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왜 안팔리나]②無감각·無전략으로 놓친 G2시장

  • 2017.08.25(금) 10:02

일본, 현지화 전략으로 반일감정 극복…한국, 사드 다음은
‘세단→SUV’ 車시장 급변한 미국…더딘 변화에 경쟁 밀려

한국의 기둥 산업 자동차가 무너지고 있다. 도무지 차가 팔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빤히 보인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가격 경쟁력, 미국과 중국 G2에서의 고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급속한 변화 등등.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기로 몰고가고 있는 원인과 그 해결책을 진단한다. [편집자]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대립적 노사관계)은 최대 강점(가격 경쟁력)을 잃게 한 원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고전은 단순히 가격 때문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함께 세단에서 SUV로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한 미국 시장의 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양대 시장을 모두 놓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中 판매부진, 사드 굴레 벗어나면 끝?

 

2012년 7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극도로 커졌다. 이로 인해 일본 자동차 판매가 곤두박질쳤다.

같은 해 9월 중국 내 일본 브랜드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41.1% 감소한 15만9000대, 10월에는 58% 급감한 10만2000대를 기록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반일 데모를 자제(2012년 10월)시키는 등의 조치를 통해 판매량은 천천히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일본은 이때의 위기를 단순히 정치적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았다. 이전부터 중국 내에서의 판매 감소 조짐이 보이고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진 것으로 판단,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중국화 및 중국 브랜드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 소비자 니즈를 고려해 전략 제품을 현지주도로 개발했고 마케팅과 설계, 디자인 등도 현지에 최적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토요타 중국’은 기업명을 ‘중국 토요타’로 바꾸는 등 세밀한 부분에서도 신경 썼다. 이와 함께 중국 및 한국 브랜드의 추격을 예상, 품질과 AS(애프터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더욱 주력했다.

2012년 7월의 상황은 올 3월과 닮아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사드로 인해 현지 판매량이 급감했다. 3월 국내 브랜드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52.7% 감소한 7만2000대를 기록했다. 4월과 5월은 각 65.1% 감소한 5만1000대, 5만3000대를 기록하며 더 줄었다.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된 자동차 판매 급감 수치를 보면 일본보다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더 크다. 이는 반한 감정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의 중국 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이 동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브랜드 가치가 제자리걸음 수준인 데 반해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서도 디자인과 차량 안전성 등 품질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더 이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는 단순 품질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브랜드 가치를 보면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주요국 브랜드보다 낮다”며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며 국내 업체를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업체들도 사드 영향이 진정된 이후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는 2803만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29% 가량을 차지했고, 성장률도 13.7%에 달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의 장·단점을 버무리면서도 시장 트렌드인 SUV 모델 라인업 강화, 디자인 등을 통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 연구위원은 “높은 품질(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브랜드 가치(단점)로 인해 제값을 받기 힘든 만큼 고품질에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국에서 자동차는 패션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고, 젊은 층 구매가 늘고 있어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특색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일했던 미국 시장

미국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장이자 트렌드 변화가 가장 빠른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소비자 구매성향 파악 등 세밀한 시장 분석이 필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등 미국 현지사업을 펼치는 국내 업체들은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 이미 오래 전 시작됐던 SUV로의 중심 이동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경기부진과 가계소득 감소,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고연비 세단 판매가 많았다. 이후 지속적인 경기회복과 2015년부터 안착된 저유가 시대는 연비 대신 실용성과 활동성이 좋은 SUV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미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변화에 발 바르게 대처했다. 세단 대신 SUV 모델 라인업을 강화했다. GM은 총 17개의 SUV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토요타도 11개에 달한다.

 

 

이는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1~5월 누적 기준 미국 SUV 시장 점유율 1위는 17.1%를 차지한 FCA(피아트-크라이슬러)였고, 그 뒤를 GM(15.2%)과 포드(13.2%)가 이었다. 토요타(12.3%)와 혼다(9.5%), 닛산(8.7%)과 스바루(6.2%) 등 일본 업체들도 4~7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대응이 미흡했던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였다. 양사의 미국 현지 SUV 모델은 각 2개로 총 4개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시장 점유율 역시 기아차 3.0%, 현대차 2.8%로 경쟁 업체들의 선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현대·기아차도 소형SUV(코나·스토닉) 출시 등 대응책 가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초소형에서부터 대형까지 SUV 풀 라인업을 구축, 판매량 회복에 주력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SUV 라인업이 부족하다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약점"이라며 "코나를 시작으로 SUV 라인업이 추가될 예정이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모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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