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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넘쳐나도 값은 뛰는 '요지경' 합성고무

  • 2018.06.18(월) 16:49

원재료 유가 상승 탓…안팔려도 가격은 되레 상승
국내외 시장에서 좁아지는 입지…국내 업계 '울상'

에틸렌프로필렌고무(EPDM)를 아시나요. 이름은 생소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찾아볼 수 있는 합성고무의 한 종류입니다. 축구선수가 태클을 할 때 피부가 쓸리지 않도록 하는 인조잔디 구장 까만 부스러기, 집에 들이치는 비바람을 막는 창틀고무, 자동차 충돌 때 충격을 줄여주는 범퍼까지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석유화학 소재죠.
   

 

에틸렌프로필렌고무는 특히 국내 화학업계에도 의미있는 제품입니다. 지난해 기준 세계 3위의 생산능력(연 22만톤)을 지닌 금호폴리켐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 15.5%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합성고무 시장이 요새 이상하답니다. 제품은 넘쳐나는데 가격이 오른다니 말이죠. 또 가격이 오르는데도 이걸 만들어 파는 업체들은 울상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물량이 넘치는 이유부터 들여다 봤습니다. 우선 업계의 생산능력(Capacity)이 커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올해 글로벌 에틸렌프로필렌고무 생산능력은 242만톤인 반면 수요는 139만톤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생산능력이 207만톤, 수요가 135만톤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공급만 확연하게 늘었습니다. 생산능력이 수요의 1.74배를 훌쩍 웃도니 물건이 남아돌 수밖에 없죠.
  
이는 주요 화학업체들이 공장을 증설한 결과입니다. 독일계 특수화학기업 랑세스(LANXESS),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인 금호폴리켐 등은 2015년부터 합성고무 생산량을 늘렸답니다. 종전까지 이 합성고무를 생산하지 않던 롯데케미칼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죠. 지난해 이탈리아 화학회사인 베르살리스(Versalis)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김은진 화학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메이저 화학사들이 설비를 증설해 에틸렌프로필렌고무 공급과잉이 심화됐다"고 합니다. 주요 납품처인 자동차 시장 회복과 합성고무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2015년께부터 설비투자가 진행됐는데 그게 너무 과했던 겁니다.  
 

   

하지만 수요는 정체된 상태입니다. 특히 경기가 불투명지면서 합성고무 물량을 받아줘야 할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수급 격차가 커진 겁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 시장만 봐도 뚜렷하다고 합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 완성차업체나 부품업체들은 국내 에틸렌프로필렌고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납품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년새 9.7% 감소하면서 에틸렌프로필렌고무를 쓸 곳이 확 줄어든 게 최근의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 합성고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울상입니다. 잘 팔릴줄 알고 설비를 늘렸지만 국내에선 팔리지도 않고, 해외시장에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싼 중국 업체들에게 치이고 있어섭니다.

 
에틸렌프로필렌고무는 이런 공급과잉 속에서도 가격이 쭉쭉 오르고 있어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합니다. 이유는 수급이 아니라 원재료 가격, 바로 유가(油價)가 올라서 그렇습니다. 요즘 유가 무섭죠? 지난달엔 70달러 중반대를 기록하며 2년 반만에 158% 이상 오를 정도죠. 원유 가격이 올라 생산비용이 늘어 이 합성고무 제품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팔리지도 않는 물건이라고 해도 제조업체들은 가격을 낮출 수가 없습니다. 에틸렌프로필렌고무의 아시아 거래가격은 지난해 1월 톤당 1944달러에서 올해 5월 2255달러로 16% 뛴 상탭니다. 
 
에틸렌프로필렌고무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국내 대기업 중에는 금호석유화학의 계열사인 금호폴리켐, SK종합화학의 중국 법인인 SK닝보, 롯데케미칼의 합작법인인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가 있는데 세 회사 모두 최근 실적이 안쓰럽습니다.

 

지난해말부터 생산에 들어갔던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는 올해 1분기 2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가장 심각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본격 생산 4년차인 SK닝보는 2015년부터 매년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34억원 순손실을 냈습니다..
 
2015년까지 흑자를 내던 금호폴리켐은 지난해 28억원 순손실을 내면서 2년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400만원의 순손실을 내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적자는 모회사 실적도 깎아 먹습니다. 금호폴리켐 지분 50%를 쥔 금호석유화학, SK닝보 지분 80%를 가진 SK종합화학,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는 지분 50%+1주를 들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아파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합성고무 시장 수급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저렴한 중국 제품이 품질마저 빠르게 개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틸렌프로필렌고무에 공을 들여온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 한 동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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