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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까지 꼬박 4년'…무풍에어컨 뒷이야기

  • 2018.07.03(화) 18:00

석빙고서 영감 얻은 무풍 냉방
오디오 스피커·카메라 기술 접목

돌로 만든 얼음 저장 창고인 '석빙고'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에 신라 유리왕(재위 24년~57년)이 얼음 저장 창고를 지었다고 언급돼있다. 삼국사기에는 지증왕 6년(505년)에 얼음을 저장하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찬바람 없이도 내부공간을 차갑게 유지해 얼음을 장기간 보관해온 조상의 지혜는 2000년이 흐른 지금도 후세에 여러 영감을 줬다.

"날씨가 더우면 빨리 시원해지길 원하는데 어느 정도 온도가 떨어지면 더는 찬바람이 싫은 경우가 있습니다.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빠른 냉방' 다음으로 많이 원하는 게 '균일냉방'과 '냉기유지'였습니다. 석빙고 같은 방식을 원했던 거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소속 서형준 마스터는 3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출입기자 포럼'에서 무풍에어컨 개발과 관련한 이 같은 뒷얘기를 풀어냈다.

 

▲ 광주광역시 오선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삼성 무풍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무풍에어컨은 개발과정만 4년이 걸려 2016년 초 처음 출시됐다.


무풍에어컨은 처음에 강력한 냉방으로 방안 온도를 낮추고 그 뒤 바람문이 닫히면서 약 13만5000개의 미세한 구멍으로 냉기를 내보내는 에어컨이다. 무풍 기능 작동시 에어컨 바로 앞에 손을 대지 않는 한 찬바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특징을 지녔다.

서 마스터는 "바람에 의한 불쾌감을 없애려면 온도를 균일하게 낮출 수 있는 복사냉방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결론냈다"며 "이런 아이디어에 착안해 벽면 전체를 에어컨으로 만드는 등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무풍 에어컨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냉기를 내보내는 메탈 소재도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처음엔 천 소재 사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냉기가 천의 구멍 사이를 쉽게 통과할 수 있고 재료비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서 마스터는 "하지만 천은 형상 유지가 어렵고 오염되면 청소가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굉장히 고민하던 끝에 오디오 스피커에서 대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피커 표면처럼 메탈 소재에 미세한 구멍을 내고 지속적으로 냉기를 흘려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관건은 직경이 1mm밖에 되지 않는 구멍을 균일하게 뚫을 수 있느냐였다. 어설프게 작업을 하면 메탈 소재 자체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수백개의 펀치가 균일하게 구멍을 내는 초정밀 프레스 가공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 올해 나온 무풍에어컨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돼있다. 사투리도 알아듣는다.


무풍에어컨의 특징인 둥그런 바람문도 남모를 고민의 산물이다. 서 마스터는 "바람문이 들락날락하는 기술이 쉬어보여도 내구성이 문제였다"며 "카메라 망원렌즈처럼 부드럽게 나왔다가 들어가는 기술을 얻기 위해 카메라 기술자를 불러 설계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1년 시작해 개발과정만 4년이 걸린 무풍에어컨은 현재 삼성전자 스탠드 에어컨 판매량 가운데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나온 무풍에어컨에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음성인식 기능이 심어져있다. 에어컨이 표준어뿐 아니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의 사투리를 알아듣는다.

 

서 마스터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곰팡이 냄새와 관련해 "장마철에 젖은 수건을 안말리면 냄새가 나는 것처럼 모든 에어컨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에어컨은 더운 공기를 차게 변환하는 과정에서 습기가 발생하는데 잘 건조하지 않으면 냄새가 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무풍에어컨은 통기성이 뛰어나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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