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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의 '대한항공 석태수' 카드…먹힐까

  • 2018.04.23(월) 13:48

'복심'으로 통해…후계자 조원태와도 지근거리 호흡
오너父子 대표 꿰찬 상황서 제 목소리 낼지 물음표

반전을 기대했다. 반전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재벌 오너가 직접 고개를 숙였으니 그럴 만했다. 그러나 반전은 민망한 실패로 끝났다. 사태가 촉발한지 열흘만의 사과는 외려 더 큰 실망만 안겼다.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은 이미 밀수·탈세 등 각종 불법·비리 의혹으로 번진 상황이다. 당국도 경찰과 관세청, 국토교통부가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의혹에 대한 해명 없는 사과에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게다가 쇄신안으로 꺼낸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부회장직 신설' 카드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오너 일가 부자(父子)가 떡하니 대표이사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에서 '가신(家臣)'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리기 때문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조양호(69) 한진 회장은 지난 22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44)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모든 직책 사퇴 조치와 경영 쇄신안을 요지로 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이 촉발된 지 열흘 만이다.
  
혁신안으로는 한진그룹 차원에서는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와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대한항공에 대해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63) 현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을 앉히기로 했다.
  
석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경영기획실 이사 및 실장, 미주지역본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 '기획통'이다. 
 
물류 및 택배업체 ㈜한진 대표(2008년 3월~2013년 12월), 한진해운 사장(2013년 12월~ 2017년 2월)을 역임했다. '육해공' 물류를 다 거친, 한진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커리어다.  
 
업계에서는 '조용한 승부사'란 별칭이 붙어있다. 대외 행사에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아 재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는 인물이다. 이따금 '정중동 경영자'란 수식어가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한진그룹 내부로 시선을 옮겨보면 존재감은 180도 달라진다. 조 회장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현직 실세 경영인이다.
 
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예는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것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에 대해 한진이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섰을 때다. 2014년 1월 조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에) 형편없는 사람을 내보내고 능력 있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한진해운 신임 사장에 오른 이가 바로 석 사장이다.  
 
앞서 2013년 8월 대한항공의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한진칼이 출범했을 때에는 초대 대표를 맡았다. 한진이 2007년 3월 에쓰오일(S-Oil) 자사주 28.4%를 인수, 2대주주로 있을 당시에는 조 회장과 함께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에쓰오일의 이사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조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석 사장은 한진의 후계자 조원태(42) 대한항공 사장과도 지근거리에서 호흡을 맞춰왔다. 2008년 3월 조 사장이 ㈜한진의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핵심 계열사 이사진에 처음으로 합류했을 때 석 사장 역시 대표로 신규 선임됐다.
 
한진이 2008년 10월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를 인수해 사명을 바꾼 한진드림익스프레스 신임 대표가 됐을 때는 조원태 사장도 사내이사를 맡았다. 2013년 12월 석 사장이 한진해운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었던 한진칼 대표 자리를 조 사장이 물려받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석 사장이 대한항공 부회장을 맡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진 사태의 원인이 오너 일가를 제대로 감시, 견제할 수 없는 기업 내 시스템 부재와 폐쇄적인 환경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조원태 사장 공동대표체제다. 조 사장은 일감몰아주기 이슈 해소를 위해 작년 6월 한진칼 등 5개 계열사 대표 자리를 내놨지만 대한항공만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석 사장은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회사 한진칼에서 조 회장과 공동대표다. 조 사장 또한 한진칼의 등기이사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 쇄신안으로 제시한 대한항공 부회장 카드에 큰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한편 한진그룹은 23일 새로 출범하는 준법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촉했다. 목 위원장은 1983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차장, 헌법재판관 등 29년간 현직 법관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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