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왜 안팔리나]①전격수배: 가격경쟁력

  • 2017.08.24(목) 12:38

주력 시장서 일본과 가격 격차 줄고 중국에 밀려
대립적 노사관계 지속…인건비 부담에 생산성 악화

한국의 기둥 산업 자동차가 무너지고 있다. 도무지 차가 팔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빤히 보인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가격 경쟁력, 미국과 중국 G2에서의 고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급격화한 변화 등.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기로 몰고가고 있는 원인과 그 해결책을 진단한다. [편집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결국 가격 경쟁력 상실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꿀리지 않는 품질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잘 나가던 시절은 어느덧 옛말이 된지 오래다.

 

'대립적 노사관계'가 시도 때도 없이 흔들어 대는데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파업과 치솟는 인건비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고 급기야 가격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새롭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강자로 떠오르며 추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 ‘가성비=한국차’는 옛말?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철옹성만 같던 내수시장에서 수입 업체에 점유율을 내주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수입차는 2012년 국내 시장에서 13만2000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량(125만6000대)의 10.5%를 차지했다. 그러던 게 3년 만인 2015년에는 27만8000대로 2배 이상 증가, 비중도 18.2%로 7.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25만8000대가 판매돼 비중이 16.8%로 떨어졌지만 이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2015년 8월~2016년 6월) 정책과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등의 영향이다. 이 같은 요인이 없었다면 수입차 업체들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수 뿐 아니다. 국내 업체들의 자동차 수출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317만대(2012년)에 달하던 수출 대수는 지난해 262만대로 17% 감소했다. 올 상반기도 132만대 수출하는데 그쳐 전년 대비 1% 줄었다. 이는 2012년 상반기(170만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가격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쏘나타와 경쟁 모델인 토요타 캠리 가격 차이가 이를 보여준다. 2000년만 해도 쏘나타는 캠리에 비해 36% 가량 저렴했지만 2015년에는 8.6%로 격차가 급격히 줄었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린다.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베이징현대의 2016년형 준중형세단 랑동(아반떼 MD)의 판매가격은 10만5800위안, SUV인 2015년형 투싼은 12만9900위안이다.

 

반면 중국 체리자동차 2016년형 1.6L 루이후(수동)와 지리자동차 준중형 세단 1.5L 진강(수동)의 판매가격은 각각 6만8900위안, 3만6900위안 수준이다. 또 최근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하발(Haval, 哈弗)의 SUV 홍비아오 가격은 4만9400위안이다.

 

특히 디자인과 차량 안전성 등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의 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면서 가격 경쟁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 고비용 저효율 구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경직된 노동 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높은 임금 수준을 보이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평균임금은 9213만원으로 2005년보다 83.9%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2위인 폭스바겐(약 8040만원)과 토요타(약 9104만원)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매출액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인데 반해 도요타는 7.8%, 폭스바겐은 9.5%에 불과하다.

 

생산성도 떨어진다. 현대차는 차량 1대를 생산(HPV, 조립생산성)하는데 총 26.8시간이 걸린다. 경쟁업체인 토요타(24.1시간)와 포드(21.3시간)에 비해서 11.2%, 25.8%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들은 노조가 생산현장 통제권을 갖고 있어 수요에 대응한 유연 근로시스템이 경쟁국에 비해 경직돼있다. 이런 이유로 근로자들의 전환배치가 어렵고,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쟁업체들이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과 근로시간, 임금 등의 부분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않을 경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임금 범위가 확장돼 이에 따른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자동차산업 경쟁력 자체를 잃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자동차 및 산업계가 이달 말 예정인 기아차 통상임금 관련 선고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소송에서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약 3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지게 돼 회사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전망이다. 기아차의 위기상황은 곧 완성차와 자재, 부품, 물류 등으로 수직계열화된 현대차그룹에 영향을 미쳐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나아가 부품업계도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고 이를 통해 부품 공급망이 무너지면 산업 전체가 다시 타격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제조업 고용 11.4%, 부가가치 11.5%(2013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까닭에 노사 협력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정회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노사 협력을 통한 노동시장과 임금제도의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통상임금 산정문제로 인한 노사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임금제도 개선이나 근로시간단축에 대비한 가산임금 할증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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