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회계 실전노트]⑦현물출자·출자전환 구별하자

  • 2017.08.30(수) 10:28

현금유입 없는 증자는 출자물·출자자·출자이유 등 살펴야
자회사 지원 위해 대주주 기업 사업부문 통째로 출자도

 

증자(增資)는 '자본금'의 증가를 말한다. 자본금이 증가하려면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자본금은 '발행주식수X액면가'만큼 증가한다.


A기업이 대가를 받고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하여 주는 것을 유상증자라고 한다. 신주 대가는 대부분 현금이다. 그러나 투자자와의 사전협약에 따라 건물, 토지 등 부동산이나 기계장치 등 설비자산, 주식같은 유가증권, 회사의 특정 영업(사업)부문 등을 현금 대신 납부할 수도 있다.


투자자 B가 현금 말고 이처럼 가치측정이 가능한 자산을 신주 대가로 지급할 때 이를 현물출자라고 한다. 이것 말고도 또 하나의 유상증자 대가 지급방법이 있다. 바로 출자전환이다. A기업이 지고 있는 채무를 없애는 대신 채권자에게 신주를 발행해 줄 때, 이를 출자전환이라고 한다.


현금이건 비현금이건 신주 대가가 지급되면 '유상증자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공시를 한다. 그런데 이런 공시는 얼핏 보면 현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인 것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서 봐야 한다.


지난 8월22일 화승그룹 계열사인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유상증자 공시를 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신발을 ODM(제조업자 개발생산방식)으로 만드는 회사다.

 

신주의 종류와 수 / 보통주식(주)3,338,856
1주당 액면가액 (원)500
자금조달의 목적 /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원)53,087,810,400
증자방식제3자배정증자

 

공시의 초입부만 얼핏보면 다른 회사 지분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보통주) 333만여주를 발행해주고 530여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인 것처럼 보인다. 공시 중반부에는 주당발행가액(1만5900원)과 신주상장일정 등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를 잘 보면 ‘현물출자가 있는지 여부’에 ‘예’라고 적혀있다. 즉 현물출자 유상증자라는 이야기다. 현물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치가 530여억원에 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신주 발행가액 / 보통주식 (원)15,900
기준주가에 대한 할인율 또는 할증율 (%)
현물출자로 인한 우회상장 해당여부아니오
- 현물출자가 있는지 여부
- 납입예정 주식의 현물출자 가액 / 현물출자가액(원)53,087,810,400

 

공시의 하단부 '기타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에 담긴 내용과 맨 아래쪽 도표 '제3자 배정 대상자별 선정경위, 거래내역, 배정내역 등'에 기재된 내용에서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인 화승인더스트리라는 회사가 중국 자회사와 인도네시아 자회사 지분 100%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왜 이런 식의 사업재편을 단행하는지에 대해서는 공시만으로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제3자배정 대상자별 선정경위, 거래내역, 배정내역 등]

제3자 배정 대상자관계선정경위비 고
㈜화승인더스트리최대주주㈜화승엔터프라이즈는 신발사업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설립된 화승인더스트리의 자회사임. 화승인더스트리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신발제조 자회사 장천제화대련유한공사 및 PT. HWASEUNG INDONESIA의 지분 100%를 화승엔터프라이즈에 현물출자하여,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신주발행주식을 배정, 교부 받음.1년 보호예수

 

이 유상증자에 대한 당시 증권사의 리포트와 매체 기사들을 찾아봤다. 화승그룹의 신발제조법인들을 모두 화승엔터프라이즈 지배하에 둠으로써 제조일관체제를 통한 생산효율성 제고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았다.


현물출자 중에는 모기업이 사정이 어려워진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단행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좋은 특정 사업을 통채로 떼내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에 넘겨주는 케이스다. 과거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간 거래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2월4일 두산건설은 두 건의 유상증자 공시를 냈다.


이 가운데 하나의 공시를 보자.


제3자배정방식으로 보통주 2117만여주를 발행하여 5716억원을 조달하는 증자처럼 보인다. 액면가액이 5000원인데 신주 발행가액이 2700원이다. 이처럼 액면가 이하 가격으로 증자를 할 때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을 거쳐야 한다.

 

신주의 종류와 수 / 보통주 (주)211,708,624
1주당 액면가액 (원)5,000
자금조달의 목적 / 운영자금 (원)571,613,284,800
증자방식제3자배정증자

 

그런데 역시 '현물출자가 있는지 여부'에 '예'라는 답변이 있다.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현물을 납입받는 것인데, 출자자는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물의 정체는 이 공시에 기재된 내용이 없어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날 유상증자와 함께 공시된 또 다른 공시 1건에서 현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아래는 두산건설이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중요한 영업양수도 결정)이라는 제목의 공시 일부를 편집한 것이다.

 

[영업양수도의 상대방과 배경]
당사는 재무구조 및 사업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어 당사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의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배열회수 보일러)사업부문을 양수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하였습니다.

[회사의 경영에 미치는 효과]
현재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합하여 총 78.47%(136,122,363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업양수도에따라 현물출자계약(두산건설 보통주 211,708,624주, 발행가액 2,700원)을 체결하였고, 현물출자가 완료되면 두산중공업의 주식수 및 지분율이 변동될 예정입니다.

[영업양수 방법상 특기할 만한 사항]
본 영업양수의 대가 571,613,285,679원(영업양수 부문의 순자산가액)의 지급은 현물출자 계약을 통한 두산건설 보통주 211,708,624주의 신주발행을 통해 지급할 예정입니다.

 

두산중공업이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배열회수 보일러)사업부문을 두산건설에게 양도한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 대가 5716억원을 현금으로 받지않고 두산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를 받기로 했다. 형편이 어려운 두산건설을 지원해주기 위해 수익성이 안정적인 배열회수보일러 사업을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양도하는 셈이다.


이번에는 같은 날 두번째 유상증자 공시를 보자. 주주배정방식(모든 주주들에게 지분율대로 신주인수권을 부여)으로 보통주 1666만여주를 발행(신주발행가 2700원)하여 4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주금을 납입해야 하는 즉 현금출자방식의 유상증자다.

 

신주의 종류와 수 / 보통주 (주)166,666,667
1주당 액면가액 (원)5,000
자금조달의 목적 / 운영자금 (원)450,000,000,900
증자방식주주배정증자
신주발행가액 / 예정발행가 / 보통주 (원)2,700 / 확정예정일 / 2013년 4월 10일

 

당시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지분을 72.7%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 3270억원 어치의 증자참여부담을 져야했다. 결과적으로 두산건설은 현금 및 현물 병행 유상증자로 4500억원의 현금유입과 5700억원의 영업자산가치를 가진 보일러사업 양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화승엔터프라이즈와 두산건설에 대한 현물출자자는 모두 대주주다. 그런데 왜 공시에서는 '제3자 배정 방식'이라고 표기했을까. 일반적으로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평하게 지분율대로 증자참여권을 보장한다면 이를 주주배정 증자라고 한다. 그러나 주주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특정주주 또는 특정 소수주주만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다면 이는 '제3자 배정'으로 분류한다. 다음 편에서는 지난해 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구조에서 나타난 독특한 현물출자 형태와 출자전환방식의 유상증자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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