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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SK에 송유관공사란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 2018.10.11(목) 16:53

2001년 민영화 이후 지분 41% 최대주주
대형화재 발생 이후 "관계사일 뿐" 선긋기

 

지난 7일 발생한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곳이 있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입니다. 1990년 설립 이후 이번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핫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날린 풍등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풍등'이라는 단어도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풍등이 잔디밭에 떨어지고 18분 동안 화재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송유관공사는 놔두고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만 처벌하려한다는 비난이 빗발쳤지요.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숨 죽인 곳이 있습니다. SK입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름에 '공사'가 붙어 공기업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주인이 따로 있는 회사입니다. IMF 외환위기로 나라살림이 팍팍해진 정부가 2001년 송유관공사 지분 약 10%를 빼고 나머지를 민간에 팔았는데요.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한 곳은 SK이노베이션입니다. 현재 송유관공사의 지분 4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습니다. GS칼텍스(28.6%), S-OIL(8.9%), 현대중공업(6.3%) 등 다른 기업들도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SK만큼은 아닙니다.

기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이사도 SK 몫입니다. 올해 1월 취임한 최준성 대표는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을 역임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이사회 멤버 14명 가운데 5명이 SK 출신인사로 채워졌습니다. 2대주주인 GS칼텍스 출신임원이 3명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가 아닙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도 송유관공사는 엄연히 SK 소속 계열사입니다.

 


◇ 잠잠한 SK…왜?

하지만 화재 발생 후 나흘째인데도 SK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송유관공사가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자료를 냈을 뿐입니다. SK는 왜 잠잠한 걸까요?

표면적 이유는 송유관공사를 계열사로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최대주주인 건 맞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SK의 설명인데요. 경쟁사들과 함께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정부 몫의 지분이 있어 SK가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송유관공사를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해놓고 있습니다.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실질적인 지배종속 관계, 곧 자회사는 아니라는 얘기죠. 입양은 했으나 호적에는 올리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송유관공사 이름 앞에 SK라는 브랜드를 달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명을 바꾸려면 정관을 고쳐야하는데,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사항이라 주총에서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SK송유관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꾼다고 칩시다. GS칼텍스나 S-OIL 등이 가만히 있을까요? 정부도 국가핵심시설인 송유관을 특정기업이 독점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민영화한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송유관공사가 무늬만 공사로 남아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노래가사로 표현하면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SK는 송유관공사를 인수한 실익이 없었던 걸까요?

 


◇ 그래도 챙길 건 챙겨왔다

2001년 민영화 당시 송유관공사의 대표로 SK 출신인사가 내려오자 가장 반발한 곳이 S-OIL입니다. 여러 기업이 같이 쓰는 송유관을 특정기업이 쥐락펴락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SK에 밉보인 곳은 수송물량제한이나 수송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등 여러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S-OIL은 SK의 경영권 행사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공정위도 이 같은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는데요. 그래서 경쟁사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송유관공사 정관에 못박도록 하고, 공익대표 등이 참여하는 송유관운영협의회를 구성토록 했습니다. SK로선 온전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이를 수용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송유관공사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곳이 SK였기 때문입니다.

공정위의 심결서를 보면 당시 SK의 송유관 이용률은 37.9%로 가장 높았습니다. 가령 울산에서 성남까지 송유관을 이용해 석유를 보내면 리터당 6원 정도의 운송비만 부담하면 되지만 유조차를 이용하면 리터당 23원으로 운송비가 크게 늘어납니다.

운전하시는 분이라면 10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차를 이리저리 돌린 경험이 있을텐데요. SK라고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민영화 직전 SK가 송유관으로 나른 물량만 한해 77억리터에 달했으니까요.

 


◇민영화했더니 단기이윤만 극대화

 

송유관공사를 민영화하면서 국민경제에는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요? 2007년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연구원에 포스코·KT·KT&G 등 공기업이었던 7개사의 민영화 성과분석 작업을 맡겼습니다. 여기에는 송유관공사도 포함돼있습니다.

이런 평가를 내렸더군요.

"송유관공사의 민영화가 국민경제에서 사회후생의 증가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사회후생의 증가는 생산자의 생산성 및 이윤 측면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소비자나 관련산업에는 영향 없음."

송유관공사의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조세연구원은 수선유지비에도 주목했습니다. 민영화 이전 설비투자를 마쳤기 때문에 설비투자가 줄어든 건 이해하겠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늘어나기 마련인 수선유지비는 왜 줄어들었느냐는 겁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송유관공사의 수선유지비는 18억원에서 이듬해 7억5000만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습니다. 그러고는 "민영화 이후 시설정비에 따른 비용을 감축해 단기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인센티브에 대한 증거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3년간 송유관공사의 수선유지비를 찾아봤습니다. 2015년 53억원에서 2016년 45억원, 2017년에는 37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시기 송유관공사의 주주들이 배당으로 받아간 돈은 2015년 90억원에서 2016년 135억원으로 뛰었습니다. 지난해도 배당금으로 117억원을 챙겼습니다. 물론 가장 많이 받은 곳은 SK였겠죠?

 


◇ SK의 송유관공사 활용법

 

SK가 송유관공사를 활용하는 법은 또 있습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광주와 대구의 물류센터를 374억원에 송유관공사에 넘긴데 이어 올해도 전주, 대전, 원주의 물류센터를 229억원을 받고 팔았습니다. SK네트웍스가 넘긴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2년간 송유관공사가 사준 SK의 부동산은 650억원이 넘습니다. 해당 물류센터는 저유소 같은 시설이 있는데요. 송유관공사가 전국적 네트워크 확보라는 명분으로 든든한 매수자 역할을 해준 것이죠.

사실 송유관공사의 사고가 이번 만은 아닙니다. 올해 4월에도 대전에 있는 송유관공사 기름탱크에선 배수관이 파손돼 6만8000리터의 기름이 흘러나왔습니다. 최초 기름유출을 파악한 건 송유관공사가 아닌 지역 주민이었습니다. 그때도 송유관공사는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냈죠. 잉크가 마르기도 전 발생한 이번 화재로 송유관공사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SK가 배당이나 부동산만큼 송유관공사의 안전관리 문제에도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름유출과 비슷한 시기 충북 영주에선 SK머티리얼즈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돼 주민들이 긴급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도 SK는 계열사 차원의 사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해법이 괜찮은 건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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