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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은밀한 계열 편입…주인은 조현범

  • 2018.04.11(수) 13:33

와이케이티 지분 77% 인수…사실상 개인소유 기업
형 조현식과 후계 경쟁구도 맞물려 세력 확장 촉각

참 묘하다. 재계 30위권 재벌 정도면 세간의 입에 수도 없이 오르내렸을 법한데, 수백억 자산을 가진 기업을 인수할 당시는 물론이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심권 밖에만 머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치열한 후계 경쟁을 벌이는 재계 2세가 사재(私財)로 직접 사들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타이어가 소리소문없이(?) 편입한 ‘유노테크’, 지금은 ‘와이케이티(YKT·YES, Korea Tech)’라는 이름을 쓰는 계열사 얘기다. 오로지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개인기업이라는 사실이 최근 눈에 띄었다는 게 시덥잖게 수개월 만에 이 계열사를 끄집어낸 이유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가운데).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부회장(좌).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 소리소문없이…

와이케이티는 1987년 4월 진흥산업으로 설립된 곳이다. 1996년 1월 진흥전자를 합병, 진흥전자로 상호를 변경한 데 이어 2003년 9월 유노테크로 사명을 교체했다. 한국타이어 계열 편입이 이뤄진 때는 작년 6월쯤으로 이를 계기로 올해 3월 말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전기·전자제품 인쇄회로기판(PCB) 전문업체로 무엇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오디오·계기판·내비게이션 등 내부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자동차 전장용 PCB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재무구조는 비교적 견실한 편이다. 2017년 말 총자산 595억원에 자기자본이 223억원(자본금 30억원)이다. 매출 또한 2014년(427억원) 이후 5년연속 500억원을 웃돌아 안정적인 편이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흑자전환이후 5년연속 흑자 흐름이다. 다만 2015~2016년 40억원 가까이 됐지만 지난해 20억6000만원으로 축소, 최근에는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순익 또한 3년연속 흑자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작년에는 2억8100만원으로 전년(24억3000만원)의 9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경영은 박종호 사장이 총괄한다. 안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디지털셋톱박스 제조업체 휴맥스의 경영기획부문장 겸 재무최고책임자(CFO)를 거쳐 식자재유통기업 아모제푸드시스템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타이어를 주력으로 축전지·일반기계·금형제조 사업 등을 하는 한국타이어의 사업부문으로 보나 박 사장을 비롯한 와이케이티의 현 이사진(사내이사 3명·감사 1명)의 면면을 놓고 보나 쉽게 한국타이어와 와이케이티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지만 이곳의 주인이 바로 조현범 사장이다. 소유지분도 76.5%(397만6500주)나 되는 최대주주다. 한국타이어의 계열 편입은 이렇듯 조 사장의 직접적인 지분 인수에 기인한다.

 


◇ 불붙는 후계경쟁

한국타이어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를 비롯해 18개 계열사(2017년 말 기준 상장 3개·비상장 15개) 중 조 사장이 실질적인 주인으로 있는 계열사는 자잘한 투자자문사 에프더블유에스투자자문(지분 51%)을 빼고는 와이케이티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뿐만 아니라 설령 지주회사 체제를 벗어난 신양관광개발·신양월드레저 등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을 보더라도 조양래 회장과 부인 홍문자씨, 슬하의 2남2녀 등 일가들이 주주명부에 함께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곳이 대부분일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조 회장의 2세 조현식·조현범 형제 후계구도가 예측불허인 상황에서 조 사장의 와이케이티 인수는 ‘현재진행형’인 형제간 경쟁구도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현재 경영구도 측면에서만 보면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이 한 발 앞선 모양새다. 조 부회장은 2010년 6월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2년 9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한 뒤로는 부친과 함께 지주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각자대표로 활동해왔다. 

이어 지난해 12월초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불과 한 달 뒤인 올해 1월초에는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에서 퇴진함에 따라 조 부회장이 단독대표 자리에 앉았다.

반면 차남 조현범 사장은 2011년 12월 주력사인 한국타이어의 사장이 된 뒤 대표에 오른 게 올해 1월이다. 또한 단독대표가 아니라 3월 말 퇴진한 서승화 부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수일 사장과 각자대표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우에도 미등기임원으로 경영기획본부장 COO(최고운영책임자·사장) 직책을 갖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분구조는 180도 딴판이다. 여전히 조 회장이 지주회사의 단일 최대주주로서 23.6%(일가 및 계열주주사 등 특수관계인 12명 포함 73.9%)를 소유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또한 형제간 지분율도 19.32%와 19.31%로 엇비슷하다. 어느 한쪽이 승계 과정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향후 한국타이어가 타이어-비타이어 부문으로 쪼개 형제가 나눠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 나아가 타이어 부문이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타이어 사업을 가져가기 위해 형제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연스레 계열 분리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조 회장의 낙점(落點)에 따라 후계자가 결정되고 향후 분가(分家) 구도 또한 가늠되는, 현재로서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와중에 조 사장이 와이케이티 인수를 통해 은밀히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차남의 세력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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