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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⑧두산4세 사촌경영…무탈할까

  • 2018.06.24(일) 15:38

3세 ‘용’자 돌림 이어 4세 ‘원’자 돌림 바통이어받아
형제의난 이후 잡음 없지만.. 경영참여 4세만 10명

"비즈니스 식견이 없으면 오너 가족이라도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 이를 무시한채 가족 경영 방식을 고수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재벌구조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가 아니다. 2002년 9월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던 두산 3세 박용성 회장이 직접 한 말이다. 이 말은 몇 년 뒤 그를 직접 겨냥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 물러나있던 박 회장이 2007년 2월 두산중공업 등기이사 후보에 오르며 복귀를 추진하자,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고 있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주주총회에서 참석해 "박용성 회장이 자신의 얘기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며 30분간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02년 박용성 회장의 말과 2007년 김상조 위원장의 말 사이에는 국내 최고(最古)기업 두산 역사의 어둠이자 한국형 기업지배구조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형제의 난(亂)’이 있었다.

◇ 3세에서 터진 아픔…형제의난

 

두산은 1981년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며 3세 경영시대를 열었고 1997년 3세형제 중 차남 박용오 회장이 회장 직함을 넘겨받았다.

형제간 회장 자리를 돌아가며 물려주는 ‘바통경영’은 3남 박용성 회장이 취임하면서 곪았던 고름이 터졌다. 회장직에서 물러난 차남 박용오 회장이 가족들의 비자금 조성을 폭로하는 A4 2장 분량의 투서를 검찰에 넘긴 것이다.

 

이 사건으로 비자금 주동자로 투서에 이름을 올린 박용성 회장과 5남 박용만 당시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검찰수사를 받았다. 투서를 쓴 박용오 회장과 그의 자녀들은 가문에서 쫓겨났다.

두산은 형제의난 이후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열사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개편을 발표했다. 하지만 형제 경영은 계속됐다. 의사 출신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던 4남 박용현 회장이 잠시 그룹 수장을 맡았다가 2012년 박용만 회장이 취임했다.

 

2016년부터는 4세 맏형인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4세 경영시대를 맞았다.

 



◇ 한 세대 지나는데 34년...4세는 10명 경영참여

 

두산가(家)의 남자형제들은 3세가 '용' 4세는 '원' 5세는 '상'자 돌림을 쓴다.

'용'자 돌림의 3세는 1981년부터 2015년까지 34년간 5명이 차례로 회장직을 물려받으며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원'자 돌림 4세가 바통을 이어받은 지 3년째다.

현재 두산 4세 가운데 계열사 경영에 참여중인 사람은 10명이다. 박용곤 회장의 자녀 중에선 장남 박정원 회장(56), 차남 박지원 ㈜두산 부회장 겸 두산중공업 대표(54), 장녀 박혜원 오리콤 총괄부회장(56)이 있다.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네오플럭스 부회장(51)과 차남 박석원 ㈜두산 부사장(48), 박용현 회장의 장남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50)과 차남 박형원 두산밥캣 부사장(49) 삼남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46)도 경영참여중이다.

박용만 회장의 자녀 박서원(40) ㈜두산 전무 겸 오리콤 부사장, 차남 박재원(34)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경영에 참여하는 4세다.

 



◇ 경영은 사이좋게...그러나 지분은 장남 먼저

두산 3·4세들은 두산건설 등 일부 계열사 지분도 가지고 있지만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4세들은 1990년대부터 ㈜두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당시 지분율은 미미했다. 삼촌들 사이에서 벌어진 '형제의난' 이후 두산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 지분을 4세들이 대거 매입하면서 지금의 지분구도가 생겨났다.

 

4세의 자녀들인 5세들도 17명이 부모로부터의 증여 등의 방법으로 ㈜두산의 주주명단에 포진해있다. 두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 ㈜두산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총수일가는 총 33명이며 이들의 지분 합계는 38.39%이다.

총수일가의 ㈜두산 지분율을 직계가족별로 뜯어보면 철저하게 장자 우선 방식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세를 기준으로 직계가족별 ㈜두산 지분율은 ▲박용곤가(家) 13.59% ▲박용성가(家) 9.02% ▲박용현가(家) 8.89% ▲박용만가(家) 6.89% 순이다. 장남 박용곤 회장일가의 지분율이 5남 박용만 회장 일가보다 두 배 많다.

 

4세 중 개인지분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맏형 박정원 회장(5.5%)이며 5세 중에서도 박 회장의 장남 박상민(0.07%)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형제간 공동경영을 이어가되 지분은 장자 우선의 원칙이 확고하다.

 

이러한 장자 우선 지분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돌발적인 지분경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승계의 순위를 명확하게 해두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 사촌경영 성공의 조건.. ‘두산파’의 미래는

두산은 형제의난 이후 더욱 공고한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박용현→박용만→박정원으로 이어지는 회장직 승계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불거진 잡음은 없다.

 

하지만 경영을 돌아가면서 맡을 형제가 5명뿐이었던 3세대에서 나타났던 형제의난이 무려 10명이 경영참여 중인 4세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하긴 어렵다.

오랜 기간 형제경영과 대가족 공동 지분보유 형태를 추구하다보니 경영참여 가문을 기준으로 3세의 막내(박용만)와 4세의 맏형(박정원)간 나이 차는 7살, 4세의 막내(박용만의 차남 박재원)와 5세의 맏형(박정원의 장남 박상민)간 나이 차는 5살에 불과하다.

 

3세는 형제경영이었지만 4세가 같은 방식을 취하려면 ‘사촌경영’이 된다. 잡음 없는 사촌경영이 이어지려면 누군가는 양보해야하고 아쉽지만 물러날 때를 인정해야하고, 자신만의 독자사업을 해보고 싶은 욕망을 철저히 억눌러야한다.

무엇보다 두산의 각 계열사 사업이 순탄하게 유지돼야하고 어느 분야, 어느 계열사의 사업 하나라도 삐걱대면 책임을 묻고 꼬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얼굴을 붉힐 수도 있다.

두산은 형제의 난 이후에도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와 중공업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의 후유증으로 최근까지 자금난을 겪은 바 있다.

과거 두산 형제의 난은 표면적으론 회장직 승계 불복으로 비춰졌지만 이면에는 계열사를 분리해 독립해 나가겠다는 형제와 이를 반대하는 나머지 형제들의 갈등이 있었다.

 

형제의난 주역인 박용오 회장은 자신이 그룹회장으로 있었던 2004년 말 당시 경영실적이 좋았던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계열분리를 요구했으나 다른 형제들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당시 박용오 회장의 나이는 69세였고, 그의 장남도 42세로 중년에 접어든 때였다.

 

현 회장인 박정원 회장은 55세에 회장직에 올랐다. 그의 뒤로 2명의 친동생과 7명의 사촌동생이 있다. 이들의 평균나이 48세. 그리고 그 뒤에는 2명의 자녀와 12명의 조카(3촌, 5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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