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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면 재주 있나'…포스코 권오준 전격 퇴진

  • 2018.04.18(수) 11:23

18일 긴급이사회서 임기 2년 남기고 사퇴 표명
중도하차설 현실화….정권교체기마다 CEO 수난

매출 60조원 포스코의 수장(首長) 권오준 회장이 임기 2년을 남기고 전격 퇴진한다. 표면상으로는 '더 잘할' 후임자가 나와 변화를 이끌 때여서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의 사퇴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권 교체기마다 외압 논란 속에 최고경영자(CEO)들이 교체되는 수난사에서 권 회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권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 대치동 사옥에서 열린 2시간 가량의 긴급 임시 이사회 후 취재진 앞에서 "이사진에 퇴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지 1년만이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 100년 변화 위해 결심"
 
권 회장은 "최근 포스코 50주년을 맞고 100주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그림을 그리면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중 가장 큰 게 CEO가 바뀌는 것 아닌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은 후임자에게 경영을 물려주는 게 좋겠다는 부분을 이사회에 말했고, 이사회가 승낙했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과 배석한 김주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갑자기 접한 소식에 임시 이사회를 열었지만 오랫동안 격론이 있었다"며 "회장이 오래 생각하고 결정 내린 사의를 이사회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의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포스코 관계자 역시 "사퇴 여부 등 거취에 대해 이사진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전 8시에 시작한 이사회는 10시가 돼서야 마쳤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공식 취임후 작년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공식적으로는 조직과 후임을 위한 '용퇴'지만 갑작스런 중도사퇴 발표 배경에는 정치권 압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KT 황창규 회장이 지난 17일 경찰에 소환되면서 권 회장도 사퇴결심을 굳힌 듯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KT 역시 포스코처럼 정권 입김이 센 기업이다. 포스코 경우 검찰에서 시민단체가 포스코건설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첨단범죄수사2부에 맡기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이 정치권 최고위층으로부터 용퇴 언질을 받았다면 버텨봤자 험한 꼴을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며 "조직에 폐를 끼치기보다는 물러나는 게 낫다고 본 듯하다"고 추측했다.

 

◇ 경영공백 최소화…당분간 '회장' 유지
   
50년 역사의 포스코는 회장이 외압 논란을 겪으면서 대거 교체되는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실제 초대 박태준 회장을 비롯해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회장 등 CEO들은 대부분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2000년 10월 국영 제철기업에서 민영화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권 회장 역시 작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줄곧 퇴진설에 시달려왔다.


특히 청와대가 권 회장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징후는 이미 오래 전 포착됐다. 단적인 예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나서는 동안, 권 회장은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제외된 것이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해외순방 길의 단골 인사였다.
 
정권 교체 때마다 CEO가 중도하차하는 것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김 의장은 "전에도 임기를 못 마친 사례가 있었지만 상황은 다 다르다. 일괄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권 회장은 연임 뒤 신규사업과 포스코 50주년 큰 그림을 그려왔고, 그것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아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이 당장 사의를 밝혔지만 후임 회장 인선 때까지 당분간 현재 직책은 유지된다. 김 의장은 "차기 회장 선임하는 절차가 적어도 2~3개월 될 텐데 그 과정에는 경영공백이 없도록 자리를 지켜주도록 요청했다"며 "내부 '승계 카운슬(Council, 협의회)'을 가까운 시일안에 소집해 자세한 후임 선정 절차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아울러 "포스코는 지난 10여년동안 지배구조를 개선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지배구조를 가졌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포스코에 대한 기대, 50% 넘는 글로벌 주주들, 많은 이해관계자 등을 감안해 우리가 정해둔 절차를 넘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임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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