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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리더십의 위기

  • 2017.08.28(월) 15:43

경영학 구루(guru)들은 리더십의 덕목으로 창의성 업무능력 도전정신 책임감 윤리의식 등을 꼽는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재능을 두루 갖춘 경영자가 있을까.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는 창의성은 뛰어났지만 윤리의식이 부족했고, 빌 게이츠(MS 창업자)는 독보적인 기업을 일궜지만 도전정신을 얘기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리더들은 전인(全人)적 능력을 갖춘 인격자라기보다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시장의 언어로 말하면 의심 변심 욕심 등 3심(心)으로 충만한 세속의 사람들이다. 3심은 기업가정신의 다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는 의심하는 사람이다. 의심은 의문의 다른 말이다. 의문을 갖고 점검하고 진단해야 나아갈 바를 정할 수 있다. 직원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 전략 상품의 품질에는 문제가 없는지, 신제품 개발에 차질은 없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리더가 문제점을 알아야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
 
리더는 변심에 능한 사람이다. 정해진 길을 가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중도에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결단은 빠르고 과감할수록 좋다. 인재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말라(疑人不用, 用人不疑)고 했으나 현실에서는 써봤는데 의심스런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땐 과감하게 바꿀줄 알아야 한다. 투자비용이 아깝다고 미적대다간 매몰비용만 커진다. 매몰비용은 어차피 매몰된 돈이다.
 
리더는 욕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금전욕이든 성취욕이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욕심은 리더를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겠다는 욕심,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욕심, 더 나은 기업문화를 가꾸겠다는 욕심이 없다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2등 기업은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1등 기업은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超) 1등 기업을 목표로 세워야 한다.
 
책임질 리더가 없다면 누가 의심하고 누가 변심하고 누가 욕심을 부릴 것인가. 삼성 리더십의 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8월25일,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5년)을 받으면서 삼성 리더십의 장기 공백이 현실화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투자(인수합병, 전략적 제휴)는 물론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의사 결정도 쉽지 않게 됐다. 삼성의 기댈 언덕인 반도체 경기는 슈퍼호황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 그나마 신수종 사업으로 얼마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바이오 부문도 글로벌 경쟁상대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은 발도 담그지 못한 상황이다.
 
신용평가기관들은 벌써 이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대규모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차질을 빚어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피치)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S&P)

 

혹자는 `시스템의 삼성`을 말하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이건 시스템을 작동할 인물이 있고 시스템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나 맞는 소리다.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고장 난 애물단지가 될 뿐이다.

 

삼성에 정통한 연구자들은 "5년, 10년 뒤 삼성이 어디에 있을지를 고민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각종 글로벌 행사에 참석해 해외 기업인들과 교류하면서 짧게는 1~2년, 길게는 5~10년을 준비하는 전략을 짜 왔다. 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의 일과 오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전문경영인도 의심은 할 수 있지만 변심과 욕심 단계로 넘어가기는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한 도전적 투자는 욕심을 가진 오너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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