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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 이재용과 호암상이 주목받는 이유

  • 2018.05.29(화) 18:10

할아버지 뜻 이어 아버지가 제정
이재용 경영 행보 가늠자 역할

"기업이 귀한 사람을 맡아서 훌륭한 인재로 키워 사회와 국가에 쓸모 있게 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부실경영과 마찬가지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인재의 양성은 유능한 인재를 모으는 데만 있지 않고 이들을 묶어주는 구심점, 즉 기업인의 인격과 영도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 호암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을 중시했다. 호암상은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1990년 제정했다.


삼성을 일군 호암 이병철 회장은 1976년 11월 전경련회보에 이 같은 내용의 '나의 경영론'을 기고했다. 호암의 기업가 정신을 설명하는 키워드인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인재제일(人材第一)'의 철학이 녹아있다.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3년 뒤인 1990년 아들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의 호를 딴 '호암상'을 제정했다. 과학기술·의학·언론·사회봉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실적을 쌓았거나 사회에 기여한 사람과 단체에 주는 상이다. 시간이 흐르며 과학상과 공학상을 나누고 예술상을 추가하는 등 시상분야에 변화가 있었지만 호암상에 대한 이 회장의 애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창업주의 정신을 잇는 상인 만큼 이 회장은 2013년까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매년 시상식을 챙겼다. 본인뿐 아니라 부인 홍라희 여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일가족을 이끌고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이듬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더이상 참석을 못했다. 그를 대신한 건 아들인 이 부회장이다. 2015년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곧바로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알렸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2015년 9월)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에도 호암상 시상식을 찾았고 그해 10월말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호암상 시상식은 이 부회장이 승계절차를 밟거나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 그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호암상 시상식은 역대 가장 조촐한 행사로 치러졌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삼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터라 축하 만찬이나 음악회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호암상 시상식은 오는 1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지난 2월 항소심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서서히 경영행보에 나서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할지가 재계의 관심이다. 참석한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 조심스럽게 보폭을 넓혀온 이 부회장이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다시 전면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인지는 삼성 내부에서도 확신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그 때가 돼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병철 회장은 "인재 양성에는 유능한 인재를 묶어주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그 역할을 기꺼이 감당할지, 조금더 예열기간을 거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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