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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⑥한진家 3세, 여론폭풍에 승계 안갯속

  • 2018.06.21(목) 19:06

조양호 회장에 몰려있는 계열사 지분…본격 3세 대물림은 아직
승계자금 부담 크지 않아…갑질 사건으로 자격논란이 더 관건

 

창업주 조중훈 회장 타계 이후 조양호(70) 회장이 한진그룹 총수에 오른 지 1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조 회장의 세 자녀들도 계열사 핵심보직을 맡으며 승계를 대비해왔다. 그룹 지배구조도 후계 승계에 유리한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조 회장이 가진 지주회사 지분을 자녀들이 승계하는데 필요한 자금 부담도 사실상 크지 않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잇따른 총수 일가의 갑질 사건으로 '승계' 란 단어조차 입 밖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경영 승계를 ▲직위 승계 ▲지분 승계로 나눠서 본다면 대부분의 대기업은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 문제가 관건인데 비해 한진은 직위 승계, 다시 말해서 ‘자질논란’이 더 문제인 상황이다.

◇삼남매 누구도 섭섭하지 않게 균등배분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43)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는 1990년대 대한항공 지분을 소량(0.02~0.03%씩) 보유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 년간 그룹 계열사 주식을 균등하게 가져왔다. 계열 경영 참여도 삼남매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게 나이 순서대로 차례차례 승진했다.

2013년 조양호 회장은 자녀들에게 대한항공 지분을 각각 1.06%씩 증여했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직전의 일이다.

삼남매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이 지분을 지렛대 삼아 지주회사 재편 과정에서 한진칼 주식과 맞바꿨다. 지금 삼남매가 가진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각 2.5%)은 대부분 조 회장이 나란히 물려준 주식에서 나온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었던 인터넷면세품 판매업체 싸이버스카이 주식 보유 과정도 마찬가지다.

조 회장 일가가 2002년 싸이버스카이 지분 매입에 나섰을 때 세 자녀는 각각 6.31%를 보유했다. 이를 5년 간 각 23.32%에서 각 33.33%로 사이좋게 불려나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전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고리였던 정석기업 지분도 1.2%씩 보유했다가 나란히 처분했다.

예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시스템통합(SI)업체 유니컨버스 지분 중 3분의 1을 장남에게만 증여한 것이다. 삼남매의 균등한 지분율에 다소 금이 가는듯 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유니컨버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율 차이는 다시 좁혀졌다.

이후 싸이버스카이와 함께 유니컨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해 세 자녀는 유니컨버스 주식을 대한항공에 무상증여했다.

계열사에 입사해 승진해가는 과정도 서로 빼닮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사장은 그룹 입사 후 각각 7년, 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상무 이후부터는 매번 같은 해 진급했다. 조현민 전 전무도 대한항공 과장 입사 후 불과 4년 만에 임원이 됐다. 상무보 진급 이후 계열사 겸임을 늘려온 것도 마찬가지다.

 

 

◇지분 대물림은 큰 어려움 없어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2013년 8월 대한항공을 분할해 만든 지주회사 한진칼이다. 조양호 회장의 보유 주식 대부분도 한진칼이며 자녀들에게 승계할 대상도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 주식이다.

조 회장의 나이가 일흔에 접어들었고 삼남매도 어느덧 중년층에 접어든 시점에서 또 한 번 지분승계 작업을 모색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삼남매가 가진 한진칼 지분은 모두 6.95%로 조 회장 지분 17.8%의 3분의 1 수준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2.31%, 조원태 사장이 2.34%,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2.3%로 서로간의 지분율 차이도 거의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 원 이상 주식을 증여할 경우 5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조 회장이 가진 2000억 원어치 한진칼 주식을 물려받으면 1000억 원 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지금처럼 세 명이 균등하게 물려받으면 한 사람당 300여억 원의 세금 납부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세금 문제가 승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삼남매는 지금까지 한진 그룹 내 다수의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받은 연봉만 따져도 적지 않다.

지난해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에서 받은 연봉은 약 5억 원. 조 사장은 작년까지 대한항공 이외에도 한진칼·진에어·유니컨버스·한진정보통신·한국공항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겸직해왔다. 지금까지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 정석기업의 배당금과 주식 매도 차익도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도 마찬가지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조 전 부사장이 맡은 계열사 직책은 5개. 조 전 전무도 물벼락 갑질 사건 전까지 마찬가지로 5개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공익재단도 든든한 우군이다. 한진그룹엔 일우재단과 정석물류학술재단, 정석인하학원 등 세 개 공익재단이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익재단은 특정회사 지분을 증여받을 때 5%까지는 세금이 면제된다.

재단 세곳이 현재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많게는 2.14%에서 적게는 0.16%까지 도합 4.38%다. 세금 없이 3개 재단에 증여할 수 있는 지분이 아직 10% 이상이라는 말이다. 한진 공익재단 이사진에는 총수일가 또는 총수일가의 지근거리에 있는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잇따른 일탈로 ‘승계’ 언급 자체가 논란

한진그룹 3세 승계의 문제는 따로 있다. 승계의 대상자들이 벌어온 갑질 행태를 전 국민이 다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대물림은 둘째 치고 승계란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기내 견과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를 되돌리고 사무장을 강제 하차시킨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켜 구속 기소됐다. 여론의 뭇매를 호되게 맞은 그는 대한항공 부사장직을 포함해 왕산레저개발, 칼호텔네트워크, 한진관광, 정석인하학원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풀려나고 지난 3월 그룹 내 비상장회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곧이어 동생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또다시 사장직을 내려놓았다. 조현민 전 전무도 한진관광, 진에어, 정석기업, 칼호텔네트워크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삼남매 중 경영 일선에 남아있는 건 조원태 사장뿐이다. 조 사장도 1998년 인하대 부정편입 논란이 재조명되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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