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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꿔라" 그후 25년…조용한 삼성

  • 2018.06.07(목) 15:44

삼성 변곡점 '신경영 선언' 25주년
기념식 등 행사없어…이재용 출장중

"지금부터 내 말을 녹음하세요. 내가 질(質) 경영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이게 그 결과입니까? 나는 지금껏 속아 왔습니다. 사장과 임원들 전부 프랑크푸르트로 모이세요.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나설 것입니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상징되는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돌입,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3년 6월 독일에서 서울의 비서실로 전화를 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불호령에 삼성 경영진 200여명이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에 몰려들었다. 이 회장은 세탁기 뚜껑이 불량인데도 라인 작업자가 태연하게 부품을 칼로 깎아서 대충 조립하는 모습이 담긴 사내방송을 보고 난 뒤 요샛말로 '뚜껑이 열렸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표현되는 삼성의 '신경영 선언'이 이 때 나왔다. 이 회장은  "이대로 가면 3류, 4류로 전락할 수 있다",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고 깨어나면 식은 땀이 흘렀다" 등 그간 가슴에 쌓아둔 말을 쏟아냈다. "소비자한테 돈 받고 물건 내주는데 불량품을 내주는 것이 미안하지도 않은가"라며 임원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전세계 반도체와 스마트폰 1위에 오르며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양(量)에서 질(質) 위주로 철저한 자기혁신을 다짐한 신경영 선언이 큰 역할을 했다.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라인가동을 정지하는 '라인스톱제',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7·4 근무제', 여성인재 확대 등 당시 국내에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도들이 신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연이어 도입됐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변곡점이 된 사건"이라고 했다.

그 뒤 삼성은 매년 6월7일 신경영 선언의 초심을 되새기는 기념식을 열었다.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뒤에는 사내방송을 통한 다큐멘터리 상영과 이 회장의 어록을 소개하는 식으로 대체했으나 지난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이마저 중단했다. 올해 역시 신경영을 기념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신경영 선언의 주역인 이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는데다 지난해 2월 석방된 이 부회장도 대법원 판결을 앞둬 아직은 안팎의 주목을 받을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올해 3월 창립 80주년도 특별한 행사 없이 사회공헌활동으로 갈음했다. 지난 1일 열린 호암식 시상식도 2년째 총수 일가가 불참한 채 열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해외시장 점검차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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