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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현대아산 ‘국민주’, 15년만에 빛 볼까

  • 2018.06.17(일) 14:42

2003년 공모주로 돌아본 현대아산 남북경협 스토리
현재 소액주주 6530명…85억원어치 지분 7.1% 소유
남북·북미정상회담 계기 경협재개 기대감 주가 폭등

2003년 8월7일,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조문 마지막 날. 빈소가 차려진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한 40대 남성이 “현대아산은 대한민국 국민의 기업”이라며 10만원을 놓고 갔다. 현대아산 국민주 갖기 운동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 모드와 맞물려 현대아산 국민주는 빛을 볼 수 있을까.

 


남북경협의 상징

현대아산은 남북경협의 상징이다.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1998년 6월과 10월에 1001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소떼 방북’을 계기로 1999년 2월 설립됐다.

현대아산은 앞서 1998년 11월 첫발을 내딛은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개성공단사업 등 대북 관광과 개발사업을 전담했다. 2000년 6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북한의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 수자원 이용, 임진강댐, 주요 명승지 종합관광사업 등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도 얻었다.

정 창업주가 자신의 호인 ‘아산(峨山)’을 사명(社名)에 갖다 붙였을 만큼 현대아산에 대한 애착은 각별했다. 2001년 3월 타계 후에는 현대를 승계한 다섯째아들 고 정몽헌 회장이 정 창업주의 유지를 이었다.

2003년 8월4일 대북사업을 주도해왔던 정몽헌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남북경협의 미래가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일부 일반인들과 시민단체, 정치인들이 현대아산 주식 1인당 10주 갖기 운동을 제안했다. 현대아산 또한 남북경협사업을 국민적 사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에 호응했다.

현대아산 국민주 공모는 20억원 미만으로 소액공모를 실시한 뒤 법적 준비를 거쳐 대량 공모를 실시하는 2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대상주식은 자사주 9.9%(890만5000주)였다.  원래는 현대아산 설립에 참여했던 8개 현대 계열사 중 한 곳인 현대중공업 소유였다. 2002년 2월 계열 분리를 위해 지분 19.8%(1785만4840주) 중 절반을 증여하면서 현대아산이 보유해왔던 주식이다.

무모로 비춰졌던 공모

2003년 10월 전체 자사주의 4.3%인 38만주(주당발행가 액면 5000원·발행금액 19억원)를 대상으로 1차공모가 시작됐다. 일반인은 최소 10주(5만원), 학생은 2주를 청약할 수 있었다. 

반응은 다소 싸늘했다. 비록 청약률 175.9%(66만6520주)로 100%를 넘었지만 청약금액이 기껏해야 33억원으로 ‘국민주’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참여자수도 1만명에도 한참 못미쳤다. 일반인(개인·법인) 6150명과 학생 703명 등 6860명 정도였다.

2차는 거의 참패였다. 2003년 12월 전체 발행주식의 9.9%에 해당하는 800만주(5000원·400억원) 공모에 나섰지만 청약금액이 24억원밖에 안됐다. 청약자수도 1차 때의 6분의 1이 안되는 1090명에 불과했다. 개중에는 현정은 회장(1만주·5000만원),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2000주·1000만원) 등 현대 계열사 및 현대아산 임직원들이 상당수였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당시 현대아산 공모주를 사는 것은 다소 무모했다. 투자는 위험의 정도가 불확실하면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남북한 간 군사적 대치,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불안정성이 해소돼 남북이 평화롭게 지내는 날이 찾아오면 모를까 투자 대상으로서 대북사업의 약점은 예나 지금이나 위험의 정도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아산의 기업가치를 놓고 보면 더욱 아니었다. 설립된 지 5년째를 맞은 2003년의 현대아산은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1999~2002년 매출은 많아봐야 942억원(2000년) 정도다. 순익적자가 매년 예외 없이 적게는 37억4000만원, 많게는 1290억원에 달했다. 2003년 1~6월에도 306억원 순손실이 이어졌다. 누적결손금 3110억원이나 됐다. 초기 자본금 4500억원을 70%나 까먹고 1370억원(자기자본)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여기에 2002년 중반부터 불거진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대북사업의 투명성이 실추된 상태였다. 2차공모를 앞두고서는 현대그룹을 놓고 현정은 회장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간의 경영권 분쟁, 이른바 ‘시숙(媤叔)의 난’까지 발발해 대북사업 앞날은 더욱 불확실해졌던 때다.

결과적으로 이런 갖가지 위험에도 불구하고 현대아산 공모주에 투자했다는 것은 돈 벌 생각 보다는 남북간 평화 유지를 바라는 개인적 분담금 정도로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나름 유추해 볼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

이렇게 해서 현대아산의 주주명부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소액주주들이 8760명. 원래는 소유지분이 0.97%(86만5940주) 정도였지만 2004년 4월 결손금 해소를 위해 실시한 90% 무상감자에서 대주주와 자기주식 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8.7%(85만3653주)로 확대됐다.

공교롭게도 현대아산은 국민주 공모이후 경영이 빠르게 정상화되는 기미를 보였다.  2003년 896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2004년 1780억원에 이어 2005년 2350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에는 2560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설립 이래 6년째 지속된 영업적자에 마침표를 찍고 2005년 첫 흑자(57억원)를 달성했다.

2005년은 금강산관광 개시 이후 처음으로 연관광객 30만명을 넘어서며 누적관광객수가100만명을 돌파했던 해다. 이런 기조는 2007년까지 이어져 금강산관광객수가 34만8000명에 달했던 2007년 영업이익 197억원으로 3년연속 영업흑자가 이어졌다. 순익 또한 2004년 8억원 흑자 전환 뒤 2007년에는 169억원으로 뛰는 등 4년연속 흑자 기조였다. 

2000년 개성공업지구 개발 합의 이후 답보 상태이던 개성공단 사업도 2004년 남북 당국간의 합의로 급물살을 탄 후, 2004년 12월 첫제품을 생산했다. 2006년에는 시범단지 15개 공장이 모두 완전가동단계에 접어들어 안정적 성장의 기반이 마련됐다.

역시나, 이뿐이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틀 후 금강산관광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5개월 뒤인 2008년 12월에는 개성관광마저 중단됐다. 이어 2011년 4월에는 북한이 현대아산이 소유한 독점사업권도 취소했다.
 
2016년 2월에는 개성공단 사업마저 멈췄다. 2015년 11월까지 총 124개 기업이 전체 31억달러를 생산하는 등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우리정부가 전면중단을 결정하고,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와 인원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취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화석’의 부활

2008년 7월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10년은 현대아산에게는 ‘멈춰버린 10년’이다. 대북사업의 경험을 기반으로 2006년부터 주택사업(오피스텔), 호텔, 공공공사 등의 국내 건설업에 뛰어들었지만 주력사업 중단의 돌파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선상면세점을 운영하고 크루즈 전세선 사업도 하고는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매출은 2008년 이후 10년 동안 911억원(2016년)으로까지 축소됐다. 많게는 323억원, 적게는 23억원 영업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라고 별다를 게 없다. 매출 267억원에 영업손실이 18억원이다.


이렇다보니 현대아산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추가적은 자본확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2009~2013년 5차례에 걸쳐 주주들을 대상으로 708억원(1416만8978주·5000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매년 예외없는 적자로 인해 자본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2004년 4월 무상감자 뒤 488억원였던 자본금이 1200억원로 확대됐지만 결손금이 1620억원(3월 말)에 이르며 자본잠식률이 83.4%(자본총계 199억원)에 달하고 있다.

‘화석(化石)’이 되가는 듯 했던 남북경협의 상징 현대아산이 요즘 ‘핫(hot)’하다. 남북정상회담(4월27일·5월26일)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6월12일)으로 한반도 평화 모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15년 전 현대아산 공모주에 투자한 소액주주들로서도 감개가 무량할 법하다. 작년 말 현재 6530명이다. 소유지분은 7.1%(169만4710주)로 금액으로 치면 85억원(주당 5000원)어치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 K-OTC에 따르면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 7000원(2016년 10월)까지 하락했던 현대아산 주가는 올 3월6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기점으로 폭발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6만7700원까지 상승했고 현재 4만9050원(15일 종가)을 기록 중이다. 최저가의 무려 7배로 뛰었다.

남북경협 재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주류이고, 현재 현대아산의 장외주가 역시 기업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머지않아 현대아산 국민주가 빛 볼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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