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왜 안팔리나]③수직계열화에 눌러앉는 습관

  • 2017.08.28(월) 16:52

글로벌 차 업계 M&A 활발…시너지 다각화 모색
M&A 및 R&D 투자 부진…수직계열화 맹점도

한국의 기둥 산업 자동차가 무너지고 있다. 도무지 차가 팔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이 빤히 보인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가격 경쟁력, 미국과 중국 G2에서의 고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급속한 변화 등등.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기로 몰고가고 있는 원인과 그 해결책을 진단한다. [편집자]

자동차 산업이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친환경(전기·수소차) 자동차로의 전환,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 구현을 위한 전장제품 증가로 인해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첨단 IT 기술이 집약된 전자제품으로 각인된 지 오래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도 숨고를 틈이 없다. 방심하다 '한 방에 훅 갈 수 있는' 까닭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이처럼 박터지는 기세로 질주할 때, 국내 업체들은 되레 뒤로 밀려나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M&A는 차치하고라도 R&D(연구·개발) 투자도 후달리는 탓이다. 수직계열화에 편안히 눌러앉는 나쁜 습관도 한 몫 한다. 한국차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괜히 드는 게 아니다.

 

 

◇ 車산업 M&A 가파른 성장…한국은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완성차 업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부품업계와 소재, 배터리 및 IT 업계 등이 참여하면서 친환경·자율주행으로 대변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이에 완성차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산업 M&A 거래 건수는 598건, 거래액은 875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M&A가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기업이 관련된 자동차 산업 M&A 거래액은 530억달러(204건)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경우, 90억달러(86건) 규모의 M&A가 이뤄졌다. 이 중 국경 간 M&A가 69건으로 독일 업체들이 해외 기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국 중에서는 일본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일본에서는 99억달러(53건) 규모의 M&A가 이뤄졌다. 특히 일본 완성차 업체에서는 장점이던 수직계열화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의 칼소닉 칸세이 인수(44억8717만달러)다.

칼소닉 칸세이는 닛산 계열의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로 열교환기와 자동차 에어컨, 배기 부품 등을 생산한다. 전문가들은 닛산의 칸소닉 칼세이 매각은 전통적인 부품 계열화 형태의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세대 차량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도 꾸준히 M&A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40억달러(104건) 규모의 M&A가 이뤄진 가운데 자국 내 M&A가 활발하다. 이 중에서도 IT 기업 간 M&A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M&A 시장에서 소외돼있다. 거래액(7억달러)은 물론 건수(22건)도 경쟁국에 비해 한 참 못 미친다.

◇ 후달리는 R&D 투자

그룹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성에 집중한 것도 현 시점에서는 약점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낮은 생산성으로 벌어들인 수익 중 R&D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실제 지난해 현대·기아차 R&D 투자액은 34억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2.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반면 일본 토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은 각각 95억달러, 151억달러로 매출액에서의 비중은 3.8%, 6.3%로 현대·기아차보다 높았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높은 인건비 등 비용부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R&D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은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분석 결과, 친환경차 및 스마트카 기술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88.4와 79.9로 주요 경쟁국 가운데 중국(75.5, 68.0)에만 앞서 있다.

이를 극복할 해법 중 하나가 이종산업 간 M&A다. 지난해 자동차 산업 전체 M&A(598건) 중에서도 이종산업 간 M&A가 486건으로 8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전기전자와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기업과의 M&A가 활발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친환경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등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임두빈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자동차 산업 M&A 동향을 보면 정보통신과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와 전기전자 등 변화 속도가 빠른 이종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결합이 과거에 비해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전통적인 공급체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 생태계 조성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국내 업체들도 이 같은 변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실제 변화를 실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올 7월 코나 신차 발표회에서 “미래에는 ICT와 자동차 기업 간의 협력과 M&A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며 “이에 대비해 회사의 역량을 키우고 IT 업체와의 제휴나 친환경차 기술 제공 등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업체들과 협력해 변화하는 생태계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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