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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김동연·최태원, 가방 때문에 아찔했던 사연

  • 2018.03.14(수) 16:48

혁신성장 간담회서 사회적기업 제품 건네
청탁금지법 저촉될라 '사진만 찍고' 사후구매
SK, 3년간 80조 투자 2.8만명 고용 계획 밝혀

"이 가방을 그냥 받을 순 없고…"

14일 오전 11시20분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35층.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순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이날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동참을 당부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LG그룹, 올해 1월 현대차그룹에 이은 세번째 대기업 방문이다.

발단은 이랬다. 김 부총리는 취재진 7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면서 최 회장이 지난달 8일 연세대에서 했던 강연 얘기를 꺼냈다.

당시 최 회장은 글로벌지속가능포럼(GEEF) 발표자로 나서 '모어댄'이 제작한 검은색 가방을 청중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가방이 된 자동차'라는 브랜드 콘셉트로 취약계층과 탈북자가 만든 것"이라며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이런 생각을 못한다. 사회적 기업들이 색다른 접근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모어댄은 자동차 가죽시트 등을 활용해 가방과 지갑 같은 패션아이템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이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

 

▲ 지난달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기업 '모어댄'이 제작한 가방을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사진=SK그룹 제공>


김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 회장이 가방을 들고 찍은 사진을 봤다.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것에 감사드린다. 인상 깊게 보고 있다"며 덕담을 건넸다.

최 회장도 적극 화답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속도가 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걸음마 때부터 달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가는 뛰고 날고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약 20분간 이어진 모두발언 이후 두 사람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기념촬영에 들어갔다. 우연이었을까. SK그룹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언급한 모어댄 가방을 직접 들고 나와 김 부총리에게 건넸다. SK가 지원한 사회적 기업이 결실을 맺고 있으며 정부가 이를 인정했다는 그럴듯한 장면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가방은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25만5000원이다. 만약 김 부총리가 받았다면 받은 쪽은 물론 준 쪽도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선물을 주고받을 수 없으며, 원활한 직무수행 등의 목적으로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선물가격은 5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혁신성장 간담회에서 '모어댄' 가방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잠시 난감해하던 김 부총리는 "따로 구매하겠다"며 가방만 들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엉뚱한 일로 간담회가 빛바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을 넘긴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간담회 이후 참석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이 가방을 구매했다.

이날 SK그룹은 올해 27조5000억원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역대 최대규모의 투자다. SK그룹은 또 전체 인력의 30% 수준인 2만8000명을 3년간 추가 고용키로 했다. 하마터면 가방 하나로 80조원짜리 투자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묻힐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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