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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으로 갈아탄 정의선의 묘수

  • 2018.05.10(목) 17:38

[현대차, 후진적 지배구조 빅뱅]⑧-2
2014년 현대엠코 합병…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
계열 매출 4년간 평균 1.9조…‘덩치 키우기’ 적중

2014년 2월, 흔히 ‘일감몰아주기’로 통칭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제도의 시행을 전후로 재계 오너 일가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계열사 소유지분을 대거 줄였고,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데 열을 냈다.

현대엠코 지분의 3분의 1을 소유하고 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갈아타기를 통해 이 문제를 깔끔히 정리했다. 이 뿐이었을까. 후계 기반을 닦기 위한 노림수도 깔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2014년 1월 현대엠코는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되는 형태로 합병에 나섰다. 현대엠코 주주의 보유주식 1주당 현대엔지니어링 0.1776171주 총 355만2341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편입되며 딸려 온게 2011년 4월이니 이로부터 3년도 채 안됐을 때의 일이다.

비상장사인데다 양사 주주들이 정 부자와 소속 계열사들이 대부분이였던 까닭에 합병은 일사천리였다. 2월27일 주주총회 승인이 떨어졌고 4월1일에는 합병법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출범했다.

두 건설 계열사간 합병은 1차적으로 정 부자가 35.1%의 지분을 소유한 현대엠코를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즉 당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20%(상장사 30%) 이상인 계열사와 연간 200억원이상 또는 최근 3년평균 계열매출 12% 이상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2014년 2월·1년 유예기간 뒤 2015년 2월 본격 시행)됐던 때다. 

정 부자가 통합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옮긴 뒤 보유지분은 16.4%(124만5561주)였다. 정 부회장 11.72%(89만327주), 정 회장 4.68%(35만5234주)로 규제 기준선인 20%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해소는 또다른 전리품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후계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합병해 덩치를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키우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고 승계자금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마련할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은 각각 화공·전력 등의 플랜트와 토목·건축부문(주택 포함)에서 경쟁력을 가진, 주력사업이 다른 계열사간 결합이었다. 각각 설계와 시공에 특화된 차별성을 갖기도 했다. 여기에 해외와 국내, 주력시장도 달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게다가 양사가 모두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개편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업가치가 저렴할 때 합병을 추진하는 게 유리하다는 속내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묘수는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7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다.  2013년 2조5900억원 수준이던 매출(연결기준)은 지난해 6조27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7조4000억원을 찍기도 했다.

영업이익은 2280억원에서 4년새 514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엠코 합병이후 4년간 한 해 평균 4740억원을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률은 낮게는 6.8%, 높게는 8.2% 수준을 유지했다.

재무 건전성도 흠 잡을 데가 없다. 2017년 말 현재 현금성자산(1조9500억원)이 총차입금(2990억원)보다 1조6500억원(순차입금) 더 많다. 2013년 말 159.7%였던 부채비율도 2017년 말 89.7%로 낮아진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처럼 토를 달 수 없는 재무구조를 갖기까지는 계열사들의 지원도 한 몫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14~2017년 계열매출은 한 해 평균 1조8600억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28%다. 합병이후 최대 매출을 올렸던 2015년(7조4000억원)에는 계열 매출이 2조5100억원(33.8%)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합병 당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이상 통합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그룹 공사 물량을 지속적으로 대주며 ‘덩치 키우기’에 나서지 않겠냐는 시각이 현실화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 남은 일은 정의선 부회장이 소유한 지분을 현금화 해 승계 재원으로 쓰는 일 뿐이다. 지난 3월 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불을 당겼다. 고작 30억원의 돈으로 2조4000억원으로 키운 현대글로비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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