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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현대중공업, 사위기업 '유봉' 막내 계열사로 등장

  • 2018.04.11(수) 18:05

정몽준 사위 서승범씨가 최대주주인 철강유통업체
지난해 6월 혼사 뒤 뒤늦게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제한 및 공시 등 의무 생겨

재계 9위 현대중공업 그룹에 사위 기업 '유봉'이 뒤늦게 새 계열사로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대기업 계열사 수준의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를 변수로 맞게 된 것도 독특하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절차를 거쳐 지난 3월1일 자산 규모 200억원대 철강유통업체 유봉을 기업집단에 편입시켰다. 유봉은 이로써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를 정점으로 한 이 그룹의 28번째 계열사가 됐다.

 

하지만 유봉은 현대중공업그룹과 사업적 연관을 가진 기업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에 본사를, 경남 함양에 2개 공장을 둔 이 회사는 스테인리스 후판 등의 철강유통과 핀튜브 등 열회수 발전기(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HRSG) 부품 제조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회사 지배구조도 가족기업 형태였다. 198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재작년말까지만 해도 옛 쌍용그룹 직원 출신 창업주 서준영(77) 회장이 지분 36.0%를 소유한 최대주주였고, 아들 서승범(44) 대표가 28.7%, 부인 이춘란 씨가 12.0% 등 일가가 76.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23.3%도 관계사 인산테크가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사업이나 관계는 현대중공업보다 두산그룹과 밀접했다. 유봉은 지난 2007~2010년 한 해 평균 42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60~70%가 두산중공업에서 나왔다. 특히 2011년에는 총 1110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이 중 997억원이었다.

 

이는 서 회장의 맏사위가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인 것에 기인한다. 서 회장 장녀 지원씨는 지난 1990년 박 회장과 결혼했다. 유봉이 성장한 시기는 박 회장이 두산중공업 사장으로 재임하던 때와도 겹친다. 유봉 매출의 한 축인 HRSG는 당시 두산중공업 주력사업이었다.

 

이런 가족형 중소기업이 올 들어 두산도 아닌 현대중공업이라는 대기업 그룹으로 편입된 데는 창업주 2세의 '결혼'과 '가업 승계'가 얽힌 독특한 배경이 있다.

 

작년 6월 중순 서 회장 아들 서 대표는 현대중공업 그룹 총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딸 정남이(35)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와 결혼식을 올렸다. 서 대표는 이 무렵 지분을 44.5%로 늘리면서 부친 서 회장에 이은 유봉의 최대주주로 가업을 이어받았다.

 

정 이사와 서 대표가 결혼한 지는 이미 10개월이 지났지만 행정신고를 통해 혼인관계를 법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올해 들어서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 대표가 유봉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신분에서 최대주주 '본인'으로 올라섰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계열사로 등재되게 됐다.

  

기업집단 총수의 4촌이내 인척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주식회사의 경우 해당 기업집단에 속하게 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요건에 들었기 때문이다.

 

2014년 이후 부친 서 회장과 유봉 각자대표를 맡았던 서 대표는 지난달 20일 서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단독 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현대중공업 계열사가 된 유봉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편입됐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상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되면 회계나 경영 관련 다양한 공시의무가 발생하고 총수 일가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내부거래 제한 등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비상장 기업인 유봉이 지난달 20일 최근 4년치 감사보고서를 일제히 정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유봉은 2013년부터 보유하고 있는 기존 사돈기업 계열사 두산건설 지분의 가치가 하락한 것을 지금껏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현대중공업 기업집단 편입 후 '매도가능지분손상차손 오류'로 신고하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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