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톡톡] "쉿!"…삼성SDI·LG전자에 ‘무슨 일이’

  • 2017.07.28(금) 17:35

삼성SDI, 케미칼 매각으로 과거 영업손실 줄줄이 확대
LG전자, 액세서리사업 덕에 MC본부 적자서 흑자 둔갑

기업들의 실적은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흑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적자라는 고백을 듣게 되고, 원래는 적자였는데 흑자로 둔갑하는 웃지못할 사연이 실적시즌에 펼쳐지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삼성SDI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다.

 

 

◇삼성SDI, 과거 실적 터치한 '중단사업손익'

 

삼성SDI는 지난 27일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5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매출만 1조4000억원이 넘는 회사 치고는 이익규모가 초라하지만 삼성SDI에게 이번 2분기 실적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지사업의 계속된 적자로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이 몇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나온 첫 흑자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얼마만에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왔는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회사측은 2015년 3분기(179억원) 이후 7분기만에 흑자라고 안내했고 여러 언론들도 이 말을 따랐다.


하지만 삼성SDI의 공시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1분기부터 내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회사가 흑자였다고 밝힌 2015년 3분기도 47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원인은 지난해 4월 삼성SDI가 롯데케미칼에 케미칼사업부문을 매각한데서 찾을 수 있다. 삼성SDI의 케미칼사업은 실적변동이 심했지만 적어도 2015년 한해는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효자사업이었다. 전지사업에서 발생한 5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케미칼사업과 전자재료사업이 각각 2100억원, 2300억원씩 이익을 내 회사 전체의 영업손실을 약 600억원으로 막았다.
 


그런데 이듬해 이 사업부가 통째로 매각되면서 케미칼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이 중단사업손익으로 잡히게 됐다. 중단사업손익이란 회사가 특정 사업부문을 일괄매각하거나 기업분할 등으로 처분할 때 해당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손익을 따로 나타내는 계정을 말한다. 중단된 사업부문에서 발생한 이익은 영업이익 계정이 아니라 당기순이익 계정 바로 위에 표시하도록 해놓았다.


이렇게 한 건 매각한 사업부문에서 더는 매출이나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회사의 손익계정을 볼 때 주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적자 사업부문을 매각했는데 이 사업부문의 손실을 영업이익 계정에 그대로 반영해놓으면 미래의 이익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흑자 사업부문 매각시에는 더는 수익이 생기지 않는데도 계속 이익을 창출할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계속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익과 중단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따로 처리하게 한 것이다.


이때 직전년도의 손익계산서도 같이 손을 본다. 회계의 목적 중 하나는 주주나 채권자 등에게 회사의 실체와 관련해 유용한 정보를 주는데 있다. 이들이 실적비교를 제대로 하게끔 도와주려면 과거 실적이라도 착시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매각한 사업부문)은 따로 발라낸 뒤 주는게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삼성SDI는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그해 약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이듬해 내놓은 2016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비교목적으로 제시한 2015년 영업손실이 2700억원으로 나온다. 2015년 케미칼 사업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 2100억원을 빼고 다시 작성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삼성SDI는 지난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부터 전년도 같은 기간의 실적을 재작성해 공시했다. 앞서 삼성SDI가 2015년 3분기 흑자였다고 안내한 것은 이런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과거 발표했던 실적만 전달했기 때문이다. 국내 한 회계전문가는 "사업중단손익을 따로 구분하고 실적을 재작성해 공시하는 취지 등을 감안하면 2015년 3분기는 흑자가 아닌 적자로 보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LG전자, 폰사업 성적 적자에서 흑자 '왔다갔다'

 

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삼성SDI가 돈을 버는 사업부문을 매각해 재무제표상 표현되는 적자폭이 더 커졌다면, LG전자 휴대폰 사업부는 사실상 적자임에도 사업부 조정으로 수치상 간단하게 흑자로 돌려세웠다.


LG전자가 전날 내놓은 올해 2분기 실적자료를 보면 휴대폰 사업을 이끄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본부는 이 기간 13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분기 37억원 영업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전략폰 G6의 판매부진과 마케팅 비용 부담이 더해져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MC본부는 당초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2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분기에 적자가 아닌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어떻게 된 것일까. LG전자는 올해 2분기 액세서리용 전자제품을 만드는 사업부(컴패니언 디바이스)를 MC본부 산하로 이관했는데, 이 사업부의 실적을 포함해놓고 봤더니 1분기엔 적자가 아니라 흑자였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사업 조직 개편으로 인해 과거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벌어진 것이다. LG전자는 컴패니언 디바이스 덕분에 올해 1분기뿐 아니라 지난해 2분기 실적도 재조정했다. 원래는 1535억원 영업손실을 냈으나 이번에 비교목적으로 제시한 영업손실 규모는 1395억원으로 적자폭이 140억원 가량 줄었다.


이번 조정으로 MC본부는 최근 2년간 매분기 빠짐없이 적자를 이어왔다는 오명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올해 2분기 MC부문의 성적표는 '8분기 연속 적자'이지만 바뀐 실적에 따라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라고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MC부문이 당분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성적을 적자에서 흑자로 '세탁'하면서 MC본부의 적자는 올해 2분기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한편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 MC본부 산하에 있었던 컴패니언 디바이스 사업부(당시엔 IPD 사업부)를 다른 곳으로 이관하면서 기존 실적을 재작성한 바 있다.

 

이로 인해 MC본부는 당초 2015년 2분기에 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실적을 소급 적용하면서 192억원의 영업손실로 조정한 바 있다. 사업 조직을 개편할 때마다 실적이 적자에서 흑자, 흑자에서 적자로 여러번 오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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