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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사 또 없습니다' SK의 화려한 변신

  • 2017.11.10(금) 14:06

<어닝 17·3Q>4대그룹 리그테이블④
직물서 시작한 주력사업, 이젠 반도체로
그룹내 SK하이닉스 비중 70% '압도적'

서울시 중구 SK네트웍스 본사 1층 로비. SK그룹의 창업자인 故 최종건 회장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불과 500m 거리에 SK그룹 본사가 있음에도 이곳에 창업자의 동상이 세워진 건 그룹의 뿌리가 SK네트웍스에 있기 때문이다.

 

▲ 서울시 종로구 중구 SK네트웍스 본사에 설치된 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자 동상. SK그룹은 1953년 직물제조업체인 선경직물에서 시작됐다. 선경직물은 그간 선경㈜, SK상사, SK글로벌, SK네트웍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SK네트웍스의 역사를 따라가면 1953년 최종건 회장이 세운 선경직물이 나온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에서 수습한 부품으로 직물기계 4대를 조립해 출발한 선경직물은 '닭표인감'과 '봉황새 이불감'을 만들어 1950년대 국내 직물시장을 주름잡았다.

직물제조업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원료를 만드는 화학산업에도 눈을 돌렸고(1969년 現 SK케미칼, 1976년 現 SKC 설립),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 뒤 경영권을 넘겨받은 동생 故 최종현 회장은 대한석유공사(1980년 現 SK에너지), 한국이동통신(1994년 現 SK텔레콤)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 지금의 SK그룹을 일궜다.

하지만 현재 SK그룹에서 섬유나 직물업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SK케미칼의 100% 자회사인 SK신텍이 삼양사와 공동으로 화학섬유업체인 휴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게 전부다. 모태기업인 SK네트웍스도 2012년 교복사업에서 철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패션사업부문을 현대백화점에 통째로 매각했다. 옷감을 만들던 회사가 옷을 완전히 벗은 셈이다.

 

 

SK그룹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아찔할 정도로 변신 중이다. SK그룹은 에너지·통신·반도체가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는데 가장 나중에 인수한 반도체에서 그룹 전체이익의 약 70%가 발생하고 있다. 입양한 막내가 집안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이 된 것이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SK그룹 5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총 5조1942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1조2031억원)의 4배가 넘는다.

1등 주역은 단연 SK하이닉스다. 석달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3조7372억원에 이른다. 5개사 영업이익 가운데 71.9%가 SK하이닉스 몫이었다.

그나마 3분기에는 SK이노베이션이 유가상승 덕으로 이익이 늘어 SK하이닉스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2분기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2%에 달했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이 늘고 정제마진(제품가격과 원유가격의 차이)도 개선돼 정유화학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린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하비(Harvey) 등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익성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질주는 무서웠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조2767억원인데, 올해는 벌써 10조원(3분기 누적 영업이익 9조2555억원) 가까운 이익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무려 46.1%에 달한다. 1000원짜리를 팔면 461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의미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에서 사용하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SK그룹의 전체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열린 '제19회 반도체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경기가) 좋은 것이 확실하다"면서도 "내년 하반기에 수요는 계속 있지만, 공급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비증설에 나선 경쟁사들이 공급량을 늘릴 경우 SK하이닉스의 실적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2011년) 이전부터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SK텔레콤은 매분기 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가진 회사지만 성장성이 둔화됐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번에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통신시장을 둘러싼 제반 환경으로 인해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요 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모태기업인 SK네트웍스는 화학 및 철강제품을 판매하는 상사부문과 스마트폰을 파는 정보통신부문의 호조로 3분기 영업이익(528억원)이 전년동기대비 3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C도 필름사업의 적자탈출로 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그룹내 영업이익 비중은 각각 1% 안팎에 그쳤다. SK그룹을 대표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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