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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SK '반도체의 꿈' 현실로…내일도 통할까

  • 2018.09.13(목) 11:33

[4대그룹 체크포인트]
반도체 의존도 껑충…하이닉스 이익비중 60% 넘어
새 먹거리 발굴 숙제…텔레콤 중간지주사 가능성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매년 하반기 주요 그룹의 재무안정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1년에 한번쯤 나무(개별기업) 말고 숲(그룹)을 보자는 취지다. 비즈니스워치가 신평사들이 눈여겨보는 주요 그룹의 핵심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오랜 꿈을 실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해 이 같은 말을 남겼다. 하이닉스 인수를 확정하고 한달 뒤 이천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다.

최 회장의 부친 고(故) 최종현 회장은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하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2차 오일쇼크로 사업을 접었다.

30여년의 세월 속에서도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꿈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그룹 회장으로서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언제 풍랑이 닥칠지 모를 하이닉스호(號)에 자신을 꽁꽁 묶어두는 약속을 했다.

당시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재무부담을 이유로 인수주체인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겠다고 압박하고 덩달아 SK텔레콤 주가가 곤두박질하던 때다. 실제 최 회장의 이천 방문 두달 뒤 무디스·S&P·피치는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또한 들쭉날쭉한 반도체 시장에서 SK그룹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쏟아졌다.

'미운오리' 취급을 받던 SK하이닉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이 입증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을 빼고는 매년 영업이익을 내며 지금은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그룹의 핵심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로비에 마련된 고(故) 최종현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며 손을 얹고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은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 반도체 아니었다면…

계열사 100개를 거느린 재계 3위 SK그룹은 ▲정유·화학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 크게 4개로 사업영역을 나눠볼 수 있다. 정유·화학은 SK이노베이션, 반도체는 SK하이닉스, 통신은 SK텔레콤, 에너지는 SK E&S가 대표주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SK그룹의 매출액은 131조원, 영업이익은 20조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25조원, 영업이익은 11조원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성과의 상당 부분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2016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SK하이닉스는 매출(2016년 17조원→2017년 30조원)과 영업이익(2016년 3조원→2017년 13조원)을 대폭 끌어올리며 그룹의 실적개선을 주도했다.

특히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비중은 2016년 34%에서 지난해는 67%로 수직 상승했다. 반도체를 탑재하지 않았다면 이익창출력 저하로 그룹 전체가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 인수 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통신부문을 봐도 그렇다. SK텔레콤은 2014년 이후 매출액이 17조원 안팎에서 정체됐고 한때 2조원이 넘던 영업이익이 이제는 1조5000억원대로 축소됐다. 국내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정유·화학부문은 2016년과 2017년 3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국제유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게 흠이다.

 

대장격인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1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유가급락과 정제마진 약세로 2000억원대 손실을 냈다. 한동안 접어뒀던 SK루브리컨츠의 기업공개와  매각 카드를 다시 만지작했던 것도 이 무렵이다. 나중에 숨통이 트이면서 '없던 일'로 했지만 당시는 알짜 자회사, 곧 돈이 될 만한 것을 내놓아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 미래에도 그럴까

문제는 SK그룹의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그룹 전체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시장은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온 역사가 있다. D램의 강자였던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가 한순간 사라진 것도 이 같은 경쟁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소수의 기업이 과점구도를 형성해 과거와 같은 공급과잉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막대한 투자부담과 미세공정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신생기업들이 진입장벽을 뚫고 들어오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이천 신공장에 쏟아 부을 돈만 15조원에 달한다. 웬만한 자금력과 기술력이 아니고선 엄두를 내기 힘든 게 반도체 산업이다.

하지만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메모리시장을 공략하는 점에 비춰보면 여전히 미래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올해 5월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며 자국 반도체산업의 육성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몸담고 있는 권오현 회장은 최근 낸 '초격차'라는 책에서 이런 자기고백을 했다. 권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의 원조이자 비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텔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끌어올린 최고경영자다.

 

"내가 맡았던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3년 정도는 70~80%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5년 후의 미래는 약 50% 정도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0%의 가능성에 가깝다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10년 전 내가 예상했던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지금의 모습과 완전히 다르다. 10년 전 예상이 틀렸다는 뜻이다." -권오현, '초격차' 中

 


◇ 포스트 반도체는 바이오·제약

SK그룹도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몸이 달았다. 대규모 투자로 기존사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수합병으로 외연을 넓히는 일에 분주하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얘기처럼 그룹 전체의 곳간이 넉넉한 지금이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분야는 바이오·제약이다. 지주회사인 SK㈜는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을 통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사들인데 이어 올해는 미국 의약품 업체인 엠펙을 인수했다.

엠팩은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SK㈜는 이 회사 인수에 5100억원을 투입했다. 이사회에서 인수를 최종 결정한 날 SK㈜는 "바이오∙제약 분야를 제2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성장 정체를 맞은 SK텔레콤은 맥쿼리와 함께 총 1조3000억원을 들여 보안업체인 ADT캡스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이 7000억원을 투자해 ADT캡스 지분 55%와 경영권을 확보하며 맥쿼리는 6000억원을 대고 지분 45%를 보유한다. SK텔레콤은 영상보안기술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차세대 기술을 보안 분야에 도입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 "지배구조, 법개정 전 이뤄질수도"

신평사들은 SK그룹의 통신부문과 관련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처럼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곧 SK㈜의 손자회사)들은 원칙적으로 그 아래에 계열사(SK㈜의 증손회사)를 둘 수 없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대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는 손자회사까지만 두도록 규정해놨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손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할 때만 증손회사가 허용되는데 이렇다보니 SK텔레콤은 계열사를 통한 인수합병이나 사업확대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참에 SK텔레콤을 아예 지주회사로 만들면 운신의 폭이 더 넓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을 더 늘려야 할 수 있다.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20%(상장사 기준)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지분 20.1%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9.9%를 채우려면 시가 5조4000억원어치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 탓에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을 놓고 SK그룹은 시기를 저울질 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서둘러 법 개정 전 매듭지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신평은 "법률개정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지배구조 재편에 관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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