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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이 폐쇄한 공장, 한국이 되살렸는데…"

  • 2017.11.21(화) 16:15

美ITC, 내일 새벽 세이프가드 제재조치 발표
고율관세 부과시 삼성·LG 美현지공장도 타격

"우리가 공사를 시작할 때는 콘크리트 슬래브로 된 빈 공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년 1월에는 첫번째 생산라인이 가동될 예정입니다. (중략) 우리가 일어나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 내년 초 가동을 앞둔 삼성전자 미국 뉴베리 공장에 대형설비가 설치되는 모습(사진 위). 토니 프레일리 공장장(사진 아래)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삼성 뉴스룸 U.S.]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무역위원회 공청회. 제조업 전문가로서 일렉트로룩스에서 19년을 근무하다가 올해 8월 삼성전자에 합류한 토니 프레일리(Tony Fraley)가 증언을 시작했다. 프레일리는 지난 16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삼성전자 뉴베리 공장의 공장장으로 선임됐다.

공청회에서 그는 미국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가 남기고 떠난 빈 공장이 첨단 가전제품 공장으로 변신 중인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프레일리는 "여러분들이 지난주 공장을 왔다면 대형 프레스기계를 설치하려고 땅을 30피트(약 9m) 넘게 파내려간 장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캐터필러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직원 325명이 근무하는 뉴베리 공장을 폐쇄했고, 삼성은 3억8000만달러(약 4200억원)를 들여 이 공장을 세탁기를 생산하는 가전공장으로 바꿔 내년 초 가동할 예정이다.

현재 350명 이상이 근무 중인 삼성 뉴베리 공장은 오는 2020년까지 일자리 954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구 3만8000명이 거주하는 뉴베리에서 식품기업인 크래프트 푸즈(Kraft Foods)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출발 단계부터 커다란 장벽에 부딪쳤다.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내건 트럼프 정부가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은 올해 5월말 삼성과 LG의 세탁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 발동을 요청, 지난달 5일 ITC로부터 피해판정을 얻어냈다.

 

ITC는 21일(한국시간 22일 새벽) 투표를 거쳐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한 제재 방법과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4일까지 백악관에 이를 전달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2월 이내에 제재조치를 결정해 시행하게 된다.

관건은 ITC가 어느 정도의 제재안을 발표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월풀은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추가로 부품에는 수입할당량(quota)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완제품은 물론 미국으로 수입해 조립하는 세탁기까지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가정용 세탁기시장(소형 세탁기·건조기 겸용도 포함) 규모는 929만대로 이 가운데 43%를 월풀이 차지했다. 월풀은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ITC가 월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년 초 가동을 앞둔 삼성의 뉴베리 공장은 물론 오는 2019년 상반기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시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세탁기 공장을 지으려는 LG전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율관세에 따른 세탁기 가격경쟁력 저하→판매감소→유통망 상실→공장 가동 축소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에서 현지 공장이라고 예외일 순 없기 때문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및 테네시주의 주지사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세이프가드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제재조치가 시행되면 일자리와 세금감소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프레일리 역시 "수입규제는 짧은시간 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생산시설과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우리 정부와 삼성·LG는 세이프가드 자체에 반대입장을 나타내면서도 꼭 필요하다면 일률적 관세가 아닌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은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을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수출자체를 사실상 차단하는 고율의 관세보다는 TRQ가 미국 유통시장이나 현지 공장 등에 미치는 파장이 그나마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상품에 대해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 조사에 들어간 21건 중 7건이 미국에서 행해졌다. 미국이 수입규제를 위해 한국상품을 조사한 건수로는 반기별 기준 역대 최대다. 트럼프 정부 들어 전방위적으로 행해지는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한국 상품들이 주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삼성과 LG 세탁기의 경우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규모는 10억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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