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재계3·4세]⑭경영 시험대에 선 코오롱 황태자

  • 2018.06.29(금) 18:40

4세 이규호, 계열사 리베토 대표 선임…경영 시험대
지분승계는 아직…비상장계열사 활용 카드도 주목

"여기 있는 코오롱이 내가 아는 그 코오롱인가 봤는데 맞다. 새 사업에 진출한 거였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 게시물의 일부분이다. 자신을 30대 여성 프리랜서라고 밝힌 글쓴이는 커먼타운이란 공동 거주 공간에 입주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 우연히 발견한 코오롱 상표를 보고 이런 글을 남겼다. 

 

커먼타운은 코오롱그룹 계열사 부동산종합서비스업체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지난해 4월 내놓은 셰어하우스다. 서울 압구정동과 한남동, 여의도 등 10여개 지역에 들어서 있다. 지금은 올해 초 코오롱하우스비전에서 인적분할로 떨어져 나온 신생 기업 리베토가 운영하고 있다.

 

리베토의 초대 대표이사는 이규호(35·사진 오른쪽) ㈜코오롱 상무가 맡았다. 이 상무는 이웅열(63·사진 왼쪽)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이 상무는 리베토가 지난 2월 실시한 14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36억원을 투입해 지분 15%를 획득했다. 이 상무는 이전까지 그룹 계열사 지분을 가진 적이 없다. 코오롱그룹의 4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 유일무이한 후계자 이규호 '광속승진'…지분승계는 아직

 

이규호 상무는 그룹의 유일무이한 후계자로 지목 받아왔다. 이웅열 회장의 부인인 서창희씨와 누이인 이상희·혜숙·경주씨 외에 그룹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는 일가 친척은 없다. 이들이 갖고 있는 ㈜코오롱 지분도 3%가 안된다. 이 상무의 두 여동생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원만 창업주부터 3세 이웅열 회장에 이르기까지 코오롱그룹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이 회장은 지주회사 ㈜코오롱의 지분 47.38%를 통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요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코오롱을 중심으로 승계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지분 승계 움직임은 없다. 다른 총수일가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이규호 상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그룹에 입사한 뒤 4년만에 상무보로 진급하며 임원을 다는 광속행보를 보였지만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자리까진 맡지 않았다. 

 

이규호 상무의 행보에는 이 회장의 경험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마흔 살(1996년)에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룹에 입사한 지 12년 만이다. 의욕적인 그를 보고 이 회장의 부친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은 이 회장이 마흔이 되기 전에 가업을 물려줄 거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이듬해 IMF외환위기가 터져 다른 재벌 그룹과 마찬가지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 보유해 온 신세기통신(현 SK텔레콤) 지분을 팔아야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미래를 팔았다"며 애통해 했다.

 

이후 코오롱그룹은 코오롱메트생명, 코오롱전자, 한국화낙 등 주력 계열사를 줄줄이 처분했다. 이 회장은 올해 35살의 이규호 상무를 보며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이규호 상무가 신규 사업을 맡은 건 이 회장이 그간 꾸준히 미래먹거리 발굴을 강조해 온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 지분승계에 증여세만 천억대…계열사 지분 활용 카드 주목

 

이규호 상무가 신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다고 해도 완전한 승계를 위해서는 이웅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코오롱의 주식은 지난 28일 종가 기준 2483억원 규모다. 이를 물려받으면 1000억 원 이상의 증여세가 따라붙는다.

 

승계 과정에서 이 회장이 가진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벌·코오롱베니트·엠오디 등 그룹 계열사 지분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계열사 지분을 지주회사 주식과 맞바꾸거나 현금화해 재원을 마련해놓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재벌 사익편취 규제 감독 강도를 높이겠다고 나서면서 빨간등이 켜졌다.

현재 코오롱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코오롱베니트가 있다. 컴퓨터 시스템 구축과 관리 사업이 주력인 코오롱베니트는 2007년 코오롱그룹에 편입됐다. 현재 이 회장이 지분의 49%, ㈜코오롱이 나머지를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코오롱베니트는 그룹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7년 29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164억원으로 14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 중 그룹 내 계열사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은 25% 수준인 847억 원이다.

이밖에도 코오롱환경서비스도 이 회장의 자금원이라는 의심을 받았지만 올해 초 코오롱엔솔루션과 코오롱아이포트리스를 흡수합병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합병 전 코오롱환경서비스는 이 회장이 지분의 40%를 보유했고 전체 매출의 30%를 내부거래로 창출했다. 엠오디도 2015년 내부거래 사업을 담당하던 사업부를 코오롱LSI로 떼어내 규제 타깃에서 벗어났다.

이런 배경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코오롱베니트의 지배구조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이규호 상무의 신규 사업이 어떤 성적표를 낼지가 코오롱그룹 승계 작업의 관전 포인트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