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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2 승계작업은 끝났다…막전막후

  • 2017.10.16(월) 15:06

[격변의 재계] 일감몰아주기Ⅱ ⑥하이트진로
서영이앤티, 수 년간 치밀한 합병·분할·주식교환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홀딩스 완벽구도 갖춰

2007년 12월 말, 하이트진로그룹의 ‘황태자’ 박태영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하자 묘하게도 오너 2세 소유 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본격화됐다.

우선 계열사 일감이 대폭 늘었다. 인수 이듬해 2008년 하이트맥주는 서영이앤티로부터 생맥주통·냉각기를 402억원어치 매입했다. 서영이앤티의 전년 전체매출(142억원)의 3배 가까운 금액이다. 4년 후 2012년엔 총 1087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에는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영향과 사업다각화 추진 등으로 계열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 4년간 서영이앤티는 연평균 2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현 하이트진로(주)로부터 확보하고 있다. 전체매출에서 평균 30%를 웃도는 비중이다. 이는 공정거래법 23조2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점검 대상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서영이앤티의 존재감은 일감몰아주기 자체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더 빛난다. 한마디로 계열사 일감은 옵션이고 핵심은 지분 승계라는 뜻이다. 1편 ⑥-1 하이트, 생맥주통 회사 '승계의 핵'이야기의 속살이다.

 

▲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 2008년부터 시작된 지주사 ‘지분’ 몰아주기

박태영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 2008년 2월 부친 박문덕 회장은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한 하이스코트를 서영이앤티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양주(랜슬럿·킹덤) 수입유통사 하이스코트를 증여한 것은 단순히 아들 회사에 일감을 주는 차원이 아니다. 하이스코트가 가지고 있던 하이트맥주 지분 9.81%가 핵심이다.

당시 증여로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스코트→하이트맥주로 이어지는 뼈대가 갖춰졌다. 장부가격 3000억원대의 하이트맥주 지분 9.81%를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지 않았으니 개인이 부담할 증여세는 없었다.

증여세 없는 지분승계의 기본 뼈대가 만들어지자 살을 붙이는 후속 작업은 더 빠르게 이뤄졌다.

먼저 매출도 종업원도 없는 근대화유통이란 페이퍼컴퍼니가 등장했다.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73.6%)과 그의 형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25.9%). 근대화유통은 아무 의미없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하이트맥주 지분 0.49%를 가진 회사였다. 2008년 12월 말 이 회사를 서영이앤티와 합병시킨다.

이 작업으로 서영이앤티는 하이트맥주 지분 1.19%(기존 보유분 0.71% 포함)을 직접 보유하게 됐다.


같은 시기 박문덕 회장이 증여한 하이스코트를 쪼개는 작업도 이뤄졌다. 하이트맥주 지분 9.81%를 가진 삼진인베스트를 만들고 기존 양주 수입유통업은 하이스코트에 남긴 것. 분할 이유는 간단하다. 후계승계에 필요한 것(하이트맥주 지분)과 불필요한 것(양주 수입유통업)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함이다.

이 모든 작업이 이뤄지던 2008년 7월 하이트맥주는 하이트진로홀딩스(지주회사)와 하이트진로(사업회사)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별개의 흐름이 아니다.

 


이듬해 2009년 8월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자회사 하이트진로 지분을 가진 단 4명의 주주(박문덕 회장, 삼진인베스트, 서영이앤티, 하이트문화재단)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들이 가진 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꾸기 위한 것.

지분 교환을 마치자 박 부사장이 직접 컨트롤하는 서영이앤티(교환전 1.19%→ 교환후 3.0%)와 삼진인베스트(9.81%→24.66%)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껑충 뛰었다.

이로써 박 부사장은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 주식 단 1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서영이앤티와 삼진인베스트를 통해 합계 27.66% 지분을 컨트롤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0년 서영이앤티가 삼진인베스트를 합병하면서 27.66%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비로소 완전체가 됐다.

◇ ‘대림’과 판박이…증여세 한 푼 없이 지분승계 매듭

2008년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스코트→하이트맥주로 기본 골격을 갖춘 지분구도가 2010년까지 2년 동안 합병 2회, 주식교환 1회, 기업분할 2회의 치밀하고 정교한 작업을 거쳐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홀딩스 체제로 재배치됐다.

이와 맞물려 박태영 부사장은 2012년 경영관리실장(상무) 직함으로 공식 입사,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부친은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선(先) 지분승계 후(後) 경영수업이 진행된 것이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구도를 보면 박 부사장의 부친 박문덕 회장이 여전히 1대주주(29.49%)이지만 부친의 지분이 승계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분승계도 미완성이라고 보긴 어렵다.

박 부사장이 컨트롤하는 서영이앤티 지분(27.66%)에 하이트문화재단(7.54%)이 뒤를 받쳐준다. 재단 주식은 그룹창업주인 고(故) 박경복 명예회장 지분을 상속자들이 재단에 증여한 것이다. 유사시 실탄인 자사주(8.01%)도 포진해 있다. 부친 몫을 빼고도 합계 43%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하이트진로그룹의 지분승계는 사실상 끝났다. 부친이 가진 지주회사 지분은 승계에 필수항목이 아니라 선택사항인 셈이다. 부친이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진 예단하기 어렵다. 재단에 추가 증여할 수도 있고, 당당히 증여세를 내고 박태영 부사장 형제가 물려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2007년 12월을 시작으로 현 지분구도가 완성된 2010년 7월까지 3년이 채 걸리지 않는 증여세 없는 지분승계가 빠르게 완료됐고, 그 핵심에 계열사 일감으로 커온 서영이앤티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하이트진로그룹의 지분승계 과정과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비즈니스워치 기획 ‘[격변의 재계] 일감몰아주기Ⅱ’ 대림편(☞ ③-1 대림, 증여세 한푼 없이 접수한 ‘진격의 후계자’)과 판박이처럼 닮아있다.


그룹 일감으로 성장한 회사를 중심에 세워놓고 여러차례 합병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만든 점, 개인이 아닌 법인을 통해 세금없이 지분을 승계한 점이 닮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대림과 하이트진로는 모두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선상에 있는 곳이다. [하이트진로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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