 VLCC 27척 중 23척을 국내 조선사가 싹쓸이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해양플랜트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LNG생산설비) 프로젝트 중 25억달러의 상부 플랜트 생산설계 및 제작 부문을 따내면서 단숨에 국내 조선사 중 수주 1위로 뛰어올랐다.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한국은 올해 전체적으로 CGT 기준 2011년(1451만895CGT) 이후 6년 만에, 금액 기준으로는 2015년(393억3200만달러) 이후 2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탈환하게 된다. 연초까지만 해도 작년에 이어 수주절벽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모습이다.

 

 

 

◇ 녹록치 않은 후반기 변수

올해 하반기도 출발은 좋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3일 싱가포르 AET로부터 2억7000만달러의 셔틀탱커 2척을 수주, 첫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해양플랜트에서 생산된 원유를 해상에서 선적, 육상 저장기지까지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선박으로 유조선 분야의 강점이 또 다시 수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조선업의 올해 세계 1위 탈환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도 없지 않다. 넘어야 할 대외변수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제유가의 약세 흐름에 발목을 잡힐 개연성이 있다. 올 2월 WTI(서부텍사스원유) 기준 배럴당 54달러까지 올랐던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도 불구하고 비(非)OPEC 국가 및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탓에 지난 7일 현재 44.23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교역 증가세가 둔화되고, 해양플랜트 등 원유 개발 사업도 정체될 수 있다. 신규 선박을 발주하려 했던 선주사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발주시점을 늦추는 원인이 될 소지가 있다.

경쟁국인 중국 및 일본 등과의 수주 경쟁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인도 지연 등으로 올들어 수주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일본도 수주잔고에 여유가 있는 까닭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따라서 올 후반기 들어서는 수주 시장에 공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럴 당 40달러 중반에 머무르고 있는 국제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VLCC나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발주는 관망세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며 “또 무리해서 수주에 나서지 않았던 중국과 일본과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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