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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많이 팔릴수록 불황?…'포터지수'의 진실

  • 2018.01.18(목) 17:33

'포터 지수'라고 들어보셨나요?

 

현대차 1톤 트럭 '포터'의 판매량이 경기 흐름이나 자영업자 수와 연결됐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래요. 경기가 위축될수록 자영업자가 늘어날수록 포터 판매량은 늘어난대요.

 

▲ 그래픽/김용민 유상연기자 kym5380@ prtsy201@

 

포터나 기아차 1톤 트럭 '봉고'는 길 위에서 장사를 하는 경우나 이삿짐, 택배 등 소형 운수업에 많이 쓰여요. 경기가 후퇴해 기업이 직원을 줄이고 이 때문에 실직자가 많아지면 생계형 자영업에 뛰어드는 인구가 늘기 때문에 1톤 트럭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고 해서 포터 판매량에 별명처럼 붙은 거래요.

 

그런 포터가 작년에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해요. 2004년 이후 판매량 집계를 볼 때 2008년 7만대를 넘지 못했던 포터 판매대수는 2011년 10만대 육박했고, 다시 줄어들었다가 점차 늘어 작년 10만1423대를 찍었죠. 판매 10만대를 넘은 건 작년이 처음이라네요.

 

기아차 봉고도 비슷해요. 2008년에 4만대를 채우지 못했지만 작년에는 6만2184대가 팔렸어요. 1년 새 9.5%나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역시 사상 최대 판매량이네요.

 

 

 

포터 판매량이 사상 최대였다면 정말 경기도 그렇게 좋지 않았을까요? 대표적인 종합경기지표인 통계청 '경기종합지수'랑 한번 비교를 해볼께요.이 지수는 100을 밑돌면 종전보다 경기가 좋다는, 100을 넘기면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경기종합지수는 국민경제 전체의 경기동향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만든 지표에요. 경제부문별(생산·투자·고용·소비 등)로 경기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요 경제지표들을 선정해 합성한 것이죠.

 

 
하지만 그냥 봐도 많이 달라요. 포터 판매량과 경기지수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판매량이 최대였던 작년에 경기는 좋았다는 흐름이 보여요.

 

100을 믿돌았던 게 2016년이었고 오히려 2015년이나 작년 들어서는 100을 넘는 흐름이 지속됐어요. 경기가 나빠야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아진 뒤 잘 팔린 건데요. 역(逆)이 아니라 정(正)의 상관관계에 가까워 보여요.

 

기간을 짧게 보면 '정'의 관계는 더 강하게 나타나요. 현대차 한 영업사원은 "오히려 개업 시기를 고민하다가 경기가 좋아진다는 판단이 서야 차도 사고 장사를 시작하니 그렇지 않겠냐"고 하네요.

 

 

그러면 자영업자 수가 포터 판매량과 연결된다는 설명은 맞을까요?

 

또 들여다 봤어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자영업자수는 멀리는 2005년, 가까이는 2012년을 고점으로 감소 추세네요. 통계청이 구분하는 자영업자란, 전체 취업자 중 종사 지위에 따라 임금 근로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제외한 개인사업 고용주(피고용원 있음)와 자영자(피고용원 없음)를 포함해요.

 

▲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 추이 180118-01
 

하지만 작년 12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54만8000명으로 2004년이후 통계 중 가장 적었어요. 전체 취업자중 비율도 21%로 같은 기간 중 가장 낮은 비율이네요. 단순히 자영업자가 늘어 포터 판매량도 증가했다는 논리도 맞지 않는다는 얘기네요. 오히려 자영업자가 가장 많았던 2005~2006년께 포터와 봉고 판매량은 가장 적은 축인 것으로 나타나요.

 

이런 걸 따져 보면 1톤트럭 판매량은 단순하게 경기나 자영업자 증가랑 연결되지는 않아 보여요. 그보다는 자영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나 최근 택배 산업이 큰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더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자영업자 전체 수 말고 사장님 혼자 뛰는 '나 홀로' 자영업자 수의 추이에서 연결고리가 보였어요. 작년 8월 기준 통계청 조사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만2000명(0.8%) 늘어난 413만7000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2014년 10월 414만7000명을 기록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에요.

 

▲ 국토교통부는 2015년 푸드트럭 규제를 풀었다. 서울 여의도 한 커피푸드트럭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고용원이 없다는 건 장사가 영세하다는 거죠. 이를테면 치킨집이나 편의점을 차릴 자금 여력이 없어 차에 팔 것을 싣고 길 위로 나가는 경우에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 내몰림)'과도 연결되지 않나 싶어요. 높은 임대료에 사업 터전을 잃고 길로 나서는 사례가 요새 많이 늘었다죠.

 

포터가 잘팔리는 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택배 차가 많아진 것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작년 택배시장은 5조2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10% 성장했다네요. 2012년에 연간 택배 물동량은 14억개 수준이었는데, 2017년에는 23억개까지 증가했대요.

 

하지만 택배 기사 역시 상대적으로 '질 낮은' 자영업 형태라는 점을 곱씹을만 해요. 택배 기사는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자처럼 형식상 '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죠.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자영업자여서 근로기준법 상 보호를 받지 못하죠. 수입의 원천인 택배 수수료 등과 관련해 최근 택배업체 등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있어요.

 

▲ 2013년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우체국 택배 업무의 40% 가량을 맡고 있는 위탁 택배기사들이다. 차량과 전화, 분실물 책임까지 모두 택배기사들이 떠안고 있는 실정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어쨌든 완성차 판매업체인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포터와 봉고 같은 1톤 트럭은 '효자'에요. 포터는 지난해 그랜저에 이어 현대차 중 국내 자동차 판매량 2위였고, 봉고도 6만대 넘게 팔리며 기아차 차종 중 4위에 올랐죠.

 

더구나 현대차그룹 두 모델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요. 과거 한 때 삼성차가 '야무진'이란 이름의 1톤 트럭을 만들기도 했지만 옛날이야기죠. 승용차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은 각축이지만 영세 자영업자 수요가 넘치는 1톤 트럭은 경쟁 없는 시장이죠.

 

▲ 현대기아차 2017년 차종별 국내판매량 상위 5위

 

판매 마진을 정하는 데도 여유가 있어요. 경쟁이 없어 신차 개발이나 모델 변경에도 큰 필요를 느끼지 않으니 찍어내는 족족 이익이에요. 차값도 기본형 기준으로 포터는 1530만원, 봉고는 1520만원 등 10만원 차이로 정해져 있죠.

   

포터 지수의 실체를 들여다보다보니 씁쓸해졌어요. 올해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는 정책 목표를 1순위에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 2년차죠. 포터와 봉고 판매대수는 어떻게 될까요, 또 뒷맛 개운치 않게 신기록을 경신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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