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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⑪'태평두' LS…이어받나 쪼개나

  • 2018.06.27(수) 18:20

LG에서 독립한 태평두일가..4:4:2로 지분나누고 공동경영
2세 파운텍·3세 LS글로벌 출자.. 공정위 고강도 제재
지주회사 밖에 있는 E1·예스코... 3세대 계열분리 단초

"2005년 12월2일 금요간담회에서 엘에스전선(현 (주)LS)이 보고한 LS글로벌 설립 방안이 최종 승인됐고 총수일가 지분(49%)은 3세 중심으로 세 집안(12인)이 4:4:2의 비율로 나눠 출자했다. 당시 명예회장 3명에게도 사전 보고된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LS그룹의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 조사 결과를 담은 17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에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LS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압축적인 문장이다.

◇ 금요간담회와 태평두 비율 '4:4:2'

LG그룹은 구인회 창업주의 동업자와 동생들이 함께 일군 기업이다. 창업주 세대를 지나 2세·3세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분가(分家)의 길을 걸었다. 동업자 허씨일가는 2005년 GS그룹으로 분리해 나갔다.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 구철회 회장 일가는 1999년 LG화재로 독립해 LIG그룹을 만들었고, 셋째·넷째·다섯째 동생들은 2003년 한꺼번에 분가했다. 구태회 전 LS전선 명예회장, 구평회 전 E1 명예회장, 구두회 전 예스코 명예회장이다. LG의 창업공신인 이들' 태·평·두' 형제가 함께 분가한 곳이 바로 LS그룹이다. 공정위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명예회장 3명'도 이들을 지칭한다.

 

명예회장 3형제는 분가 이후 본인들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2세들에게 공동경영을 맡겼다. 3형제의 2세 자녀들 중 맏형인 구자홍 회장이 초대 그룹 총수를 맡았고 그의 동생들인 자엽·자명·자철(구태회 아들), 자열·자용·자균(구평회 아들), 자은(구두회 아들)도 경영에 참여했다. 2세를 기준으로하면 '사촌 공동경영' 구도인 셈이다.

 

공동경영이다보니 의사결정을 위한 모임이 있어야 했다. 공정위 자료에 나오는 금요간담회가 그 자리다. 이사회와 주주총회로 대표되는 정상적인 의사결정기구 외에 존재하는 실세 패밀리들의 모임이다.

 

3형제에게는 자녀들에게 공동경영을 맡기되 핵심회사의 지분은 4:4:2로 나누기로 했다. 이른바 '태평두 비율'이다.  이 비율은 공정위가 지적한 2005년 LS글로벌 설립 때도 유지했고 지금도 LS그룹 지주회사 (주)LS 주주구성에서 녹아들어 있다. 최근까지 태평두 2세들이 보유했다가 계열사 LS전선에 매각한 가온전선의 주주구성도 4:4:2 였다.

 

◇ 파운텍·LS글로벌에 출자한 2·3세

LS그룹은 LG와의 분가 직후 비상장회사를 설립했다.

먼저 2004년 1월 컴파운드 업체 파운텍을 만들었다. 컴파운드는 주로 전선의 피복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LS전선이 51%, 총수 일가가 49%를 출자해 파운텍을 설립하고, LS전선이 파운텍으로부터 컴파운드를 사와서 전선케이블을 만드는 사업구조를 갖췄다.

2005년에는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라는 회사도 만들었다. 전선의 원재료인 전기동을 구매하는 업체다. 출자비율은 LS전선 51%, 총수일가 49%로 파운텍과 동일했다.

파운텍과 LS글로벌의 출자구도는 똑같지만 출자한 사람은 다르다. 파운텍은 구자홍 회장 등 2세, LS글로벌은 구 회장의 장남 구본웅씨 등 3세들이 주로 출자했다. 일부 2세들은 LS글로벌에도 자금을 댔다. 가족별 출자금액은 이른바 태평두 비율(4:4:2)을 따랐다.

2세와 3세들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2011년 파운텍과 LS글로벌 지분을 각각 LS전선, (주)LS에 모두 매각했다. 2세와 3세들은 투자원금을 빼고도 260억원의 매각차익을 얻었다.

총수일가들이 지분을 모두 팔았지만 규제당국은 파운텍·LS글로벌을 둘러싼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계속 주목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LS전선이 생산설비를 직접 구매해 자회사 파운텍에 저가로 임대하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행위를 해왔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18일에는 LS전선이 다수의 계열사에 필요한 핵심 품목인 전기동을 구매·판매하면서 LS글로벌을 사실상의 중간 유통 단계로 만들어 통행세를 취득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기존에는 LS전선 계열사 4곳(LS전선, 가온전선, LS메탈, JS전선)이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전기동을 개별 구매했다. 하지만 LS글로벌을 세운 뒤 이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4개사의 전기동을 대량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저가에 전기동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 거래 수익을 얻었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특히 LS글로벌과 관련해서는 태평두 일가의 맏형 구자홍 회장 등 경영진을 고발하는 등 고강도 제재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LS그룹은 이러한 공정위 제재에 대해 "LS글로벌을 통한 전기동 통합 구매는 통행세 거래가 아니고 공급사(LS니꼬동제련)와 수요사(LS전선 외 3개사)가 정상거래를 통해 모두 이익을 본 거래"라며, 공정위 의결에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 태평두 비율 예외.. E1과 예스코

LS그룹은 2003년 LG로부터 분가한 이후 2세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 총수는 분리 초기부터 10년간 구자홍 회장이 맡았고 2013년부터 사촌동생 구자열 회장이 이어받았다. '태평두' 형제 가운데 처음 10년은 '태' 가문의 장남, 이후로는 '평' 가문의 장남이 그룹 총수를 맡고 있는 것이다.

아직 태평두의 막내 '두' 가문 출신은 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 각 가문의 2세 장남이 돌아가며 그룹 총수를 맡는다면 다음 순번은 '두' 가문의 장남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이다.

특히 구자은 부회장이 올해 (주)LS 정기주총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이변이 없는한 다음 순번을 예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S그룹이 2세간 사촌경영을 마친 이후 3세대에서는 계열분리를 통해 각자의 길을 걸어갈 지 미지수다.

현재 30대 중반을 넘어선 4명의 3세들이 계열사에 근무중이고, LS그룹 장손격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는 아직 계열사에 입사하지 않고 있다.

계열분리를 암시하는 단초는 있다. LS그룹의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는 태평두 비율에서 예외인 곳이 E1과 예스코다.

지주회사 (주)LS 울타리 밖에 있는 E1과 예스코는 '태평두 비율'을 적용받지 않는다.

 

E1 지분은 구평회 회장 일가가 44.52%를 가지고 있다. 다른 가문은 없다. '태평두' 중 '평'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예스코 지분은 '태' 가문 19.71%, '두' 가문 19.05%로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다.

E1(옛 LG칼텍스가스)은 구평회 회장이 LG시절부터 오랫동안 애착을 가진 회사로 알려져 있다. 예스코(옛 극동도시가스)는 분리 당시 구태회 회장, 구두회 회장 일가 중심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E1과 예스코는 태평두 비율을 적용하지 않고 지주사 밖에 두고 있는 것은 LS그룹이 현재의 2세 사촌경영을 넘어 다음 세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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