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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레드오션 탈출법

  • 2018.03.07(수) 10:02

[최태원의 新경영]下 저무는 소유의 시대
"공유할 가치 없다면 보유할 가치도 없다"

"새로운 가치-비용의 경계를 연 조직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들은 현재 시장에서의 경쟁에만 집중하는 조직과 달리 다른 대상을 생각한다."

2000년대 중반 경쟁없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며 '블루오션' 열풍을 일으킨 김위찬·르네마보안 인시아드 교수는 지난해 펴낸 <블루오션 시프트>라는 책에서도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감자튀김은 기름에 튀겨야 한다는 상식을 뒤엎고 튀기지 않는 감자튀김 조리기를 개발해 대박을 낸 기업부터 기부문화를 팬문화로 바꿔 모금 활동에 혁신을 가져온 영국 자선단체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고정관념을 허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산업의 경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기존 산업을 재규정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사회적 가치를 부쩍 강조하는 SK그룹에서도 생각의 변화는 중요한 화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신입사원과 대화에서 "우리 인프라를 외부와 공유하면 손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면서 "그러나 공유할 가치가 없다면 보유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공유 인프라 전략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소유의 관점에선 내 것을 내놓는다는 건 모든 것을 잃는 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눠쓰면 더 큰 가치가 돌아온다는 공유의 관점에서 보면 소유에 집착하면 할수록 사업기회가 줄어든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호텔이나 택시를 직접 소유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처럼 빠른 확산이 가능했을까.

SK㈜가 중고차 매매를 담당하는 'SK엔카' 사업을 접고 카셰어링업체인 '투로'와 '풀러스'에 지분투자를 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유권 매매를 기본으로 하는 사업모델에서 발을 빼는 대신 공유경제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공유를 자산 효율화 관점으로도 바라봤다. 외부에 개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기존보다 자산가치가 더 올라가니 회사도 좋고 사회도 좋은 일이라는 얘기다. SK에너지가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인 '주유소 상상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쟁이 심화된 주유소 시장에서 자산을 움켜쥔 채 서서히 말라가느니 외부인에게도 문을 열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SK에너지는 전국의 주유소 3600개를 공유 인프라로 제공한다. 주유소가 갖고 있는 주유기, 세차장, 유휴부지 등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과 사업구조, 마케팅 역량, 멤버십, 주유소 네트워크 등 무형자산 전부가 공유 대상이다.

SK 관계자는 "외부의 눈으로 우리의 사업모델을 다시 바라보자는 것"이라며 "이런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구나 하며 내부를 각성시키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공유할 가치가 없다면 보유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공유 인프라 전략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가 공유라는 가치에 매달리는 것은 최고의 순간이 최악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김위찬·르네마보안 교수도 기업들이 과거의 성과를 반영하는 시장점유율만 믿다가 전략적 취약성을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휴대폰의 최강자였던 노키아가 최정점에서 무너지는데는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사진용 필름시장을 장악했던 코닥도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한순간 몰락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코닥은 1970년대 중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존의 필름시장이 잠식당할 것을 우려해 2000년대에 접어들 때까지 디지털 카메라를 일부러 외면해왔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SK도 반도체와 유가안정 덕에 지난해 역대 최대의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16년 3조원대였던 영업이익이 지난해는 무려 13조원대로 뛰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신입사원과 대화에서 "대기업도 힘들고 망할 수 있다"며 고민의 한자락을 내비쳤다. 지난달 열린 글로벌지속가능포럼에선 "기업들은 경쟁과 이익감소, 비즈니스가 낡아가는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사실상 '레드오션'으로 규정했다.

SK 관계자는 "공유 인프라나 사회적 가치 등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 뒤 사업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지금은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최 회장이 그 가능성을 먼저 봤기에 믿고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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